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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5년간 28조 증세 효과, 공약 이행 178조엔 턱없이 부족

중앙일보 2017.08.03 01:00 종합 14면 지면보기
조세정책은 정권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소득 주도 성장’이다. 새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도 이런 방향을 담았다. ‘2017년 세법개정안’의 부제는 ‘양질 일자리 확대, 소득 분배 개선’이다.
 

증세로 방향 튼 새 정부 세제정책
소득세 9만여 명, 기업 129곳 대상
부분적 대책으론 복지재원에 구멍
일각선 “보편적 증세 불가피” 지적
“지방선거 겨냥한 법 개정” 의심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할 때”라며 “이런 방향에 맞춰 조세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위해 정부는 명목세율에 손을 댔다. 과거 정부의 ‘감세’에서 방향을 틀었다.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의 정책을 펼쳤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며 증세를 금기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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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첫 세법개정안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소득세 최고세율은 40%에서 42%로 올렸다.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적용되면 2009년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 이후 9년 전 수준으로 ‘환원’된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1995년(45%) 이후 가장 높다.
 
그렇다고 증세의 문을 완전히 열었다고 보긴 어렵다. 이번 세법 개정은 특정 층을 겨냥한 ‘핀셋 증세’다. 세율 인상의 영향을 받는 이들은 소수다. 법인세율이 올라가는 기업은 지난해 기준 129개다. 소득세율 인상이 적용되는 인원도 9만3000명에 불과하다.
 
▶근로소득세 2만 명(상위 0.1%) ▶종합소득세 4만4000명(상위 0.8%), 양도소득세 2만9000명(상위 2.7%) 수준이다. “여력이 있는 곳에서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게 정부 논리지만 한정된 증세이다 보니 세수 효과도 크지 않다.
 
세율 인상으로 정부는 연간 3조6300억원(법인세 2조5500억원+소득세 1조800억원)을 더 걷을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이외에 비과세 감면 등을 더한 세수 효과는 연 5조5000억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5년간 27조5000억원인데, 공약 이행 재원(5년간 178조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결국 세원을 더 넓힌 ‘보편적 증세’가 불가피하단 지적이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런 정도의 증세로는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며 “보다 넓은 수준의 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부는 보편적 증세에 대한 여지를 스스로 좁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에는 증세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는 근로소득자 면세자 규모를 줄이려면 서민층이 세금을 더 내야 하는데, 이런 정책은 대통령의 말과 어긋난다.
 
77년 이후 40년째 10% 세율에 묶여 있는 부가가치세 역시 정부는 당장 손대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납세자가 영향을 받는다. 인기 없는 정책일 수밖에 없다. 나랏돈으로 국민의 소득을 늘리겠다며 정치적 이유로 눈치를 보면 결국 재정 부담으로 귀결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세법개정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용 증세’라는 의심이 든다”며 “세수 효과는 미미하고 국가 재정 여력만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 정책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세는 정치적 논리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활동에 최대한 충격을 주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해방(전 기획예산처 차관)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가가치세 세율 조정과 같이 모든 사람이 기여하도록 세제를 짜야 ‘부자에게 세금을 더 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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