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대차 中판매 반 토막? 놀라지 마라, 그게 뉴 노멀이다”

중앙일보 2017.08.04 09:21

사드 문제는 이제 루비콘 강을 건넜다. 되돌릴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에도 솔직하고도 분명하게 입장을 전해야 한다. '우리 안전을 위해 사드 배치한다'라고 말이다. 더 이상 구차한 설명을 한다면, 그건 꼼수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머지 사드 4기를 배치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든 생각이다.  
 

사드 배치, 중국 경제 압박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결기 필요

중국과의 관계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외교관들은 중국 파트너 만나기가 더 어려워지고, 기업인들은 중국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개인과 개인 간 교류도 서먹서먹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당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드를 일단 결정한 이상, 어떠한 압박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다져야 한다는 얘기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한이 있더라도, 굴하지 않겠다는 차가운 결기 말이다.
'뉴 노멀(New normal)'시대가 시작됐다.
제주도를 오가는 항공기 국제선 이용객이 절반으로 줄었단다.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됐던 중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다. 현대차 중국 판매량이 반 토막 났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의 상처들이다. 한중 수교 25 주년, 양국 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짙은 미세먼지에 싸여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그러나 놀라선 안된다. 그게 한중관계의 새로운 균형 상태, 즉 뉴 노멀이 될 테니 말이다.
 
'뉴 노멀'하의 한중 관계는 기존과는 크게 차이가 날 것이라는 게 필자 생각이다. 사드 이전과 사드 이후의 시대는 양국 관계 균형점이 완연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제 우리는 뉴 노멀 단계에서 중국과의 정치 관계, 경제 협력, 인문 교류 등의 새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말이다.
 
꼭 사드 때문만은 아니다. 사드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 할 홍역이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그 이전의 중국과는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후진타오 시대 중국은 '주변국과, 세계와 함께 해야 한다'는 국제주의적 사고가 강했다. 서방은 그들의 발전과 성장에 필요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진핑 시대 중국은 점점 민족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 "중화민족의 위한 영광을 재현해야 한다"는 민족부흥을 외치고 있다. 그게 중국몽이다.  
 
개혁개방 39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일궈낸 그들의 자신감은 과거 왕조시대 질서를 현실에 되살리려 한다. 최소한 아시아권은 우리의 영향권에 있었다는 중화DNA가 꿈틀대고 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시진핑 외교'는 이를 반영한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부딪치고, 센카쿠 열도에서는 일본을 몰아낸다. 일대일로는 실크로드의 복원이라는 말로 포장이 되고 있지만, 그 근저에는 '강한성당(强漢盛唐; 강한 한나라, 흥성한 당나라)시대를 복원하겠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사드 문제를 보는 시진핑의 시각에는 '중화-속방(屬邦)'이라는 시각이 투영됐다. '속방의 나라가 감이 천자의 나라에 화살을 겨눠?'라는 왕조 시대의 시각 말이다.  
 
그러기에 한중 관계는 이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이 주변국과, 저 멀리 서방국과 친구하던 시절의 양국 관계는 호혜를 얘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화DNA가 발양되는 지금 이 시기에는 호혜를 얘기하기 힘들다. 사사건건 갈등하고, 부딪칠 여지가 더 많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가 전근대적인 중화주의적 질서를 용인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긴장은 각오해야 한다.
한중관계가 뉴 노멀 시대에 진입했다.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고통이 따를 뿐이라는 지적이다. [출처: 차이나랩]

한중관계가 뉴 노멀 시대에 진입했다.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고통이 따를 뿐이라는 지적이다. [출처: 차이나랩]

 
"한국은 사드 배치로 원하던 원하지 않던 한미 방위체제에 더 깊숙이 편입될 것이다." 중국은 그렇게 생각한다.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한국이 가담하고 있다고 여긴다. 이미 미국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최소한 아시아에서만큼은)고 판단한 중국의 반격은 거셀 것이다. 공격 때는 가장 약한 곳을 찾기 마련이다. 한국은 가장 적합한 대상일 수 있다. 우리와의 정치적 긴장은 높아갈 수밖에 없다.
 
어찌해야 하나. 한국과 척지는 상황이 중국의 세계 전략에도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꾸준히 설명하고,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중국은 지금 여러 주변국과 '전쟁'중이다. 인도와는 국경 분쟁에 쌓여있고, 남중국해를 놓고 아시아 국가들과 대립하고 있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은 그동안 차이나 머니가 필요해 중국과 손을 잡고 있지만, 그들 역시 속으로는 중국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그동안 말이 잘 통한다고 여겨왔던 한국과 멀어지는 것이 그들에게 이익되지 않는다는 걸 실증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사드 보복이 글로벌 통상 규정을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지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 그만한 정치 외교 역량이 없다면, 우리는 중국에 당할 수밖에 없다. 국력이 중요하고, 외교력이 필요한 이유다.
경제교류는 더더욱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이미 자국 내에서 산업 내, 산업 간 서플라이 체인을 완결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점점 밖으로 밀려나가고 있다. 사드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많은 산업과 기업이 중국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을 터다. 가전, 철강, 조선, 석유화학, 그리고 자동차까지 모두 중국에 밀리고 있는 중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도 남았다. 중국이 우리를 디스 할 수 있는 이유다.

기술 축적을 이뤄온 중국은 이제 자국 내에서 공급망을 완성시키는 공업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출처: 셔터스톡]

기술 축적을 이뤄온 중국은 이제 자국 내에서 공급망을 완성시키는 공업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출처: 셔터스톡]

 
뉴 노멀하에서도 우리가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활용할 방법은 하나다. 사드의 긴장관계 속에서도 그 서플라이 체인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그래서 그 생태계 속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어차피 기술의 원산지는 중국이 아닌 서방이었다. 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과의 협력 틀을 다시 짜야 한다. 적당한 기술로, 어정쩡한 가격으로 중국에서 뭘 하기는 틀렸다. 적당히 중국 서 돈 벌던 시대는 갔다. 정부도 기업도 원점에서 대중국 산업정책, 비즈니스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돌아서는 건 더 어리석은 일이다. 11조 4000억 달러 규모, 매년 6~7% 성장하는 시장이다. 모바일 혁명이 일어나고,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이 시장을 외면하고 어디 다른 데서 대안을 찾을 수 있겠는가?
인문 교류에서도 우호적인 중국을 기대하지 말아라.
물론 개인과 개인 관계는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중국인들의 한국관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중화DNA는 공산당, 시진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중국인들의 깊은 사고에 박혀있는 요소다. 그게 사드로 인해 지금 표면화되고 있는 뿐이다. 선량한 중국인들은 매체의 선전에 영향을 받아 한국을 점점 더 디스 할 것이다.  
 
한류가 중국에서 다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한류가 무엇인가? 이미지를 먹고사는 산업이다. 그러나 한국이 이미지가 망가져있는 한류 상품이 중국에 먹힐 리가 있겠는가. 관광객이 떼로 몰려와 물건을 담아 가는 그런 시대는 더 이상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위기는 사드 이전부터 잉태되었다는 지적이다. [출처: 차이나랩]

현대자동차의 위기는 사드 이전부터 잉태되었다는 지적이다. [출처: 차이나랩]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진면목을 알았기에 더 현실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기업들은 이제 '정치 리스트'를 비즈니스 전략의 상수(常數)로 반영해야 한다. 중국이 한류를 찾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의 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문화 경쟁력이 있다면 실리를 찾는 중국인들은 공산당의 방해 전선을 넘어 한류 상품을 다시 찾을 수 있다.  
 
결국 답은 우리가 얼마만큼 더 매력적인 나라가 되느냐에 달렸다.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분야가 다 그렇다. 답은 우리가 내야 한다. 한-중관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현대차의 중국 매출이 반 토막 났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놀라지 말아야 한다.  현대차는 사드가 아니더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위기를 잉태하고 있었다. 뉴 노멀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의 말로는 항상 고통뿐이다. 원점에서 다시 전략을 짜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있다.
국내 증권사 상하이 대표처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지인이 보낸 이메일에는 그렇게 쓰여있었다.
 
차이나랩 한우덕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