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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中도 ‘부동산 망국론’, 강남 3구보다 더 뜨겁더라!

중앙일보 2017.08.03 07:00
뜨겁다 못해 타 죽을 판이다.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또다시 부동산 광풍이다. 부동산 중개업계 관계자들은 “아예 매물이 없다”는 말로 시장 상황을 설명한다. 결국 정부가 나서 강남 3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쓸 수 있는 규제 카드를 다 쏟아내겠다는 심산이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국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경제성장률(6.9%)을 발표하자 부동산 투자에 기댄 성장이라는 ‘비관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한 고급 아파트 전경 [사진 이매진차이나]

중국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경제성장률(6.9%)을 발표하자 부동산 투자에 기댄 성장이라는 ‘비관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한 고급 아파트 전경 [사진 이매진차이나]

국제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LA에서도, 시드니에서도, 토론토에서도... 그중에서도 심한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중국이다.  

中 소비자 “정부가 어떤 대책 내놔도 집값 떨어지지 않을 것”,
주택담보대출 금리 올리고, 대출 비율 줄여도 소용없어
中 당국, 주택가격 상승은 우려할만한 수준 아니라는 입장
하지만 서구 언론, “늘어난 소비, 대부분 집 사는데 쓰여”
경제 규모 커졌지만, 중국인 집소유 ‘집착’도 더불어 커져

 
중국 당국이 동부 주요 도시를 겨냥해 집값 안정대책을 내놓으면 내륙 중소 도시로 상승세가 번져가고, 내륙 도시의 투기를 잡겠다고 나서면 어느덧 동부지역에서 또다시 들썩인다. 중국 소비자들은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집값은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심 확신한다. 부동산 시장 위축은 곧 경제성장 둔화를 뜻하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올가을 5년 만에 열리는 공산당 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어떤 수를 쓰던 경기를 부추겨야 할 판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주택 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고, 두 번째 주택 매입에 대한 대출 비율을 낮추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집값은 내려갈 줄 모른다. ‘당대회가 있는 한 집값은 끄떡없다’는 소비심리가 굳건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베이징·상하이 등의 1선 도시뿐만 아니라 허페이·샤먼 등 일부 2선 도시의 부동산 버블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허페이성 스자좡 시의 고층 아파트 [사진 중앙포토]

중국에선 베이징·상하이 등의 1선 도시뿐만 아니라 허페이·샤먼 등 일부 2선 도시의 부동산 버블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허페이성 스자좡 시의 고층 아파트 [사진 중앙포토]

올 상반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6.9%를 기록했다. 1·2분기 모두 6.9%로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작년 6.7%보다도 높다. 그런데 서방 전문가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부동산 시장 과열이 만든 불안정한 성장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부동산 분야(건설·장식·거래 등)가 중국의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년 전 10% 안팎에서 지금 35% 선에 육박한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의존형 성장이 그만큼 심화됐다는 얘기다. 서방 전문가들이 ‘속을 까집어 보면 엉터리 성장이야~’라고 냉소를 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체 중국 부동산 시장은 얼마나 올랐고, 어느 정도 뜨거울까. 차이나랩이 팩트체크를 해 봤다.
도대체 얼마나 비싸나?
중국 집값이 어느 정도인지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수치는 연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이다. 아래 표를 보자. 높은 도시로 상위 1위부터 4위까지 중국이 휩쓸었다.  
전 세계 가구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순위 [자료 넘베오 *2017년 상반기 기준]

전 세계 가구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순위 [자료 넘베오 *2017년 상반기 기준]

국가 통계 비교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 선전이 39.76으로 가장 높았으며, 홍콩(38.61)·베이징(37.80)·상하이(36.91)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선전은 집값과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 런던(24.16)보다 1.5배 이상 높고, 한국 서울(19.17)보다는 두 배가 넘는다.  
 
쉽게 말해 선전에 살려면 1년 동안 버는 돈을 40년 가까이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 한 채 마련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서울보다 중국 선전·홍콩·베이징·상하이에서 더 요원한 셈이다.  
 
‘집값 상승’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일종의 ‘트렌드’다. 지난 5월 중국 70개 도시 주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9.7% 올랐다. 그나마 지난 2월 시행된 규제 정책으로 둔화됐다는 게 그 정도다. 6월엔 중국 국가통계국도 70개 도시 가운데 60곳의 집값이 일제히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도시별로는 상하이가 전년 동기 대비 31%나 올랐다. 6월 신규주택 판매량도 지난해 동월보다 30% 가까이 뛰었다. 상하이 당국은 ‘그 정도라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지난해 9월 중국 각 지방정부가 부동산 규제에 착수했던 때의 증가폭은 무려 50%에 달했기 때문이다.
중국 선전·베이징 등 1선 도시에서 시작된 부동산 가격 상승이 2·3선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한 남자가 광저우의 부동산 중개소 앞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 선전·베이징 등 1선 도시에서 시작된 부동산 가격 상승이 2·3선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한 남자가 광저우의 부동산 중개소 앞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 돈은 아파트로 쏠린다?
그렇다. WSJ 보도에 따르면 장기 가계 대출(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은행 신규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초과하고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전체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로 높아졌다. 3년 전보다는 약 9% 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 경제를 분석하며 “부동산 거품에 기댄 성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지난 5월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자료 중앙포토]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 경제를 분석하며 “부동산 거품에 기댄 성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지난 5월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자료 중앙포토]

집값은 절대 떨어질 수 없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는 지금 중국 돈을 은행에서 부동산 시장으로 옮겨놓고 있는 중이다. 지난 25일 FT의 전문 리서치 서비스인 FT 컨피덴셜리서치(FTCR)에 따르면 중국 가계 대출은 6월에만 7384억 위안으로 증가했다. 1278억 위안을 기록했던 전달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주택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 탓이다. FTCR이 중국 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4.1%가 앞으로 6개월간 중국 주택 가격이 오른다고 봤다.  
 
상반기 중국인 가처분소득은 전년 대비 8.8% 늘었다. 하지만 늘어난 가처분소득에 주택담보대출이 포함된다는 게 문제다. 상하이재경대학 고등연구원 연구팀이 발표한 ‘중국 거시경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국민 가처분소득 중 신규 부동산 대출의 비율은 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6.9%까지 올랐다. 미국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하기 전보다 높은 수치다.  
 
연구팀은 “가계 부채가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난다면 2020년에 국민 가처분소득 중 부동산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 세계에서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도 다급한 모양새다. 최근 금융공작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버블을 7대 금융 위험 중 하나로 꼽으며 규제책을 내놨다. 하지만 FT는 “10월 말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나름대로 국가적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정치적 필요성 때문에 너무 강한 긴축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사진은 중국 광저우의 아파트 전경들 [사진 셔터스톡]

사진은 중국 광저우의 아파트 전경들 [사진 셔터스톡]

WSJ도 바로 이점을 꼬집는다. 광저우의 한 광고회사 중역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새 규제로 광저우에서 세 번째 아파트를 사려던 계획이 실패해 여기서 한 시간 떨어진 포산에 아파트를 구했다”며 “정부가 시장 통제의 고삐를 더 죌수록 부동산 가격을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구매를 제한하는 새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집을 사겠다는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되레 완화할 것이라는 믿음이 시장에 짙게 깔려있다고 풀이했다.
 
중국은 분명 성장했다. 하지만 부동산의 영향력도 그만큼 커졌다. 한국·중국 모두 정책만으로 부동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다. 잡으려 하면 터질 것 같고, 놔두면 곪아서 더 크게 상할 것 같다. 그림자금융·기업부채 등 ‘보이지 않은 위험’이 중국 ‘비관론’의 중심이었다면, 이젠 주택을 사려는 중국인들의 ‘집착’이 더 무서운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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