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먹이 주기로 멧돼지 농작물 피해 막기, 실패로 끝나나?

중앙일보 2017.08.02 11:36
충북 옥천군은 지난 6월부터 야생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 3곳을 선정해 고구마와 당근 등 먹이를 주고 있다. [사진 옥천군]

충북 옥천군은 지난 6월부터 야생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 3곳을 선정해 고구마와 당근 등 먹이를 주고 있다. [사진 옥천군]

 
야생 멧돼지에게 먹이를 주는 방법으로 농작물 피해를 줄이겠다는 충북 옥천군의 이색처방이 시행 두 달여 만에 난관에 봉착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팀 "오히려 농가 유인 효과로 피해 자초" 경고
옥천군 "인근 농경지와 다른 먹이 공급, 포획 병행" 보완 계획

 
국립생물자원관 한상훈 연구관은 지난 6월 17일부터 7월 21일까지 옥천군의 멧돼지 먹이 주기 현장을 관찰한 결과를 군에 전달했다고 2일 밝혔다. 한 연구관은 피해 방지 효과보다 오히려 멧돼지를 농경지 주변으로 끌어들이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옥천군은 보완책을 마련해 멧돼지 먹이주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옥천군은 지난 6월부터 멧돼지 출현 신고가 잦은 청산·동이·청성면 야산에 매월 2~3회씩 고구마와 당근 무더기 15~20㎏를 놓고 있다. 멧돼지 먹잇감을 공급해 농경지 인근까지 내려오지 못하게 하려는 발상이다.
 
연구팀은 옥천 동이·청산면 등 먹이 공급지 2곳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한 달 동안 멧돼지의 출현 빈도와 먹이 섭취량 등을 조사했다. 동의면 공급지는 먹이 공급 열흘째 되는 날 멧돼지 4마리가 나타나 일주일 만에 고구마 20㎏을 모두 먹었다.
경북 북부지역에서 목격된 멧돼지.[중앙포토]

경북 북부지역에서 목격된 멧돼지.[중앙포토]

 
하지만 청산면에서는 먹이를 거의 먹지 않았다.한 연구관은 “먹이 공급지 주변에 묘지가 새로 조성되는 등 급격한 환경변화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멧돼지가 먹이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멧돼지 무리가 인근 고구마밭으로 내려가 농작물을 먹어 치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멧돼지는 한번 먹어본 먹잇감을 기억하는 습성이 있다”며 “인위적으로 공급한 먹이가 떨어지면 주변의 고구마나 당근밭으로 내려와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먹이 주기 사업으로 피해 방지를 100% 장담할 수 없다. 경작지 주변에 피해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포획도 병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병욱 옥천군 환경관리팀장은 “시행 두 달여 만에 효과가 있다 없다를 논하기는 이르다”며 “먹이 살포 지점을 신중히 선택하고 인근 농경지와 다른 먹이를 놓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옥천지역 멧돼지 포획 수는 2014년 120마리, 2015년 241마리, 지난해 275마리로 해마다 늘고 있다. 농작물 피해 보상 건수는 2014년 40건, 2015년 37건, 지난해 104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옥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