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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던 문학소녀·소년 꿈 … '60代' 에 작가로 등단

중앙일보 2017.08.03 04:00 종합 20면 지면보기

문학계에 노풍(老風)이 거세다. 새롭게 등단하는 신인 작가의 평균 나이가 60대로 올라서는 등 노년층의 작가 데뷔 붐이 일고 있다.  
 

문학계 노풍 … 신인작가 평균 연령대 60대로
퇴직 이후 경제적·시간적 여유 생겨 도전
인문학 및 글쓰기 관심 커진 영향도
젊은 작가 줄고 문단 전반 고령화 우려도

3일 한국소설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월간「한국소설」신인상 당선자 11명의 평균 나이는 60세로 나타났다. 50세 미만은 2명에 불과했고, 최고령자는 80세에 달했다. 
 
또 지난해 한국소설가협회에 신규로 가입한 회원 36명의 평균 나이도 56세로 집계됐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은 총 1232명으로, 국내에 있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등단한 소설가의 90% 이상은 협회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한국소설가협회에서 주최한 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어린 시절 문학소녀, 문학소년을 꿈꿨던 사람들이 중년 이후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작가’라는 꿈을 펼치고 있다. [사진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소설가협회에서 주최한 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어린 시절 문학소녀, 문학소년을 꿈꿨던 사람들이 중년 이후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작가’라는 꿈을 펼치고 있다. [사진 한국소설가협회]

이는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정년퇴직이 빨라지는 등 고령화되고 있는 사회 구조적인 변화에 따른 흐름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대수명은1970년 62.3세에서 2017년 기준 82.6세로 늘었다.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부소장은 "기대수명이 늘면서 적극적인 삶을 추구하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들의 활동이 왕성해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TV시청과 같은 소극적 여가활동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취미활동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몇 해 전부터 인문학 열풍이 분데 이어 최근 들어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이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는 "도서관, 백화점 문화센터 또는 문인들에게 사숙하며 문학 수업을 받는 중장년, 노년 인구가 점차 늘고 있다"며 "비단 소설뿐만 아니라 수필, 시 분야에서도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풍부한 사회경험 등을 바탕으로 이야기 소재가 다양하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58세에 등단한 김태환 작가는 올해 초 첫 소설집 『낙타와 함께 걷다』를 출간했다.

58세에 등단한 김태환 작가는 올해 초 첫 소설집 『낙타와 함께 걷다』를 출간했다.

또 생계유지, 가족부양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글쓰기 대신 직장생활을 하다 퇴직 이후 꿈을 찾아 문학 공부를 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지난 2015년 한국문인 소설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김태환(60, 울산문인협회 사무차장)씨는 "30년 넘게 건축 관련 일을 했지만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항상 간직하고 있었고, 틈틈이 문학수업을 받기도 했다"며 "시간적,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화조도', '여름 꽃밭' 등 10편의 단편을 엮은 첫 소설집 「낙타와 함께 걷다」를 올해 초 출간하기도 했다.  
박완서(1931~2011) 작가.

박완서(1931~2011) 작가.

 
 
김지연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은 "어릴적 문학소녀, 문학소년을 꿈꿨던 사람들이 생계라는 현실때문에 꿈을 등졌지만 퇴직 이후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어릴적 꿈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30대 전에 데뷔하지 않으면 작가로 등단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컸고 40세 때 등단한 박완서 작가의 사례가 뉴스가 될 정도로 40대 이후에 데뷔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중장년 및 노년의 나이에 작가로 등단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늦깍이 데뷔'의 상징적 존재인 고(故) 박완서 작가는 1970년 마흔의 나이에 등단해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당시 40대의 나이에 등단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등단하는 작가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젊은 소설가가 줄어들고, 문단 전반이 고령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는 "과거에는 신춘문예 당선자가 대부분 20대로 젊은작가들이 넘쳐 났지만 협회의 40% 이상이 75세에 달하는 등 젊은 작가의 수급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젊은 세대들이 책 보다는 다른 미디어에 익숙하고 그를 선호하는 것이 신인 작가군의 고령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그러나 "음악이나 드라마, 뮤지컬, 게임 등도 서사구조가 기본이 돼야 하기에 문학은 모든 사회 활동의 근본"이라며 "젊은 독서 인구와 글쓰기 인구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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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명 서지명 더,오래 팀 필진

더,오래 경제필진을 발굴하고 에디팅하고 있습니다. 시골에 내려가 책 읽고 글 쓰는 노후를 꿈꾸며 '로컬라이프'와 '반려도서'를 연재합니다. 노후, 은퇴라는 말만 들어도 숨이 '턱' 막힌다면 '더,오래'에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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