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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본·대]KAIST 학생 100%가 경험한, 고대생 63%는 못해본 ‘이것’은?

중앙일보 2017.08.05 01:00
지난 9일 건양대 창의융합대학 권택원 융합IT학부 교수가 학생을 상담하고 있다. 건양대의 모든 교수는 매주 3시간 이상을 학생 상담에 할애한다. 건양대 교수들은 신입생은 학기당 3회 이상, 2~4학년은 학기당 2회 이상 상담해야 한다. [사진 건양대]

지난 9일 건양대 창의융합대학 권택원 융합IT학부 교수가 학생을 상담하고 있다. 건양대의 모든 교수는 매주 3시간 이상을 학생 상담에 할애한다. 건양대 교수들은 신입생은 학기당 3회 이상, 2~4학년은 학기당 2회 이상 상담해야 한다. [사진 건양대]

"교수와 대화 많을수록 수업에 적극적, 학습량도 많아"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라고 불리는 조벽 전 동국대 석좌교수는 명강의로 유명하죠. 미국 미시건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20여년간 재직하면서, 매년 학생들로부터 만점에 가까운 강의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대학 최초로 ‘최우수 교수 상’을 두 차례나 받았고, 미국교육공학학회로부터 ‘최우수 교육자 상’을 수상했어요.  

전문가들 "교수 대화 많으면 학습 의욕, 공부량 ↑"
대학생 셋 중 한 명 "지난 학기 지도교수 상담 없어"
고려ㆍ연세대 등 서울 대형 대학일수록 저조해
상담율 100% KAIST는 새내기 때부터 만남 활발
2위 건양대는 '평생 패밀리'제, 교수 평가에 반영

 
수업 만큼이나 조 교수가 중시한 건 학생과의 일대일 면담입니다. 국내 대학과 달리 미국 대학에선 강의 외에도 학생이 교수를 방문하는 일이 흔하죠. 하지만 미국 대학에서도 수업에 소극적이거나, 정말 교수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은 잘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네요. 
 
조벽 전 동국대 석좌교수

조벽 전 동국대 석좌교수

그래서 조 교수는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과 한 학기에 최소 한번 이상 면담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답니다. 조 교수는 “특별히 만날 이유가 없어도 10분만이라도 마주앉아 대화하면 개인적인 이야기가 오가고, 학생이 교수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대화가 쌓이면 수업도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다는 설명이죠.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교육학)는 “국내외 관련 연구에 따르면 교수와 학생의 교류가 활발할수록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예습ㆍ복습 시간, 독서량 같은 학습량도 늘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교류'는 강의실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강의실을 벗어난 교수와의 격의 없는 대화·토론도 학생의 학습 의욕, 성취 동기를 높이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에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도교수 상담 안 해" 고려>건국>연세>동국>성균관대
그러면 국내 대학은 교수와 학생 사이의 교류가 얼마나 활발할까요. 본지 대학평가팀은 2015년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37개 대학 2ㆍ3ㆍ4학년 재학생 6800명에게 교수ㆍ강사와의 상담·교류 경험을 물었습니다. 1학기를 막 마친 방학(7~8월)에 지난 학기 동안 자신에게 배정된 지도 교수, 강의를 담당했던 교수ㆍ강사를 몇 번 만났는 지 질문했죠.  
 
조사 결과 대학생 세 명 중 한 명(32.9%)는 한 학기 동안 지도 교사와 상담한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있다’고 답한 학생도 횟수는 대개 1회(26.6%)나 2회(17.4%)에 그쳤죠. 3회 이상 상담한 학생은 23.1%에 그쳤습니다.
 
한 학기 동안 지도교수와 상담 경험이 한번도 없는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은 고려대 서울캠퍼스(62.5%)였습니다. 인문사회계 학생 100명 중 69명, 이공계 학생 100명 중 56명이 지도 교수과 상담한 경험이 없다고 답했어요. 건국대 서울캠퍼스(61%), 연세대 서울캠퍼스(60%), 동국대 서울캠퍼스(56%), 성균관대(55%)도 상담 경험 없는 학생이 많았죠.
 
지도 교수과 상담한 적 없는 학생이 많은 대학 1~10위를 살펴보면 ‘공통 분모’를 발견할 수 있어요. 모두 수도권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대학이고요(한양대 에리카를 빼면 모두 서울에 있죠). 대개 학부 재학생만 1만명이 넘는‘대형 대학’입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인 서울' 대학, 수업 담당 교수와 대화도 적은 편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담당했던 교수ㆍ강사와의 교류는 어떨까요. 교수ㆍ강사와 수업 내용이나 과제에 대해 상담한 경험을 묻자, 대학생 넷 중 한 명(25.7%)은 ‘없다’고 답했어요.
 
이 질문에 대한 응답도 지도교수와의 상담 여부를 묻는 질문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는데요. 지역 대학(사립대 21.3%, 국공립대 18.5%)에 비해 서울 소재 대학(사립대 30.4%, 국공립대 33.0%)에 '상담한 적 없다'고 답한 학생이 많았죠.
 
또한 상담 경험이 없는 학생 비율이 높은 대학 1~10위 중 7곳이 ‘인 서울’ 대학이었죠. 건국·고려대·한양대의 경우 학생 40% 이상이 '없다'고 답했고요.
  
이처럼 수험생ㆍ학부모들이 선망하는 수도권 대형 대학 상당수에서 교수의 학생 상담이 저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인기 좋은 서울 소재 대학들은 왜?
 
학생, 학부모에게 인기 있는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대형 대학에선 교수의 학생 상담이 활성화되지 않은 편이다. 고려대 전경 모습 [중앙포토] 

학생, 학부모에게 인기 있는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대형 대학에선 교수의 학생 상담이 활성화되지 않은 편이다. 고려대 전경 모습 [중앙포토]

변기용 고려대 교수(교육학과)는 이들 대학 상당수가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대학은 크게 학생 교육을 중시하는 ‘교육중심대학’, 연구 경쟁력을 강조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 나뉩니다. 우리 귀에 익숙한 수도권 대형 대학들은 대체로 ‘대학원 위주의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죠.
 
이런 대학은 연구 논문의 양과 질, 연구 프로젝트의 성과, 기술 개발 등을 중시하죠. 교수의 임용ㆍ승진도 연구 업적이 주된 잣대가 됩니다. 그러다보니 상당수 교수들이 학생 교육 보다 연구 활동에 치중하게 됩니다.  
 
교수ㆍ학생의 관계도 마찬가지에요. 연구중심대학에서 연구 활동은 대학원을 중심으로 진행돼죠. 교수의 관심도 학부 학생 보다 대학원에서 함께 연구하는 석박사 과정 학생에 쏠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이죠.
 
그래픽= 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 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생존' 위해 학생 상담 강화한 지역 대학 
지역 대학이 수도권 소재 대학에 비해 교수ㆍ학생 교류가 활발한 데엔 다른 이유도 있어요. 변기용 교수는 “지역 대학들은 인구 감소에 따른 학생 격감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교수·학생의 교류를 장려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학령 인구의 감소로 지방에선 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타났습니다. 수도권 대학으로 가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도 늘고요.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진로 지도의 필요성도 커졌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대에선 학생 만족도 제고를 위해 취업 지원, 심리 프로그램 등을 도입하죠. 교수에게 학생 상담을 장려해 학생들의 학업, 진로 준비를 돕는 시도도 활발해졌습니다. 변 교수는 “반면 정원 미달을 걱정할 필요가 별로 없었던 서울 지역 대학은 이런 노력에 둔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 3월 KAIST 1학년 13반 학생들이 반 지도교수인 이승욱 인문사회과학부 교수와 함께 교양 필수 과목인‘즐거운 대학생활’의 개강에 맞춰 기념촬영하고 있다. 신입생은 1년간‘무전공’으로 공통과정을 이수하는 KAIST에선 1학년을 30명씩 반으로 나눠 지도교수 1명, 어드바이저(입학사정관) 1명, 남녀 프락터(선배) 2명을 배정한다. 지도교수는 어드바이저 등과 함께 신입생의 학업, 학교 생활, 진로 등을 상담ㆍ지도한다. [KAIST]

올 3월 KAIST 1학년 13반 학생들이 반 지도교수인 이승욱 인문사회과학부 교수와 함께 교양 필수 과목인‘즐거운 대학생활’의 개강에 맞춰 기념촬영하고 있다. 신입생은 1년간‘무전공’으로 공통과정을 이수하는 KAIST에선 1학년을 30명씩 반으로 나눠 지도교수 1명, 어드바이저(입학사정관) 1명, 남녀 프락터(선배) 2명을 배정한다. 지도교수는 어드바이저 등과 함께 신입생의 학업, 학교 생활, 진로 등을 상담ㆍ지도한다. [KAIST]

상담 경험률 100%, KAIST의 비결 
상담이 활발한 대학은 학교 차원의 노력이 뒷받힘된 경우가 많아요. 이공계 특성화 대학의 ‘맏형’ KAIST는 본지 설문에 응한 학생 100명 모두 ‘적어도 한 번 이상 지도 교수와 상담했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 100%가 ‘교수ㆍ강사와 수업 내용, 과제를 상담했다’, ‘MT, 식사, 취미활동을 통해 교류한 적 있다’고 밝혔고요.
 
KAIST가 2011년부터 도입한 독특한 신입생 교육과정의 효과인 듯합니다. KAIST는 무전공 상태로 입학한 신입생을 1년간 한반 30명 정도로 나눠 교육합니다. 각 반마다 지도교수 1명, 어드바이저(입학사정관) 1명, 남녀 ‘프락터’(선배) 2명 씩 배정하죠. 지도 교수는 학과에서 추천하는데, 가급적 젊은 교수로 정한다고 합니다. 
 
지도교수는 어드바이저 등과 함께 새내기의 학업·생활 등을 지도하죠. 규정상 한 학생을 한 학기 두 번은 만나야 한다는데, 실제론 적어도 한달 한번 이상 대화한다고 해요. 교수 취향에 따라 주말에 단체로 등산, 영화 관람 등을 하는 경우도 있죠. 학교에선 학생과의 간담회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죠. 
 
강선홍 KAIST 학생생활팀장은 “교수, 학생과의 잦은 만남이 학생들의 학교 적응, 자존감 향상, 진로 탐색에 큰 도움된다. 이렇게 맺은 사제 간의 인연이 학부, 대학원까지 이어진다”고 소개하더군요. 또한 2학년 이상 재학생은 다양한 리더십 과정, 봉사활동을 통해 교수와 멘토·멘티 관계를 맺을 기회도 많은 편입니다.  
 
지난 4월 건양대 PRIME창의융합대학 노영희 교수(가운데)가 ‘평생패밀리’ 학생들과 함께 헤어뷰티 실습 후 남은 모발로 학교 로고를 만들고 있다. 건양대는 모든 학생에게 입학과 동시에 지도교수가 배정되고 교수와 학생 간 ‘평생패밀리’라는 그룹으로 이루어진다. 대학 재학 기간 동안 지도교수와 지속적인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건양대]

지난 4월 건양대 PRIME창의융합대학 노영희 교수(가운데)가 ‘평생패밀리’ 학생들과 함께 헤어뷰티 실습 후 남은 모발로 학교 로고를 만들고 있다. 건양대는 모든 학생에게 입학과 동시에 지도교수가 배정되고 교수와 학생 간 ‘평생패밀리’라는 그룹으로 이루어진다. 대학 재학 기간 동안 지도교수와 지속적인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건양대]

'교수가 찾아가는 상담' 도입한 건양대 
충남의 건양대 역시 교수와 학생과의 만남이 활발합니다. 본지 조사에서 KAIST에 이어 지도 교수와 상담 경험율(94%), 수업 담당 교수ㆍ강사와의 상담 비율(90.5%), 수업 외 교류 경험율(92%)이 높은 학교죠. 건양대에 따르면 2016년 한해 동안 교수ㆍ학생 간의 상담이 총 3만 7081건 진행됐어요. 학생 당 평균 4.5회를 상담한 셈이죠. 
 
건양대에선 모든 학생이 입학과 동시에 지도교수가 배정됩니다. 교수와 학생이 '평생패밀리'라는 그룹으로 매칭되는데, 재학 기간 내내 지속적인 상담을 하게 돼죠.
 
신입생은 학기당 3회, 2~4학년은 학기당 2회 이상 지도교수와 상담하게 됩니다. 교수들은 주 3시간 이상을 학생 상담에 할애합니다. 학교의 전산시스템에 상담 내용을 기록하는데, 이같은 상담 실적은 교원 업적평가에 반영됩니다.
 
건양대는 2001년 강의실과 실습실 문을 개방형으로 교체했다. 2013년 교수 연구실도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고쳤다.

건양대는 2001년 강의실과 실습실 문을 개방형으로 교체했다. 2013년 교수 연구실도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고쳤다.

2015년부터 건양대는 ‘도서관 상담’도 도입했습니다. 학생이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약속 시간이 되면 도서관 안에서 교수를 만나는 방식인데, 학업에 바쁜 학생들을 배려한 거죠. 학업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면 도서관에서 책을 가져다 함께 볼 수도 있죠.
 
건양대가 이처럼 상담을 중시하는 건 ‘교수가 지식 전달자에 그치지 않고 학생을 보살피는 멘토가 돼야 한다’는 김희수(89) 총장의 지론 때문입니다. 국내 최고령 총장이자 건양대 설립자인 김 총장은 “적지 않은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온 학생을 학교가 책임지는 건 당연하다. 교수가 상담을 통해 학생의 어려운 점을 돌보면 성적도 오르고 좋은 취업처도 찾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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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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