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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못 잊은 ‘그놈 얼굴’ … 초등 4학년 때 성폭행범 13년 만에 죗값 물었다

중앙일보 2017.08.02 01:00 종합 8면 지면보기
20대 여성이 13년 전 자신에게 몹쓸 짓을 한 남성의 얼굴 등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가 결국 법정에서 무거운 죗값을 치르게 했다. 창원지법 형사4부(장용범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64)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80시간을 명령했다고 1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경남에 살던 B씨(23)는 초등학교 4학년 때인 2004년 어머니와 알고 지내던 A씨로부터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 A씨는 당시 시외버스 기사였고 B씨 어머니는 지적장애가 있었다. 두 사람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알게 돼 내연관계가 됐다.
 

버스기사였던 범인 인상, 차 번호
우연히 마주친 순간 또렷이 기억
20대 여성, 법정서 8년형 받게 해

2004년 여름 어느 날 A씨와 B씨의 어머니는 경남의 한 모텔에서 만났다. 그 자리에 B씨도 따라갔다. B씨 어머니는 지적장애가 있어 혼자 전화도 제대로 걸지 못해 평소 B씨를 자주 데리고 다녔다. A씨는 이날 B씨 어머니에게 다른 일을 시켜 방을 나가게 한 뒤 B씨를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했다. 이후 두 차례 더 강제 추행했다. 그러나 B씨는 어머니가 지적장애였고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할 데가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어서 자신이 당한 일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도 알기 쉽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부모가 이혼해 이후 경북의 고모 집에 맡겨졌다.
 
그렇지만 그 사건은 절대 잊히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이 될 무렵부터는 A씨가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됐지만 A씨를 찾을 수도 없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지도 못했다. 그러던 중 2016년 3월 대구의 한 버스터미널에서 우연히 A씨를 보게 됐다. B씨는 A씨를 보는 순간 자신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준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봤다. 이후 B씨는 자신의 고모 등의 도움을 받아 A씨를 그해 4월 고소해 법정에 세웠다.
 
법원에서 A씨는 성폭행과 강제 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A씨를 구속하고 8년형을 선고했다. 13년 전의 일이지만 B씨가 기억하고 있는 사건의 정황과 피해 장소 등이 너무나 또렷했기 때문이다. B씨는 A씨의 얼굴뿐 아니라 A씨가 몰았던 버스의 뒷번호와 운행 구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또 자신이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던 모텔과 건물의 이름은 기억 못했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었다. 자신이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할 당시의 정황도 구체적으로 기억했다.
 
재판부는 “B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그 진술이 실제 경험하지 않았다면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어 진술 자체가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며 “따라서 13년 전에 성폭행과 강제 추행이 있었던 것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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