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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김정은 꿈’은 이루어졌다

중앙일보 2017.08.03 01:35 종합 31면 지면보기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세상이 뒤집어졌다. 한반도 안보 질서는 깨졌다. 재래식 전투는 아련한 추억이다. 핵은 한 방, 한순간이다. 원폭 한 발에 히로시마 시민 7만 명이 숨졌다. 북한은 그런 무기를 가졌다. 단순한 핵무기가 아니다. 대륙간탄도(彈道)미사일(ICBM 화성-14형)이다. 미국의 본토를 때릴 수 있다.
 

북 ICBM의 악몽 시나리오는
“서울 보호하면 LA는 불바다”
드골의 의문, 한반도에 재연
키신저 ‘미·중 빅딜론’은 불길해
핵무기 없는 한국의 비극
문 대통령, 국민적 결의 모아야

북한 김정은의 꿈은 성취되고 있다. 그는 왜 ICBM에 집착하는가. 꿈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 적화통일이다. 주요 장애물은 주한미군이다. 그걸 깨는 수단이 ICBM이다. 그것은 한국엔 악몽이다. 그 충격의 시나리오는 이렇게 전개될 것이다. “북한은 서해 백령도를 재래식 무기로 기습 공격한다. 국군이 반격한다. 주한미군이 지원한다. 그때 북한은 미국을 협박한다. 미군이 나서면 LA, 뉴욕에 ICBM을 쏘아 불바다로 만들겠다.”
 
테러는 미국의 집단 트라우마다. 미국은 난감해진다. 한· 미 동맹은 기로에 놓인다. 한국 사회는 패닉 상태다. ICBM 소유자는 그런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 핵무기의 매력은 압도적이다. 개발 초기엔 정권을 보호해 준다. 핵의 매력은 팽창한다. ICBM 단계에선 공세적으로 진화한다. 북한 ICBM은 대담한 야심을 제공한다. 미국은 절박하다.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인다. 1953년 휴전 이후 처음이다.
 
프랑스의 영웅 샤를 드골이 떠오른다. 냉전시대 소련의 핵무기는 유럽을 위협했다. 대통령 드골은 미국의 핵우산을 믿지 않았다. “미국이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을까.” 그 의문은 반세기를 넘어 한국에 재연된다. 드골 연설은 핵전략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프랑스는 국익을 위해 핵 억지력(force de frappe)이 필요하다. … 우리는 핵무장을 단행할 용기와 의지를 가져야 한다.” 드골의 언어는 영속적이다. 그 집념은 1970년대 박정희의 자주국방 의지에 전이됐다. 하지만 그 의지는 좌절했다. 북한은 드골을 집요하게 모방했다. 2017년 김정은 위원장은 자기 방식으로 실천했다.
 
미국은 북한을 압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불사’도 거론했다. 돈줄 끊기, 석유 금수, 세컨더리 보이콧-. 하지만 제재 효과는 제한적이다. 북한은 배고픔에 익숙하다. 북한 사회는 초근목피(草根木皮)로도 버틴다. 트럼프는 중국을 비난한다. 중국은 북한을 감싼다. 미국의 옵션에 선제 타격론이 존재한다. 하지만 목표물의 추적은 어렵다. 7·28 화성-14형 발사 지역은 자강도 무평리(옛 평안북도 강계 부근) 산악 속이다. 선제공격은 완벽할 수 없다. 북한은 반격에 나선다. 그들은 서울을 공격할 것이다. 서울은 인구 밀집지역이다. 핵 미사일은 몰살 무기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구상은 ‘김정은 퇴출론’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장의 시사는 교묘하다. “중요한 일은 핵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떼어놓는 것.” 레짐 체인지 작전은 빈 라덴 제거 수법의 반복일 것이다. 평양 내부의 암살자 육성도 포함된다. 하지만 김정은 독재의 장악력은 치밀하다.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조언은 미·중 합작이다. 김정은 정권 붕괴에 중국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대가는 주한미군 철수다. 키신저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빅딜론은 불길하다. 한국은 소외된다. 한반도 운명은 강대국 손에 거래된다. 핵무기 없는 나라의 비극이다.
 
ICBM이 생산하는 공포는 파괴적이다. 하와이는 주민 대피 훈련을 준비한다(11월부터 매달 1회). 하와이 주력산업은 관광이다. 하지만 하와이는 안보를 우선한다. 한국은 느슨하다. 구경꾼 심리와 관전평이 넘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의 추가 배치도 쉽지 않다. 환경영향론은 여전히 득세한다.
 
핵은 절대무기다. 절대무기는 절대무기로만 막을 수 있다. 핵무장국과 핵 없는 나라의 관계는 평등하지 않다. 핵 없는 나라는 끌려간다. 그 상태의 평화는 굴욕적이다.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앉을 수 없다. 한국 정부의 대응 자세는 달라져야 한다. 한시적인 핵무장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그 방안에서 한국의 핵보유 시한은 북한의 핵포기 때까지다.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를 고심해야 한다.
 
북한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으려 한다. 그것은 ICBM 핵탄두의 소형화다. 그리고 실전 배치다. ‘김정은 꿈’의 최종 성취 단계다. 북한이 거기에 도달할 기간은 1~2년이다. 짧지만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있다. 문 대통령은 “금번(7월 28일)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 안보 구도에 근본적 변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게임 체인저’의 의미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적 지혜와 대응책, 결의를 압축해야 한다. 북한 ICBM에 맞설 국민 대항력을 구축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결단 순간도 다가온다.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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