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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27 무계획 여행에서만 보이는 것들

중앙일보 2017.08.03 00:01
미얀마의 마지막 여행지 파안에서 만난 새파란 하늘. 오토바이를 타고 시골마을을 누비며 정취를 즐길 수 있다.

미얀마의 마지막 여행지 파안에서 만난 새파란 하늘. 오토바이를 타고 시골마을을 누비며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오늘은 미얀마의 국경도시, 파안으로 떠나봅니다! 양곤에서 270㎞ 동쪽으로 떨어진 파안은 미얀마 남부 카인 주의 주도입니다. 태국으로 넘어가려는 여행자가 많이 찾는 도시예요. 파안에서 차로 3시간 떨어진 곳이 미얀마의 국경 마을 미와라디인데, 미와라디에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태국 매솟(Maesot)이에요. 파안이라는 지명이 너무 생소해서 처음에는 어떻게 여행을 해야 할까, 고민됐는데, 도착해보니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을에서 몇 분만 걸어 나가면 탄륀(Thanlyin)강이 흐르고, 주변은 아름다운 산으로 둘려있어서, 굳이 뭔가를 하려하지 않아도 기분 좋은 동네였어요.
파안에서 가장 유명한 두 가지를 꼽으라면 동굴과 트레킹이에요. 파안은 라오스의 방비엥이나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같은 카르스트 지형이라서, 가파른 바위산과 석회동굴이 많아요. 아쉽게도 미얀마 비자만료일이 3일밖에 남지 않아서 파안에서는 이틀밖에 머물 수 없었어요. 둘러볼 시간도 부족한데, 하필 첫날은 온종일 비가 내렸어요. 강 건너 파푸산(Hpa pu)에 올라보고 싶었는데 비 때문에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어요.  

태국과 국경맞댄 도시 미얀마 파안
바위산과 석회동굴이 빚어내는 절경
현지인과 수영을, 진흙탕 라이딩을

탄륀강과 어우러진 미얀마 파안의 전경.

탄륀강과 어우러진 미얀마 파안의 전경.

파안 선착장에서 바라본 가파른 바위산.

파안 선착장에서 바라본 가파른 바위산.

밤새도록 하늘이 뚫린 듯 비를 쏟아내더니 아침이 되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파란 하늘이 나타났어요. 전날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한을 풀고자 아침 일찍 오토바이를 빌렸어요. 미얀마에서의 첫 오토바이 여행이에요. 양곤에서는 오토바이 자체가 금지되어 있고, 바간이나 인레호수 같은 관광지에서는 자전거나 전기 오토바이(이바이크)만 탈 수 있었거든요. 파안에서는 외국인 여행자도 오토바이를 빌릴 수 있어서, 하루 7000짯(약 6000원)에 오토바이를 빌려 파안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어요.
동남아의 우기를 제대로 실감했던 날이다.

동남아의 우기를 제대로 실감했던 날이다.

비를 뚫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소년.

비를 뚫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소년.

거짓말처럼 하늘이 갰다!

거짓말처럼 하늘이 갰다!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우선 동굴 투어에 나서기로 했어요. 파안에는 많은 석회 동굴이 있는데 그 동굴 중 가장 큰 규모인 사단 동굴(Saddan Cave)로 향했어요. 사단 동굴은 파안에서 27㎞ 남쪽에 있는 거대한 석회동굴인데, 동굴이 축구장 하나가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라고 하니 얼마나 큰지 상상이 되죠? 게다가 사단 동굴은 막힌 동굴이 아니라 반대편 입구도 뚫려 있어서 다양한 여행이 가능해요. 대부분 동굴은 들어갔다가 같은 길로 돌아 나와야 하는데, 사단동굴은 깊숙한 동굴을 통과해 반대편으로 나가면, 쪽배를 타고 시작점으로 돌아올 수 있거든요. 대신 우기에는 수위가 높아서 배가 낮은 동굴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부분 투어만 가능하다고 해요. 사단동굴을 100% 여행하려면 건기인 11~4월에 방문하는 것이 좋아요.
석회암 절벽을 바라보면서 오토바이 라이딩을 즐기다!

석회암 절벽을 바라보면서 오토바이 라이딩을 즐기다!

이렇게 멋진 동굴까지 향하는 길은 그다지 멋있지만은 않았어요. 사단 동굴까지 향하는 길은 여러 길이 있는데, 하필이면 가장 좋지 않은 길로 들어서 버린 거예요. 30㎞ 중 10㎞를 비포장 길을 따라 달려야 했어요. 설상가상으로 전날 내린 비 때문에 물이 많이 고여 있어서 오프로드 바이크 투어에 참가한 기분이었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물이 있어서 먼지는 날리지 않아서 상쾌했어요.  
사단동굴 입구.

사단동굴 입구.

진흙탕 길을 뚫고 겨우겨우 도착한 사단 동굴의 입구는 생각보다 작았어요. 하지만 입구에 들어가니 동굴의 크기가 실감이 나더라고요. 동굴의 폭도 폭이지만 길기도 길어서, 20분가량을 걸어도 끝이 나오지 않았어요. 조명이 있긴 하지만 동굴이 워낙 크다 보니 빛이 제대로 닿지 않는 곳들은 어두컴컴했어요. 그래서 동굴에 들어갈 때 랜턴이나 휴대폰 라이트를 가지고 가는 게 좋아요.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서 길이 많이 미끄러워 자칫하면 미끄러질 수도 있거든요.  
거대한 석회동굴인 사단동굴.

거대한 석회동굴인 사단동굴.

동굴 반대편 입구로 나오면 쪽배를 탈 수 있다.

동굴 반대편 입구로 나오면 쪽배를 탈 수 있다.

사단 동굴에서 나와 파안으로 돌아가는 길엔 바위 위의 사원인 쨔욱 칼랍(Kyauk Kalap)에 들렀어요. 쨔욱 칼랍은 파안에서 약 10㎞ 남쪽에 위치해 있는 사원인데, 그 모습이 지금까지 봤던 어느 사원보다도 인상적이었어요. 동그란 인공호수 중심에 우뚝 솟은 바위, 그리고 그 바위위에 지어진 황금 불탑이 신비로움을 자아내요. 일반 방문객은 바위의 중반부까지 오를 수 있는데, 파안의 전원적 풍경을 둘러보기 가장 좋은 전망대이기도 해요. 쨔욱 칼랍 앞의 수도원은 아웅산 수치 여사의 지원을 받는 우 위나야(U winaya)승려가 처음 살던 곳으로 유명해요.
바위산 위에 세워진 까욱칼랍 사원.

바위산 위에 세워진 까욱칼랍 사원.

쨔욱칼랍 옆으로 커다란 절벽산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데, 구름이 걷히자 산 정상에도 불탑이 보였어요. 스님께 여쭤보니 줴가빈 산(Mt. Zwegabin)이라고 하네요. 정상의 황금빛 불탑은 구름에 가려졌다 나왔다를 반복했어요. 불탑이 있는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이미 3시가 넘었고, 곧 비가 올 것 같은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어서 오늘도 트레킹은 패스해야 했어요. 숙소로 돌아와 찾아보니, 줴가빈 산은 파안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킹 코스이자 정상에서 파안 경치가 끝내준다고 하더라고요. 미리 알았다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올라갔다 왔을 텐데, 여행지 정보를 잘 알아보지 않은 게 후회됐어요.
논두렁에 수영하는 아이들.

논두렁에 수영하는 아이들.

우리의 여행의 치명적 단점이자 장점이 특별한 계획이 없다는 거예요. 정해진 계획이 없으니 이번처럼 유명한 관광지를 번번이 놓치기도 해요. 대신에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요. 이번 파안여행에서도 유명한 산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대신 논두렁에서 수영하는 아이들과도 놀 수 있었고, 미얀마 시골 풍경을 좀 더 깊숙이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금은 아쉬운 파안여행을 마치고, 다음날 새벽에 미얀마 국경 마을인 미라와디로 택시를 타고 넘어왔어요. 다리를 건너니 태국에 도착했어요. 다음 화부터는 생생하고 재미있는 태국 여행기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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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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