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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리 칼럼] 또 다른 세계 금융위기 막으려면

중앙일보 2017.08.04 01:41 종합 29면 지면보기
자크 아탈리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자크 아탈리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낙관주의자라면 모름지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기보다 문제는 있되 응당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지금 세계가 직면한 쟁점들 대부분에 답이 있다는 믿음이다. 전부, 아니 거의 전부가 엄청난 문제들이기는 하나 거기에도 아직 해결책이 있다. 질식 상태에 놓인 대양(大洋), 기후 온난화, 식수 부족 같은 가장 심각한 문제들도 아직은 우리가 손써 볼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
 

근거 부족한 세계경제 낙관론
채무 증가와 기업 주식 평가 왜곡
미 규제완화로 위기 재발 가능성
G20 정상, 공동해결 노력 나서야

모두 우려를 표현하기 시작한, 인류의 실존 자체가 걸린 거대 담론이 있는가 하면 이보다 제한적 범위에 속하면서 그저 두고 보면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주기라도 하듯 사람들의 관심이 좀체 쏠리지 않는 사안도 있다. 유럽의 난민 수용 문제가 그런 것이다. 나서서 책임지려는 이는 없고, 이렇게든 저렇게든 시간이 가면 해결될 것이라는 투다. 그러나 거저 이루어지는 일이 어디 있으랴. 난민들을 지옥 같은 모국으로 되돌려 보낼 수 없다고 한다면 난민을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한다는 결단을 언젠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안 가운데 유난히 더 소외된 문제가 있다. 바로 다음번 국제 경제위기, 금융위기가 언제 올 것인가 하는 문제다. 실로 경제·금융 위기는 다시 없으리라는 듯 만사가 흘러가고 있다. 물론 경제·금융 위기의 임박을 알리는 분명한 수치는 없다. 사방 어디를 봐도 경제성장은 회복세로 돌아온 듯 보인다. 나라마다 속도 차이는 있지만 실업도 감소 추세다. 더욱 신중해진 입법 체계는 이전에 겪은 위기의 교훈을 잊지 않고 글로벌 은행의 회복 조건을 신설했다. 신중함의 하나로 은행 자본을 확충하도록 규정했다. 게다가 기술 발전은 한층 더 황홀한 ‘엘도라도’를 예고하는 듯하다.
 
하지만 잔인하기 짝이 없는 세계화의 현실 속에서 금융위기가 영구 축출되었다고 보는 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너무 순진하다.
 

1. 공공·민간 부문 채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불어났다. 생활 수준 유지에 필요한 자금 조달의 짐을 다음 세대로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가장 부유한 축에 속한 44개국의 공공·민간 채무는 2007년 국내총생산의 190%이던 것이 오늘날 235%에 이른다. 특히 미국 대학생과 중국 은행의 채무는 통제불능 상태다. 곧 만기도래할 퇴직자 연금 지급 물량은 계산에 넣지도 않았다.
 
2. 기업 주식가치 평가가 왜곡돼 있다. 게다가 최근 인수합병은 해당 기업의 향후 이익실현 가능성과 무관히 행해진다. 이렇게 억지에 가까운 주식 평가가 향후 채무 상환에 대해 적절한 경계심을 품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3. 2007년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미국 금융 규제가 점차 완화되면서 미국 기업들은 경쟁 기업보다 혜택을 누리게 됐다. 이들은 새로운 위험을 불사하게 되고 그 결과 총채무 금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4. 이 정도 수준의 채무는 글로벌 경제성장이나 인플레이션으로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한 달 후, 1년 후, 10년 후에는 돈 꿔 준 이들도 채권 결제 이행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 같은 상황은 이탈리아·미국·중국·중동에서 아무것도 아닌 듯한 사소한 일에서부터 촉발될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법적으로 거리낌 없는 매도프(미국의 유명한 금융 사기범)처럼 처신하기를 멈추고 은행들에 나눠주던 공짜 대출을 줄일 것이다. 각국 정부와 기업은 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모습을 목도할 것이다. 각국 정부나 기업 중에는 도산을 면하려고 뼈를 깎는 절약을 통해 빚을 메우는 곳이 늘어날 것이다. 금융위기는 실업과 구매력 하락을 동반하면서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 심지어 개별 경제주체들은 아직은 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변동금리 기반의 채무를 줄이고 팔 만한 것들을 처분할 것이다. 그러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모두 이런 방식을 택할 경우 역시 모두가 난국에 처할 수 있다. 출구라고는 단 한 군데뿐인 콘서트 홀에서 서로 빠져나가려고 하다 보면 위기를 모면하기는커녕 재촉하는 꼴이 될 것이다. 한꺼번에 서두르면 재난이 가중된다.
 
그러니 이에 대비할 때다. 다 함께 차분하게 채무를 줄이고 국가 간 적용이 가능한 금융규제 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다루었어야 한다. 진심으로 미래 세대를 걱정한다면 각국 정부는 이 문제에 몰두해야 한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리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똑똑한 낙관주의자들만 궁지에서 헤어나리라.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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