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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재심' 실화…'익산 약촌오거리' 피해자, 옥살이값 10% 기부

중앙일보 2017.08.03 15:49
법원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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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살인범의 누명을 벗은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당사자인 최모(33)씨가 형사보상금 8억여 원 가운데 10%를 기부하기로 했다.
 

최씨, 2000년 8월 약촌오거리 사건 범인 몰려 10년간 복역
'억울한 복역대가' 형사보상금 8억4000만 원 중 기부키로

사법 피해자 조력 단체와 진범 잡은 전 형사반장에 5%씩
최씨 "저 처럼 억울한 피해자들 위해 써달라" 기부 결정

최씨의 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3일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 연루돼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씨가 형사보상금 8억4000여만 원을 받으면 사법 피해자 조력 단체에 5%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나머지 5%는 해당 사건의 진범을 잡는 데 도움을 준 황상만(63)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황 전 반장은 해당 사건이 발생한 후인 2003년 6월 또 다른 택시강도 사건을 수사하던 중 최씨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했다.  그가 진행한 수사는 당시 최씨에 대한 확정판결을 뒤집지는 못했지만 재심 때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됐다.
재심 법정 앞에서 만난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당사자 최모씨와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진 박준영 변호사]

재심 법정 앞에서 만난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당사자 최모씨와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진 박준영 변호사]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 7분쯤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세)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인근 다방의 커피 배달원이었던 최씨(당시 16세)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최씨가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중 유씨가 욕설을 한데 격분해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최씨는 2001년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돼 2010년 만기 출소했다.  
 
하지만 법원의 확정판결 이후에도 ‘진범이 따로 있다’는 등의 새로운 제보가 이어지면서 부실수사 논란을 빚었다. 경찰은 2003년 재수사를 벌여 진범으로 추정되는 김모(36)씨를 붙잡았지만 진술 번복과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재심'의 주연을 맡은 강하늘과 정우. 중앙포토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재심'의 주연을 맡은 강하늘과 정우. 중앙포토

최씨는 2013년 3월 "경찰의 강압 수사 때문에 허위 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해 지난해 11월 무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최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지 4시간 만에 진범 김씨를 체포해 법정에 세웠다. 김씨는 지난 5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16년 만에 살인 누명을 벗은 최씨 사건은 배우 강하늘과 정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됐다. 최씨는 "저 처럼 억울한 피해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돈을 기부키로 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17년 만에 살인 누명을 벗은 '삼례 나라수퍼 3인조 강도 치사 사건'의 당사자들이 형사보상금을 기부한 바 있다. 임명선(38)·최대열(37)·강인구(37)씨 등 3명은 보상금 11억여 원 중 10%를 피해자들의 가족과 다른 사건의 재심에 쓰일 기부금으로 전달했다.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법률 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 연합뉴스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법률 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 연합뉴스

형사보상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무죄가 확정된 경우 구금 일수만큼 돈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다. 형사보상법에는 보상을 청구한 해의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하루 급료의 최대 5배까지를 구금 날짜만큼 보상하도록 돼있다.
 
박 변호사는 "이번 기부를 통해 최씨처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익산=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재심 법정 앞에서 만난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당사자 최모씨와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진 박준영 변호사]

재심 법정 앞에서 만난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당사자 최모씨와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진 박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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