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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전두환 회고록 출판·배포 금지

중앙일보 2017.08.05 01:00 종합 8면 지면보기
법원이 지난 4월 출간된 『전두환 회고록』(사진)의 출판 및 배포를 금지했다.
 

5·18 단체가 낸 가처분 신청 인용
전 전 대통령 측 “표현의 자유 침해”

광주지법 민사21부(부장 박길성)는 4일 “5·18민주화운동 등 역사를 왜곡했다”며 5월 단체와 유가족이 제기한 ‘전두환 회고록 출판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총 3권인 『전두환 회고록』 중 1권 ‘혼돈의 시대’에 대한 출판 및 배포가 이날부터 금지됐다. 『전두환 회고록』 1권에는 전 전 대통령이 1997년 4월 자신에 대한 대법원 판결 등을 부정하고 “5·18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초과해 5·18의 성격을 왜곡하고, 5·18 관련 집단이나 참가자들 전체를 비하함으로써 사회적 가치·평가를 저해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폭동·반란·북한군 개입 주장, 헬기 사격 및 계엄군 발포 부정 등의 내용을 삭제하지 않고서는 회고록 출판·발행·인쇄·복제·판매·배포·광고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 이 결정을 어길 때마다 가처분 신청인에게 500만원씩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자신을 ‘(5·18의) 치유와 위무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라 표현해 5월 단체의 비난을 샀다.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군 개입에 의한 폭동’이나 ‘광주사태’로 적기도 했다.
 
5·18 기념재단 등은 회고록 내용 중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주장(535페이지 등 18곳) ▶헬기 사격은 없었다(379페이지 등 4곳) ▶비무장한 민간인에 대한 학살은 없었다(382페이지 등 3곳) ▶전 전 대통령이 5·18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27페이지 등 7곳) 등 33가지 내용을 허위 주장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내용들을 삭제하지 않을 경우 회고록을 출판하거나 배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5월 단체는 가처분 인용 결정에 따라 향후 본안소송에서의 승소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5월 단체는 “회고록에서의 5·18 역사 왜곡으로 5월 단체와 피해자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지난 6월 28일 총 2억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법원의 이날 결정에 따라 『전두환 회고록』 1권에 포함된 내용 대부분을 사실상 출판·배포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재판부가 삭제 명령을 내린 33가지 내용은 회고록 1권에 담긴 대부분의 주된 내용이어서다.
 
그동안 전 전 대통령 측은 “회고록에 표현된 내용들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공적인 토론의 대상을 삼았을 뿐인데 표현의 자유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왔다. 앞서 전 전 대통령 측은 지난 6월 21일 “광주지방법원은 지역색이 강하다”며 법원 이송신청을 하기도 했다. “광주지법은 5·18의 지역색이 강해 신뢰할 수 없으니 자택 주소지인 연희동 관할의 서울 서부지법으로 이송해 달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가처분의 본안소송이 제기된 광주지법에 관할권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고록을 출판한 자작나무숲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이 막 나온 만큼 향후 삭제 명령을 받은 부분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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