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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국방장관이 이래서야

중앙일보 2017.08.03 01:45 종합 28면 지면보기
신용호 정치부 부데스크

신용호 정치부 부데스크

송영무 국방장관은 참 어렵게 지금 자리에 앉았다. 청문회 전부터 고액 자문료 수임, 네 차례의 위장전입 의혹 등이 나왔다. 야당은 그를 ‘적폐’라고 규정했다. 청문회에선 야당의 공세가 더 거셌다. 그는 음주운전과 고액 자문료에 대해 “반성하고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의혹을 다 해명하진 못했다. 한 야당 의원이 “법무법인 율촌이 자선단체도 아니고 월 3000만원을 준 건 과한 예우가 아니냐”고 지적하자 “저도 깜짝 놀랐다”고 해 주변을 아연실색게 만들기도 했다.
 

사드 발언처럼 소신 없이 ‘코드 맞추기’ 계속하면 안 돼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 건의해 관철했듯 ‘직언 장관’ 되길

더 큰 문제는 국방장관 후보자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했다는 점이다. 사드의 국회 비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의원들의 수많은 질의에 답변 한 번 제대로 못했다. 그는 “사드에 대한 기본 인식 정리가 안 됐다”(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는 굴욕적 핀잔을 들어야 했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정부에 호의적인 정의당도 부적격 목소리를 냈을까.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조대엽(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카드를 던지고 송영무를 살렸다.
 
그러나 갈수록 점입가경이었다.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 국방위는 북한이 화성-14형 2차 발사 실험으로 긴급히 소집된 자리였다. 회의가 시작한 후 얼마지 않아 “여론에 따라 사드 배치를 번복할 수 있다”는 송 장관의 발언이 나왔다. 또 “환경영향평가 결과 다른 위치가 낫다면 바꿀 수도 있다”는 말이 이어졌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후 문 대통령이 심야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를 지시한 지 사흘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장관이 ‘배치 번복’ ‘부대 위치 변경’을 언급했으니 얼마나 황당한가. 아니나 다를까. 그 말에 국회는 국회대로, 국방부는 국방부대로 난리가 났다. 결국 배치 취소 발언은 없던 것으로 말을 바꿨다. 위치 변경에 대해선 “성주골프장 내에서 바꾸자는 뜻”이란 어이없는 답변으로 넘어갔다. 그뿐 아니었다. 송 장관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도 했다. 군의 수장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말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 물론 그것 역시 나중에 말이 달라졌다.
 
국방장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헌법상 군 통수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지만 군의 실질적 수장은 장관이다. 군의 최고 책임자로서 각 군 참모총장을 지휘 감독한다. 이 때문에 국방장관의 말은 정확하고 명료해야 한다. 비상사태에 엉뚱한 말을 해놓고 나중에 번복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어차피 문 대통령이 그를 신임하고 그 자리를 맡긴 이상 송 장관은 장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탁현민 행정관’의 경우를 보더라도 문 대통령은 한번 신임하면 쉽게 사람을 바꾸는 스타일이 아니다. 바꿀 수 없다면 그가 부화뇌동하지 않고 심기일전하기 바랄 뿐이다.
 
그래도 국방위 회의를 지켜보다 유일하게 귀에 쏙 들어온 말이 있었다. “내가 사드 배치를 문 대통령에게 건의해 NSC에서 결정했다”고 한 발언이었다. 송 장관은 대선후보 시절 문 대통령의 국방 브레인 역할을 했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국방개혁2.0은 사실상 문 대통령과 밤새우며 토론해 내가 만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또 “국방을 위해서라면 대통령에게 직언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사드 문제에 대해 이래저래 말이 많았다. 송 장관이야말로 사드라면 징글징글할 게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더구나 그의 어깨 위엔 사드 문제만 놓인 게 아니다. 현 정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국방개혁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굵직한 사안이 즐비하다. 국방개혁이나 전작권 환수 역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일들이다. 명심할 것은 사드처럼 장관이 소신 없이 ‘코드 맞추기’만 계속하다 보면 다음에도 중심을 잃고 표류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를 건의해 관철시킨 것처럼 ‘직언하는 장관’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길 바란다.
 
신용호 정치부 부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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