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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쿠슈너야" 가짜 메일에 골탕먹은 백악관 관료들

중앙일보 2017.08.02 02:03
“톰, 8월 말 쯤 저녁 자리를 만들려고 하는데 참석해 주면 좋겠어요. 멋진 저녁이 될 겁니다”  
미국 백악관의 국토안보 보좌관인 톰 보서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로부터 이메일로 식사 초대를 받았다. 

쿠슈너 명의로 식사 초대 메일 보내자
백악관 국토안보 보좌관도 속아넘어가
앙숙인 프리버스-스카라무치에도 장난
백악관 "사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즉시 답장을 보냈다. “재러드, 고마워요. 거절할 수가 없네요. 혹시 필요할지 모르니 제 개인 이메일을 알려 주겠습니다”
실세의 초청을 받고 보서트가 들떴을지는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이메일은 가짜였다.  
'이메일 장난꾸러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명의로 백악관 국토안보 보좌관에게 보낸 메일. [CNN 캡처]

'이메일 장난꾸러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명의로 백악관 국토안보 보좌관에게 보낸 메일. [CNN 캡처]

지난 1일 CNN은 영국의 자칭 ‘이메일 장난꾸러기(prankster)’가 가짜 이메일로 다수의 백악관 관료들을 속이는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CNN은 “사이버 안보 업무를 담당하는 관료들도 가짜에 속았다”며 보서트의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안보) 전문 지식을 가진 보서트가 메일에 답해 깜짝 놀랐다”는 ‘장난꾸러기’는 CNN에 메일을 공개했다. 그러나 보서트는 CNN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앙숙 관계인 앤서니 스카라무치 공보국장과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AFP=연합뉴스]

앙숙 관계인 앤서니 스카라무치 공보국장과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AFP=연합뉴스]

‘장난꾸러기’는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공보국장에게도 가짜 메일을 보냈다. 그와 앙숙 관계였던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 명의의 계정을 통해서다. 
지난 29일 전송한 메일에서 가짜 프리버스는 “당신은 숨막힐 정도의 위선자다” “당신이 조금이라도 품위있게 행동한 순간은 없었다”며 스카라무치를 맹비난했다. 
스카라무치는 가짜 메일에 분노의 답장을 보냈다. “당신은 당신이 한 일을 알고 있고,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심지어 오늘도 말이다. 우리가 (당신을 공격할)준비돼 있다는 것을 확신해도 된다. 당신은 사과를 하게 될 것이다”
재미가 붙은 ‘장난꾸러기’는 “나는 당신이 내 윤리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빈대(Mooch)’라 불리는 자는 백악관에서 자신의 첫 번째 주조차 관리를 못하고 있다. 나는 사과할 게 없다” 고 다시 메일을 보냈다. 
이에 스카라무치는 “셰익스피어를 읽어봐라. 특히 오셀로를. 당신이 바로 거기에 나온다. 우리 가족은 잘 지낼 거다. 나는 네가 한 일을 안다. 더 이상 답장을 보내지 않겠다”고 또 답했다.  
 
단순한 장난으로 여겨질 수 있는 사건에 대해 CNN은 심각한 안보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CNN은 사이버 전문가를 인용, “최고 권력기관을 포함한 미국 사회 전반이 얼마나 스피어 피싱(특정 개인이나 회사를 상대로 한 피싱(phishing) 공격)에 취약한지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이런 사이버 공격은) 관료들을 속이고 정부의 컴퓨터 시스템을 각종 위협에 노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백악관도 우려를 표하며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허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CNN에“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모든 해프닝의 주인공인 ‘장난꾸러기’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자신의 장난 메일들을 공개하고 있다. 이 계정에 따르면 그는 과거에도 골드만 삭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 시티그룹 CEO인 마이클 코버트 등에게 가짜 메일을 보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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