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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러 제재 조치에 빅3 정면충돌 조짐 ‘무역전쟁’ 번지나

중앙일보 2017.08.04 01:01 종합 8면 지면보기
냉전 종식 이후 수면 아래로 내려앉았던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빅3’의 정면 충돌 양상이 재현되고 있다. 미·중, 미·러 간에 무역 전쟁을 알리는 신호탄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제재 법안에 러시아 “보복” 경고
트럼프, 대중 무역 조치도 앞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새 경제 제재 법안에 서명한 데 이어 중국을 타깃으로 한 무역 조치를 4일(현지시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은 긴장하고 있고,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미국 CNBC는 미국 정부 고위관료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대통령 명령(Presidential memorandum)’을 발표하고 서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지적 재산권 침해를 근절하고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만드는 게 골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중국이 대미 무역에서 수천억 달러를 버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 조치를 위해 1974년 제정된 이른바 ‘수퍼 301조’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퍼 301조는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의 행정명령만으로 미국이 무역 상대국에 보복관세나 다른 무역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다. 80년대~9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와 일본·대만 등에서 적용되며 세계를 떨게 했다. 하지만 CNBC에 따르면 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설립된 이래 이 법안이 무역 제재에 사용되지는 않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에 대한 지적재산권 및 무역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야당인 민주당까지 트럼프의 대중 무역 압박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는 북핵 위협에 맞서 중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해왔다.
 
중국신문망 보도에 따르면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3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는 지적재산권을 일관되게 보호해왔고 성과를 거둬왔으며, WTO 회원국이 무역조치를 할 때는 반드시 관련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제재 법안 서명에 들끓고 있다. 법안에는 러시아 기업의 미국과 유럽 내 석유 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지도층에 타격을 주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대통령이 러시아 제재 완화나 정책 변경을 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규정도 명시해놨다. 트럼프가 러시아 내통설로 연일 시달리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다. 러시아는 미 외교관 등 755명에 대한 추방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의 새 제재는 근시안적이며 세계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면서 “러시아는 분명히 보복성 조처를 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맞제재도 가능하다고 경고한 것이다. 메드베데프 드미트리 러시아 총리는 페이스북에 이는 “완전하고도 철저한 무역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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