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춘식의 寫眞萬事] 무더위 그늘막으로 본 부자 구청 가난한 구청

중앙일보 2017.08.03 06:01
  2015년 서울 서초구청에서 시작된 대로변 그늘막 설치가 서울시 전역으로 퍼진 사실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 등에 설치된 그늘막은 잠시나마 강한 햇빛을 가려주고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대표적인 생활밀착형 행정서비스로 여전히 시민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뜨거운 햇볕이 머리를 짓누르는 대로변에서 공무원이 제공하는 그늘의 보호를 받아본 시민들은 통치나 관리 차원을 맴돌던 행정의 본질이 봉사와 헌신 등보다 고급스러운 차원으로 확장되는 느낌을 경험한다. 이런 경험은 실제 생활에서의 혜택은 물론이고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킨다는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2015년 서초구청은 조은희 구청장의 아이디어로 대로변에 '서리풀원두막'이라는 그늘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고속터미널 뒤 서초중앙로 4거리의 그늘막. 

2015년 서초구청은 조은희 구청장의 아이디어로 대로변에 '서리풀원두막'이라는 그늘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고속터미널 뒤 서초중앙로 4거리의 그늘막. 

 그늘막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서초구의 실험이 시민들의 열띤 호응 속에 서울시 전역으로 퍼져 서초구민뿐만 아니라 서울시민 전체가 혜택을 누리게 됐지만 한 가지 아쉬운 측면이 있다. 구청별로 혹은 구청 산하 동 단위 별로 제작해서 설치한 그늘막의 형태나 색상이 너무 제각각이다. 각 구청을 아우르는 서울시 차원의 조화나 조율 없이 무계획적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는 느낌을 준다.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뒤 효자동 3거리의 그늘막. 그늘막 비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성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늘은 있지만 감동이 없다.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뒤 효자동 3거리의 그늘막. 그늘막 비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성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늘은 있지만 감동이 없다.

 서울 한복판 종로구 효자동 거리의 그늘막은 그늘을 제공한다는 원초적 기능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그늘에 선 시민의 감동까지 끌어내는 디자인적 요소는 철저히 무시됐다.
행정자치부가 조사한 2016년도 지방자치단체 통합재정 개요에 따르면 서초구의 재정자립도는 63.6%이고 종로구는 이보다 9% 포인트 처진 54.6%다. 종로구 살림살이가 서초구에 비해 조금 덜 튼실하지만  종로구 관할 지역이 서울 한복판이라는 상징성에다가 많은 외국 관광객들까지 더불어 이용한다는 점에서 그늘막의 비용 대비 효용은 서초구보다 훨씬 높을 게 분명하다. 종로구 그늘막 디자인은 비용보다 성의가 문제다. 성의가 개입하면 비용은 공공투자가 될 수도 있다. 재정자립도 30.1%의 서대문구나 47.1%의 용산구, 31.0%의 금천구 그늘막의 경우도 종로구와 별반 차이가 없다. 상대적으로 살림살이가 넉넉한 구청의 그늘막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차이의 전체 이유는 아닌 것이다.  
서대문구 독립문 부근 서대문 로터리의 그늘막.

서대문구 독립문 부근 서대문 로터리의 그늘막.

용산구 용산경찰서 부근 4거리의 그늘막.

용산구 용산경찰서 부근 4거리의 그늘막.

금천구 시흥4거리의 그늘막.

금천구 시흥4거리의 그늘막.

 
 서울시 산하 25개 모든 구청이 서초구의 디자인을 따를 이유는 없다. 다만 서울시와 구청의 담당자들이 모여 여러개의 디자인과 색상을 정하고 각 구청이 그 중에서 각자의 실정에 맞게 한 두개를 선택하게 하면 서울시 전체 차원에서 개성과 통일성이 동시에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도시인 프랑스의 파리나 미국의 뉴욕, 영국의 런던 등도 개별 카페라면 모를까 자치단체 단위에서 대로변에 그늘막이나 텐트를 상시 설치하지는 않는다. 서초구에서 시작된 그늘막 실험은 잘만하면 서울시 전체의 도시미관을 업그레이드 하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생활밀착형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사업이 될 수 있다.
글·사진=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