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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이 부른 ‘임용 절벽’ … 846명 뽑던 서울 초등 올핸 105명

중앙일보 2017.08.04 01:19 종합 2면 지면보기
현 정부가 초·중·고교 교사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반대로 올해 초등교사 선발인원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난해보다 8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초등 임용고시 준비생들은 “정부가 약속을 어겼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 정부, 교원 증원 약속과 달리 축소
전국서 초등 교사 43% 덜 뽑아
경기 968, 세종 219, 전북 109명 줄어
명퇴 신청 교사 줄어든 것도 한 원인
준비생 “늘린다더니 농락당한 기분”

3일 발표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18학년도 공립 교사 선발계획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 임용인원은 3321명으로 지난해 5764명에 비해 43%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울산·전남을 제외한 14개 시·도가 임용인원을 줄인 결과다. 반면 시·도별로 유치원, 중·고교 교사 선발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증가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5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올해 교사 3000명을 추가 임용하고 내년부터 2022년까지는 초등 교사 6300명, 중·고교 교사 6600명 등 총 1만5900명을 증원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시·도교육청들은 올해 추가 선발인원을 반영하기 위해 4월로 예정됐던 임용고시 선발계획 공고를 미뤄왔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교사 선발계획에서 초등 교사의 임용인원은 예상과 달리 크게 줄었다. 서울교육청은 지난해 846명을 선발했지만 올해는 80% 넘게 줄어든 105명만 뽑기로 했다. 세종시도 지난해 249명에서 올해는 30명으로 88%나 줄었다.
 
전국 17개 시·도 중 교원 임용 규모가 가장 큰 경기도도 선발인원(1836명→868명)을 절반 넘게 줄였다. 광주교육청은 지난해 20명에서 올해 5명으로 감축해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릿수 선발을 기록했다.
 
이처럼 초등학교 교사 선발 규모가 줄어든 것은 저출산에 따른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 초·중·고 학생은 2010년 723만6248명에서 지난해 588만2790명으로 6년 만에 20% 가까이 줄었다. 특히 초등학교 학생 수는 2010년 330만 명에서 지난해 267만 명으로 감소규모가 가장 컸다.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교사 수가 급감한 것도 한몫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명퇴 교사는 8931명(2월 6898명, 8월 2033명)에서 올해는 상반기(2월 기준)에 3652명에 그쳤다. 2월 기준으로만 47%가 줄어든 수치다.
 
이 때문에 임용고시에 합격하고도 학교에 자리가 나지 않아 발령을 받지 못한 미발령자가 쌓여왔다. 이 가운데 초등 교사는 2015년 135명에서 올해는 3143명까지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현재 998명이 발령을 받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올 연말까지 각 학교로 발령될 예정인원은 150여 명에 그쳐 적체현상을 해소하기에도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문영순 서울시교육청 교원임용관리팀 주무관은 “현재 미발령자가 워낙 많아 선발인원을 줄이지 않으면 미발령자 적체를 해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장 임용고시를 준비해왔던 응시생들은 크게 반발한다.
 
이날 초등 임용 준비생들의 커뮤니티인 ‘초등학교 임용 같이 공부해요(초임공)’에는 “이 정도면 최악의 교사 수급 실패다. 올해 3000명 증원 약속에 기대를 했는데 농락당한 기분이다” “임용고시의 무력화다” 등 실망과 분노를 나타내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도 이날 조희연 서울교육감을 만나 항의의 뜻을 전했고 서울교대생들도 4일 시교육청을 방문해 선발인원 확대를 요구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미온적인 정책이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정문성 경인교대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는 충분히 예상됐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동안 선심성으로 너무 많이 뽑았던 문제가 올해 터지고 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원 정원 조정권한을 가진 교육부도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지영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초등은 학령인구 감소로 미발령자 적체 문제를 풀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향후 5년간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정현진·전민희·이태윤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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