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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새 외무상은 위안부 강제동원 인정한 고노 장관 아들

중앙일보 2017.08.03 15:49
3일 이뤄진 아베 내각의 3차 개각에선 대표적 지한파로 꼽히는 고노 다로(河野太郎 54) 외무상의 발탁이 눈에 띈다.
 

'고노담화' 주역 고노 요헤이의 장남
일한 의원연맹 활동...대표적 '지한파'
아베 정권 틀 내 한일관계 큰 변화는 없을 듯

고노 외무상은 1993년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 사실을 최초로 인정한 ‘고노담화’을 이끌어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장남이다. 
 
그가 공개적으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힌 적은 없다. 2015년 행정개혁담당상 입각 이후 고노담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드리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즉답을 피한 적이 있다.
3일 개각에서 외무상에 발탁된 고노 다로[출처= 고노 다로 페이스북]

3일 개각에서 외무상에 발탁된 고노 다로[출처= 고노 다로 페이스북]

 
하지만 고노 외무상은 당내에서도 소신있는 발언을 자주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거나, 탈원전 정책에 찬성하는 모임에서 활동해온 것 등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당 주류나 원로정치인들에게서 좋은 소리는 못 듣는 편이다.  
 
고노는 한일관계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한일 의원외교 조직인 일한의원연맹에서 활동했고, 2000년대 초반 한국 소장파 의원들과도 매년 2차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셔틀 외교를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 고노 의원실에서 비서관을 지낸 이성권 전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이 정치, 경제, 문화 측면에서 변화를 많이 보인 시기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전후(戰後) 정치인 가운데 아시아를 중시한다는 점에선 아버지와도 생각이 일맥상통 한다”고 말했다. 폭탄주도 즐기고, 잠깐동안 한국어도 배웠다고 한다.  
 
그가 지한파이기는 하지만 아베 내각에서 한일관계 회복의 중심적 역할을 하기에는 운신의 폭이 넓지는 않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기본적으로 대미외교를 중시하고 대북 강경정책을 취하고 있는 아베 정부의 외교정책 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그동안 각료들의 민감한 발언 하나로 한일관계가 급냉되기도 했던 것에 비춰보면, 한일관계 갈등이 심화하지 않도록 일련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일 개각에서 외무상에 발탁된 고노 다로.[출처=고노 다로 페이스북]

3일 개각에서 외무상에 발탁된 고노 다로.[출처=고노 다로 페이스북]

일본 정계에서도 고노 외무상의 발탁을 한일관계와 연관지어 바라보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최근 잇딴 사학스캔들과 측근들의 실언으로 지지율이 최악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고노를 기용해 지지율 반등을 꾀하려는 인사라는 게 주된 시각이다.
 
닛케이 신문은 “최근 각료들의 경험부족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의식해, 아버지에 이은 ‘2대 외무상’으로 고노를 발탁했다는게 이번 개각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고노 외상은 상임위에서 외무위원장을 지냈고, 미 백악관이나 국무성에도 독자적인 라인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조지타운 대학에서 유학을 해 영어도 능통하다.
 
활발한 TV출연과 소신있는 발언으로 대중적으로 인지도는 높다. 오랫동안 차세대 정치인으로 분류되어 왔지만, 당내 주류의 지지를 받지 못해 총리 후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이번에 외무상으로 발탁되면서 차세대 총리감으로 한발짝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고노 외무상은 3일 기자들에게 “지지율 운운하기보다, 정권은 국민들이 미래가 밝다고 느끼도록 열심히 일해야 한다. 지지율은 그게 제대로 되면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미래를 밝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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