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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홍콩 시내서 20분, 거기서 만난 뜻밖의 풍경

중앙일보 2017.08.04 01:00 종합 17면 지면보기
홍콩의 매력은 도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하철을 타고 20분만 이동하면 오히려 도시의 번잡스러움으로부터 탈출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남중국해 주변 얘기다.
 

해양공원엔 발판 없는 롤러코스터
펭귄과 눈 맞추며 밥먹는 레스토랑
남중국해 노을 펼쳐지는 노천카페

남중국해의 낮, 오션파크(Ocean Park)
 
홍콩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오션파크. 남중국해부터 빅토리아 하버, 홍콩 주변 섬들까지 내려다보인다.

홍콩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오션파크. 남중국해부터 빅토리아 하버, 홍콩 주변 섬들까지 내려다보인다.

센트럴역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 지나 오션파크역을 빠져나오면 올해로 개장 40주년을 맞는 오션파크 입구와 맞닥뜨린다. 사진 찍느라 손에서 놓지 못했던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이제 즐길 때다.
 
오션파크는 워터파크가 아니라 해양공원이다. 에버랜드와 비슷하지만 에버랜드에는 없고 오션파크엔 있는 강점이 있다. 바로 남중국해다. 놀이기구를 타면 남중국해와 붙어 있다는 걸 가장 스릴 있게 느낄 수 있다. 40년 된 케이블카를 타고 입구로부터 8분쯤 산을 넘으면 놀이기구가 모여 있는 ‘스릴 마운틴’ 구역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밑바닥 없이 달리는 롤러코스터 ‘헤어 레이저(Hair Raiser)’가 있다. 열차에 앉은 뒤 갑자기 사라지는 발 받침대와 뜻하지 않게 공중에 덜렁대는 자신의 다리를 보며 후회해도 때는 늦다. 열차는 탄 사람의 심정은 안중에 없이 화가 난 코브라처럼 하늘로 용솟음쳤다가 몸을 꼬며 바다 쪽으로 곤두박질친다.
 
너무 스릴이 넘쳤다면 가까운 ‘턱시도(Tuxedos)’ 레스토랑에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턱시도를 입은 듯한 작은 펭귄 수십 마리를 구경할 수 있는 곳으로, 밥 먹는 내내 펭귄들이 얼음 위에서 멍청히 미끄러지는 장면을 보면서 펭귄이 얼마나 애교가 많은지 알게 된다. 스페셜 음식으로는 올리브와 썬 오이 두 쪽이 눈알, 고깔콘이 코가 된 펭귄 모양의 피자가 나온다.
 
마티아스 리 오션파크 사장은 “오션파크의 모든 시설은 ‘사람과 자연의 교감’을 추구하는 운영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1977년 홍콩마사회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비영리 법인인데 지구온난화 방지와 멸종위기 동물 보호를 위한 여러 연구단체도 후원하고 있다.
 
세계 최고령 자이언트판다 ‘안안(安安)’. 올해 31세로 사람으로 치면 90세가 넘은 어르신이다.

세계 최고령 자이언트판다 ‘안안(安安)’. 올해 31세로 사람으로 치면 90세가 넘은 어르신이다.

이러한 운영 철학으로 인해 때론 동물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동물쇼가 예정돼 있었더라도 동물이 응하지 않으면 취소될 수 있다. 이곳 명물인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서른한 살(사람으로 치면 구순)의 자이언트판다 ‘안안(安安)’도 관계자가 “숙면을 취하는 중”이라고 해 만나지 못했다. 대신 한창때인 젊은 수컷 자이언트판다 ‘러러(樂樂)’에게 먹이를 주고 그의 변 냄새를 맡아 보는 경험은 할 수 있었다.
 
테마파크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이면 으레 겪는 피로함이 오션파크에선 덜하다. 인공적이고 닫힌 공간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열린 공간이 주는 편안함 덕이다. 이곳에서는 2019년 개장을 목표로 한국의 ‘캐리비안베이’ 같은 물놀이 공간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남중국해의 밤, 스탠리(赤柱) 베이
 
남중국해 밤이 깃들며 블레이크 항구와 머리 하우스(Murray house·오른쪽 건물)에 주황빛 불이 켜졌다.

남중국해 밤이 깃들며 블레이크 항구와 머리 하우스(Murray house·오른쪽 건물)에 주황빛 불이 켜졌다.

날이 저물면 바다와의 스킨십을 좀 더 진하게 할 때다. 오션파크역에서 버스로 40~50분 가면 ‘스탠리 마켓’ 정류장에 도착한다.
 
항구가 있는 이곳은 어부들, 만 끝쪽 언덕에 사는 부유한 홍콩 주민들, 그리고 외국인 방문객이라는 이질적인 집단이 어우러진 독특한 구역이다. 영화 ‘첨밀밀’의 OST를 부른 홍콩의 국민가수 등려군(鄧麗君·덩리쥔)도 죽기 전인 90년대에 스탠리 베이에서 살았다.
 
정류장에서부터 언덕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좁은 골목에 옹기종기 작은 상점이 모여 있는 스탠리 마켓이 나온다. 치파오 같은 전통의상뿐 아니라 제법 값나가는 원피스를 판매하는 옷가게, 액세서리가게, 갤러리 등이 있다. 한국의 남대문시장 같은 몽콕(旺角·왕자오) 야시장과는 다른 매력을 풍긴다.
 
마켓 거리가 끝나면 잔잔한 파도 소리와 함께 블레이크 항구(Blake Pier)의 고즈넉한 풍광이 펼쳐진다. 육지 쪽으로 움푹 파인 둥근 해안선을 따라서는 원색의 노천카페가 줄지어 있고, 사람들은 둑 위를 걸으며 사진을 찍거나 카페에서 맥주를 마신다. 대형 애완견을 끌고 나와 해안도로를 산책하는 주민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한낮에도 스탠리 베이를 찾는 관광객은 많지만 노천카페에 앉아 남중국해 너머로 해 저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해 질 녘부터 밤까지의 시간이 아름답다. 홍콩 침사추이(尖沙咀·젠사쥐)에서 볼 수 있는 빅토리아 하버의 무지갯빛 야경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풍경에 지친 마음이 풀어진다. ‘당신은 내게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물었죠. 생각해보세요,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죠(你问我爱你有多深 我爱你有机分. 你去想一想 你去看一看, 月亮代表我的心)’라고 고백하던 등려군의 노랫말을 듣는 것처럼.
  
홍콩=글·사진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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