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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스타 예약, 2000년생 피아니스트 둘

중앙일보 2017.08.03 01:00 종합 20면 지면보기
“아마도 다음 스타 피아니스트는 2000년생 중에 나올 것 같다.” 한 중견 피아니스트가 한 말이다. 2000년생 두 피아니스트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 음악계에서 입김이 가장 센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발탁, 데뷔시킨 임주희가 2000년 10월 생이다. 또 청소년 국제 대회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지난해에는 성인과 경쟁하는 콩쿠르까지 우승한 이혁이 2000년 1월 생이다.
 

동갑내기 연주자 임주희·이혁
홈스쿨링 하며 해외 연주 경험
관행 벗어난 성장 이력 닮은꼴

둘 다 어려서부터 홈스쿨링을 했고, 해외에서 먼저 연주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국내 예술학교 진학, 해외 유학, 국제 콩쿠르 입상이라는 그간의 ‘피아니스트 성장 관행’을 깨고 실력·경험을 쌓고 있다.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기분이 제일 좋고 정신이 멀쩡해진다”고 하는, 긴장감과 주목받기를 즐기는 17세들이다. 이달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각각 무대에 오른 루키 피아니스트들을 만났다.
 
#타고났다고밖에 할 수 없는 재능, 임주희
 
10세에 게르기예프에게 발탁되고, 대형 국제 무대에서 먼저 데뷔한 피아니스트 임주희. 1일엔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쇼팽을 연주했다. [사진 평창대관령음악제]

10세에 게르기예프에게 발탁되고, 대형 국제 무대에서 먼저 데뷔한 피아니스트 임주희. 1일엔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쇼팽을 연주했다. [사진 평창대관령음악제]

게르기예프는 임주희가 보낸 연주 DVD를 보고 무대 기회를 줬다. 2010년 러시아 백야 축제에 초청됐고, 2012년 게르기예프와 런던 심포니가 내한했을 때 깜짝 협연자로 소개됐다. 2014년부터는 지휘자 정명훈의 총애를 받았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쇼팽·베토벤 협주곡을 협연했고 올 9월에는 정명훈, 도쿄필하모닉과 도쿄에 데뷔한다.
 
1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임주희는 쇼팽 협주곡 1번 1악장을 연주했다. 만 16세였지만 음악에 대한 확고한 생각으로 연주를 끌고 나갔다. 배워서라기보단 본능적으로 음악을 만들었다.
 
“이번 연주를 준비할 시간이 2주 정도 밖에 없었어요.” 임주희의 가장 큰 특징은 처음 연주하는 곡도 빠르게 익히고 외워서 무대에 올린다는 점이다. 2014년 쇼팽 협주곡 1번의 전악장(3악장)을 연주할 때는 악보를 처음 보기 시작하고 2달 만에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했다. 같은 또래 피아니스트들이 한 악장 정도를 익힐 만한 기간이다. 무대에서 연주할 때는 무섭게 집중한다. 임주희는 “정신이 가장 멀쩡할 때가 바로 무대 위에서 연주할 때인 것 같아요”라면서 웃었다. “곡 생각을 하면 주변이 안 보이고, 연주 직전까지는 긴장하다가도 음악이 시작되면 정신이 맑아져요.” 콩쿠르도 명문 음악학교도 아닌 대형 국제 무대에서 경력을 먼저 시작한 임주희의 성장 한계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연습도 연주도 즐거운 피아니스트, 이혁
 
지난해 파데레예스키 국제 콩쿠르에 최연소로 참가해 우승한 피아니스트 이혁. 첫 참가한 성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이혁]

지난해 파데레예스키 국제 콩쿠르에 최연소로 참가해 우승한 피아니스트 이혁. 첫 참가한 성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이혁]

피아니스트 이혁은 지난해 11월 폴란드 파데레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0대 후반까지 참가한 대회였고, 이혁은 참가자 중 최연소였는데 우승을 했다.
 
이혁은 “청소년 콩쿠르만 나가다가, 성인 대회에 나오니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문들이 어려워질수록 그는 더 즐거워졌다. “몸은 힘든데 이상하게 더 재미있더라고요. 나중에는 콩쿠르라는 부담이 없어졌어요.”
 
무대를 즐기는 피아니스트 이혁은 초등학교 입학 한 달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했다. 바이올린·피아노를 동시에 하고 있었는데 음악에 시간을 더 많이 쓰고 싶어서였다. 이혁은 “어렸을 때도 악기 연습을 한 번도 지루해한 적이 없어서 선생님들이 신기해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혁은 어려서부터 국제 콩쿠르에 도전했다. 특히 2013년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한 청소년 콩쿠르의 바이올린 부문에 나갔다. 심사위원이었던 모스크바 중앙음악원 교수가 그를 발탁했는데 이혁은 결국 피아노로 러시아 유학을 떠났다. 지금은 모스크바 중앙음악원에서 피아노를 공부 중이다. 이달 11일엔 폴란드에서 쇼팽 스케르초·폴로네이즈·녹턴·발라드와 베토벤 소나타, 리스트 헝가리안 랩소디 등을 한 무대에서 연주한다. 연주 곡목 만으로도 성장하는 17세의 기세를 알 수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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