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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용후 핵연료 해답 찾기

중앙일보 2017.08.03 01:42 종합 29면 지면보기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소듐냉각고속로 개발사업단장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소듐냉각고속로 개발사업단장

원자력발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요즘 우리 사회의 커다란 화두다. 원전의 지속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가 떠안아야 할 숙제가 있다. 원전의 산물로 국내에 쌓여 있는 사용후 핵연료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라고?
중성자 이용하면 끌 수 있어
국론 분열 극복한 프랑스 참고
국민이 공감하는 해법 찾아야

사용후 핵연료가 문제를 어렵게 하는 것은 그 내부에 존재하는 플루토늄 같은 방사성 핵종(核種)들 때문이다. 우라늄 핵연료의 핵분열 과정에서 생겨난 이들 방사성 핵종은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십만 년 동안 열과 방사선을 만들어 낸다. 사용후 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란 이들 방사성 핵종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로 귀착된다.
 
원자력발전이 시작된 이래로 사용후 핵연료 문제에 대한 해답 찾기는 계속됐다. 첫째 방법은 사용후 핵연료를 잘 포장해 다시금 인간계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지하 깊숙이 묻어 버리는 직접 처분법이다. 보통 지하 500m를 생각한다. 미국과 스웨덴·핀란드 등이 선호하는 방법이다. 둘째 방법은 사용후 핵연료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을 모두 분리해 소각하고 잔여 쓰레기를 처분하는 것이다. 혹자는 사용후 핵연료에 들어 있는 방사성 핵종을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로 묘사하지만 중성자를 이용하면 끌 수 있다. 방사성 핵종과 중성자를 반응시켜 방사성을 띠지 않는 제3의 핵종으로 변환시켜 버리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분리·소각을 해도 방사성 핵종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따라서 소각 후 잔여 고준위 폐기물을 지하에 처분해야 한다. 물론 그 부피와 잔여 방사성 세기는 대폭 감소한다. 일본·중국·러시아·프랑스·영국 등이 이러한 분리·소각방법을 선호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큰 그림을 완성하지 못했다. 이른바 ‘기다리면서 지켜보는(wait and see)’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선택은 매우 제한적이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쉽게 분리·소각방법을 선택할 수 없다. 사용후 핵연료에서 핵종을 분리하는 것, 특히 플루토늄과 같은 민감물질을 분리하는 것은 핵확산과 같은 국제정치 문제와 연계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접근이 쉽지 않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비좁은 국토에서 처분장 확보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국제 핵비확산의 기준을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파이로(Pyro)-고속로 분리·소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파이로 기술의 경우 핵비확산성과 공학적 구현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미국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근래 우리 사회에 탈원전 논란이 거세지면서 지속돼야 하는 이 같은 새로운 연구개발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정부의 큰 모토가 ‘나라다운 나라의 건설’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다운 나라라면 사용후 핵연료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최종적으로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국민이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 최적의 해답이 선택돼야 한다.
 
필자는 프랑스가 선택한 사용후 핵연료 해답 찾기가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1980년대 말 옛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로 프랑스는 원자력과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안을 놓고 극심한 국론 분열을 겪었다. 국회가 중심이 돼 91년 관련 법(Waste Act of 1991·일명 바타유법)을 제정해 사용후 핵연료 해답 찾기의 합리적 방안을 제시했고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의 방법을 근간으로 필자는 사용후 핵연료 해답 찾기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로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분리·소각, 직접 처분 등 다양한 기술적 방안을 선정하고 개발 일정과 방안을 수립하자. 국회 주도가 적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는 다양한 기술적 방안을 엄격하고 공정하게 평가하고 최종 해답을 선택하는 절차를 구축하자. 프랑스처럼 국가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매년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셋째는 기술적 방안의 연구개발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완비하자. 사용후 핵연료 해답 찾기는 오랜 시간을 두고 진행돼야 한다. 장기 계획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려면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 해답 찾기는 기술적 문제와 더불어 국민적 수용성이 핵심이다. 근 반세기를 이어온 원자력발전이 갑작스러운 탈원전의 급류에 휘말리게 된 가장 큰 이유도 국민과의 괴리 탓이다. 사용후 핵연료 해법 찾기는 이제 시작이다. 국민과 함께해야 사용후 핵연료 해법 찾기도 최선의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사업단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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