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I 시대, 살아남을 일자리는? … 결국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

중앙일보 2017.08.03 11:33
 인공지능(AI)의 시대, 인간이 설 자리는 어디일까.    
 

전문직도 안심할 수 없는 AI 시대, 2020년까지 500만 개 일자리 사라져
영국 BBC “사람의 감정이 중요한 직업은 로봇이 대신할 수 없다” 보도
의료ㆍ교육 부문이 대표적. 다른 직업에서도 소통 능력 더욱 중요해져

지난해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선 2020년까지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거란 예측이 나왔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앞으로 20년 안에 미국 일자리의 47%가 자동화로 인해 사라질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해 세계은행그룹(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을 돕는 기구)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비숙련 노동자가 많은 개발도상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 전체 일자리의 3분의 2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도 2025년에는 국내 일자리의 60%가 로봇과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각종 연구는 단순 노동ㆍ사무직 등이 로봇에 자리를 뺏길 위험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고도의 지식을 요하는 직업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옥스퍼드대 보고서에 따르면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 중에는 회계사ㆍ프로그래머ㆍ판사ㆍ경제학자ㆍ금융전문가 등 소위 ‘전문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컸다.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일자리는 인공지능이 쉽게 넘보지 못할 거란 시각이 주된 것이었지만, 최근엔 소설 쓰기ㆍ작곡 등 창의적인 영역에도 AI가 침투하고 있다.  
큐렉소 '티솔루션원'  (서울=연합뉴스) 수술로봇 전문기업 큐렉소는 인공관절 수술로봇 신제품을 부산센텀병원에 설치, 국내 공급을 시작했다고 28일 전했다.  큐렉소에 따르면 이 제품은 무릎과 엉덩이의 인공관절 전치환술(인공관절 시술)에 사용하는 완전자동로봇 '티솔루션원'이다. 2017.7.28 [큐렉소 제공=연합뉴스](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큐렉소 '티솔루션원' (서울=연합뉴스) 수술로봇 전문기업 큐렉소는 인공관절 수술로봇 신제품을 부산센텀병원에 설치, 국내 공급을 시작했다고 28일 전했다. 큐렉소에 따르면 이 제품은 무릎과 엉덩이의 인공관절 전치환술(인공관절 시술)에 사용하는 완전자동로봇 '티솔루션원'이다. 2017.7.28 [큐렉소 제공=연합뉴스](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런 가운데 영국 BBC가 최근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방송은 “AI와 로봇이 많은 산업에서 인간을 대체하게 되겠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감정’이 중요한 직업에서는 로봇이 인간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인간을 실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에 있어 AI는 인간과 거의 경쟁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인간의 얼굴과 목소리로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개발중이긴 하지만 ‘진정한 공감’(genuine empathy)은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이런 일자리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의료’와 ‘교육’ 부문을 꼽았다. 로봇 의사가 의료 부문 일자리를 잠식할 거란 우려가 커져왔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외려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4000만 명의 의료 종사자가 새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도의 기술을 가진 의사뿐 아니라, 환자를 돌보고 아픔에 공감해줄 의료 인력을 포함한 수치다.
 
방송은 “이러한 직무는 로봇이 대신 하기 힘들며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감정적인 기술’을 가진 노동자가 설 자리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감정적인 기술, 즉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의료진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란 얘기다. 
 
감정적인 연결과 소통이 중요한 교육 분야 또한 기계로 대체가 어려운 산업 중 하나로 꼽혔다. 어린 아이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성취 동기를 부여하고 잠재적인 문제를 발견해야 하며, 여러 사회적 기술을 가르쳐야해서다.  
 
성인에 대한 교육도 마찬가지다. 한때 대중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교육이 크게 주목받기도 했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해 홀로 학습한 이들보다 전문 인력의 도움을 함께 받은 이들의 성취도가 더 높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지난 20일 일본 도쿄의 와세대 대학을 방문해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지난 20일 일본 도쿄의 와세대 대학을 방문해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AP=연합뉴스]

AI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 [AP=연합뉴스]

AI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 [AP=연합뉴스]

 
꼭 이 분야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은 어디에서도 쓰임이 있으며, 그 기술만으로도 인간 고유의 일자리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이 보도의 골자다. “유쾌하게 고객을 응대하는 수퍼마켓 캐셔, 부하 직원이 자신을 여전히 가치 있고 유능하다고 느끼게 할 줄 아는 상사, 고객의 표정만 보고도 그의 마음을 짐작하는 영업 사원 등 어떤 영역에서도 ‘감정적인 기술’은 유용하다”는 것이다. 방송은 2016년 세계은행그룹이 연구를 진행한 결과, 설문 대상 고용주들의 79%가 근로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로 정직성과 팀 내에서 잘 어울려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관련기사
문제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공적인 투자가 턱없이 부족하단 사실이다. 이를테면 교육 전문 인력에 대한 지원이 미흡한 것도 그에 해당한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직업별 소득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종사자들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고 꼽은 직업 10개 중 보육 종사자와 고등학교 교사가 꼽혔다. 
 
BBC는 자동화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로 얻은 이익을 의료와 교육 부문처럼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게 될 영역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OECD 보고서에 따르면 교사 임금 인상률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