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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4) 결혼이 삐걱거릴 때 읽어볼 만한 시

중앙일보 2017.08.03 04:00
웃고 울고 하면서 파노라마처럼 스쳐 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결혼이란 제도에 묶여 수십 년간 끈질기게 내 곁을 버티고 서 있는 저 사람은 대체 누구인지 기가 막힐 때가 있다. 아마 그에게 나도 그러하리라.
 

칼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
자신과 서로를 돌아보게 해
결혼은 나를 버리고
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

 
[사진 smartimages]

[사진 smartimages]

 
어느 때는 그 질긴 둘 사이 ‘관계의 명줄’이 섬뜩할 때가 있다. 굵은 오랏줄 같은 그 명줄이…. 아무리 부부 싸움 칼로 물 베기라지만 그 정도 모욕을 주는 말싸움을 벌였으면 치를 떨며 10번도 더 헤어졌을 법한데 서로 끈질기게 붙어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싸움은 내가 걸고 상대는 흠씬 당하고 져주는 것으로 끝나는 거다.
 
어떤 때는 두 사람의 관계가 서로가 아닌 보이지 않는 어떤 손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생각에 움찔할 때가 있다. 가끔은 상대의 기운과 기분이 서로에게 느껴지는, 소위 텔레파시가 통한다는 느낌에 전율하고 ‘숙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내가 외출 중인 상대를 기다리며 전화기를 들여다볼 때 울리는 그의 벨소리, 서로가 모르는 다른 지역에 있을 때 상대가 내 곁으로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같은 지하철 다른 칸에 타고 있으면서 그의 존재를 느낄 때, 그와의 관계를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어 있어 그런 우연이 필연처럼 발생하는지도 모른다. 우연에도 법칙이 있고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주위의 다른 부부들도 종종 이런 경험들을 얘기하곤 한다. 당신도 누군가와 이런 기운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상대와 열애 중이든 아니면 ‘웬수’같이 여기며 살아온 부부지간이든…. ‘떨어진 곳에서 느끼기’라는 의미를 가진 텔레파시(Telepathy)는 두 사람 사이에 오감을 사용하지 않고 생각이나 감정을 주고 받는 심령 능력이라고 정의된다. 한마디로 쉽게 말해 초능력이 발휘되는 경험인 것이다.
 
 
[사진 smartimages]

[사진 smartimages]

 
이런 상황에 이르면 싫든 좋든 운명적 결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상대를, 이런 상황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타인의 마음과 몸짓이 때론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도 느껴지니 ‘일심동체’라는 말도 나왔나 보다.
 
 
결혼, 한 발 떨어져 보면 재미있는 희극 
 
그 참으로 기막힌 인연을 생각하면서, 그 소중한 경험들을 감사하면서 이 삭막하고 덧없는 인생사, 결혼이라는 것이 후회하든 안 하든 한 번은 해볼 만한 것이라는 것, 가까이 보면 비극의 연속일지라도 한발 떨어져 보면 재미있는 희극이라는 생각이 들곤한다.
그래서 해 묵은 골칫거리를 애지중지, 이리보고 저리 보고 하는 것이리라.
 
혹 사랑이, 결혼생활이 삐걱거릴 때 한 번 자신을, 서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 시인의 조언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칼릴 지브란 [사진 Armineaghayan]

칼릴 지브란 [사진 Armineaghayan]

 
함께 있으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중략)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에선 자랄 수 없다
- 칼릴 지브란의 시 ‘결혼에 대하여’ 중에서
 
결혼은 나를 버리고 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결혼은 가족을 이루는 출발점이며 가족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가정은 인간 최후의 안식처이며 보루임을 되새기며 스스로 더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하게 된다. 우리 모두 가족과 이웃을 기쁘게 하는 ‘행복 연습의 달인’으로 성공하자. 하늘이 부여한 기회를 감사하게 여기면서 말이다.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 hrko3217@hotmail.com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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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대표 필진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 기자로 은퇴한 출판인. 결혼이 흔들리고 있다. 인륜지대사의 필수과목에서 요즘 들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과목으로 주저앉았다. 결혼 한 사람들은 ‘졸혼(卒婚)’과 ‘황혼 이혼’도 서슴지 않는다. 결혼은 과연 쓸 만한가, 아니면 애당초 폐기해야 할 최악의 방편인가? 한 세상 울고 웃으며 결혼의 명줄을 힘들게 지켜가는 선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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