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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 대책] 대출한도 하루 사이에 3분의 2로 뚝…"계약한 집 잔금 어쩌나" 아우성

중앙일보 2017.08.03 10:22
서울의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의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잔금일 한달 앞두고 청천벽력이네요.”
“지난달 계약한 집, 잔금일이 9월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대출한도를 줄이면 1억이란 돈을 어떻게 만드나요? 신용대출 받아야 하나요.”

기재부 '투기지역' 지정과 동시에 6억 초과 LTV 40% 자동 부활
은행뿐 아니라 전 금융권 공통으로 3일부터 대출한도 축소
"이미 집 계약했는데" 대출 예정자들 불만 크지만 구제방법 없어
2일까지 신청 들어온 대출은 기존 규제 적용해주기로

 
3일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서는 최근 집 매매 계약을 맺은 이들의 불만 글이 쏟아졌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강화된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당장 3일부터 적용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대부분 집 계약만 하고 잔금일은 아직 남아서 대출 신청을 하기 전인 사람들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각 은행은 2일 오후 지점에 공문을 보냈다. 3일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엔 강화된 LTV·DTI 규제를 적용하라는 내용이다. 적용 대상자는 3일 이후 대출을 신청하는 소비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일까지 대출을 신청한 사람에 한해 기존 규제를 적용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대출 상담만 미리 했고 아직 대출 신청을 하진 않았다면 강화된 규제를 적용 받는다는 뜻이다.
 
3일부터 LTV·DTI가 강화되는 건 은행권뿐 아니라 전 금융권 마찬가지다. 다만 LTV 40%, DTI 40%를 적용 받는 건 당분간은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11개구(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와 세종시의 6억원 초과 아파트로 한정된다. 나머지 서울 14개구는 투기지역이 아닌 투기과열지구이기 때문에 주택유형·대출만기·담보가액에 따라 LTV 50~70%를 적용한다. DTI는 6억원 초과 아파트 구입 목적 대출에 40% 적용이다.

 
이는 2일 발표된 대책과는 내용이 조금 다르다. 8·2대책에선 서울 전역을 포함한 투기과열지구에 주택가격 상관없이(6억원 이하도 포함) 일률적으로 LTV·DTI 40%를 적용한다고 했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건 아직 금융위가 감독규정을 개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기획재정부가 투기지역을 지정함과 동시에 그동안 잠자고 있던 투기지역 관련 금융규제가 되살아났다. 따라서 감독규정이 개정되기 전 약 2주 동안은 서울에선 11개구, 6억원 초과 아파트만 LTV 40%, DTI 40%를 우선 적용 받는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투기지역이 지정되면 곧바로 원래부터 있던 규정이 살아나기 때문에 전 금융권이 의무적으로 이를 따라야만 한다”며 “서울 11개구 아파트 중 상당수가 6억원 초과여서, 대부분 고객들이 LTV·DTI 40%를 적용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격한 대출규제 변화의 영향을 받게 된 소비자들은 아우성이다. 서울 11개구는 6·19 부동산 대책으로 LTV가 70%에서 60%로 떨어진 지 두달이 채 안 돼 다시 40%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며칠의 유예도 없이 전격 적용된다는 점에서 당황한 소비자가 많다. 하루 사이에 대출 한도가 집값의 60%에서 40%로 3분의 2토막 났기 때문이다.  
[그래픽] LTV·DTI 강화, 신규대출 40만명 타격  (서울=연합뉴스) 

[그래픽] LTV·DTI 강화, 신규대출 40만명 타격 (서울=연합뉴스) 

 
금융당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투기과열지구에서 나간 주택담보대출 중 80%(건수 기준)는 이번에 강화된 LTV·DTI 규제로 인해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대출자 5명 중 4명 꼴로 LTV·DTI 40%를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는 의미다. 그만큼 규제 강화가 주택담보대출 이용자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기지역 지정은 기획재정부 소관의 일로, 기재부가 이를 지정한 이상 금융당국이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며 “아마도 투기지역 지정에 며칠이라도 유예기간을 주면 선대출 수요가 급증하는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해서 전격 지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투기지역 지정 이전인 2일까지 대출을 신청한 경우라면 기존 한도대로 대출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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