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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군기반장 취임한 날 ‘하극상 막장극’ 주인공 경질

중앙일보 2017.08.02 01:00 종합 12면 지면보기
백악관 공보국장 임명 열흘만에 경질된 앤서니 스카라무치. ‘미니 트럼프’라 불리며 의기양양했던 그는 잇단 막말 논란으로 하차했다. [EPA=연합뉴스]

백악관 공보국장 임명 열흘만에 경질된 앤서니 스카라무치. ‘미니 트럼프’라 불리며 의기양양했던 그는 잇단 막말 논란으로 하차했다. [EPA=연합뉴스]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했다.
 

실장에 막말 스카라무치 공보국장
“팀플레이 안 돼” 10일 만에 퇴출
WP, 러시아 스캔들 관련 보도
“트럼프가 장남에게 거짓 해명 지시”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공보국장으로 임명되자마자 ‘트럼프 코드’에 맞는 막말과 욕설을 내뱉으며 대변인, 비서실장을 차례로 몰아내는 계기를 만들었던 앤서니 스카라무치가 지난달 31일 경질됐다. 불과 열흘 만이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스카라무치의 발언이 자신의 직위에 부적절했다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골드먼삭스의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스카라무치가 임명 직후 앙숙인 라인스 프리버스 당시 비서실장을 향해 “망할 편집적 정신분열증 환자”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갈등을 조장한 것이 해임 사유란 것이다.
 
‘미니 트럼프’로까지 불리며 기세등등하던 스카라무치를 ‘10일 천하’로 끝낸 장본인은 해병대 4성 장군 출신 존 켈리 신임 비서실장이었다. 켈리는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취임식을 했다. 스카라무치도 참석했다. 취임식을 마친 켈리 실장은 바로 스카라무치를 집무실로 불러 면담을 하다 돌연 경질을 통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카라무치는 자신이 경질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전날(일요일)부터 느끼고 있었다 한다. 그래서인지 주말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가 지금까진 대통령께 직보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켈리 비서실장에게 하겠다”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 했다. 그러나 켈리 실장은 이미 “스카라무치는 ‘팀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대통령의 결단을 얻어낸 상황이었다. 이에 트럼프 가족들도 동의했다고 한다. 켈리 비서실장이 ‘2기 백악관’을 용이하게 장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다른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초 스카라무치의 백악관 입성을 주도했던 트럼프 장녀 이방카와 남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스카라무치를 프리버스 실장과 그 친구들(숀 스파이서 대변인 등 공화당 당료 출신)을 ‘웨스트 윙’에서 "몰아내는 수단(a way to force out)으로 여겼다”고 지적했다. NYT의 보도대로라면 스카라무치는 프리버스 내쫓기용 불쏘시개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켈리

켈리

결과적으로 백악관은 켈리 신임 비서실장 쪽으로 권한이 확 쏠릴 전망이다. 쿠슈너와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 등 모든 백악관의 지도부까지 의사결정 라인을 켈리로 단일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켈리 실장이 백악관의 체계와 규율을 갖출 전권을 부여받았다”며 “웨스트 윙 직원들이 모두 그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남 트럼프 주니어에게 러시아 인사와의 회동에 대해 거짓 해명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대선 기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타격을 줄 정보 제공을 약속 받고 러시아 여성 변호사를 만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처음 회동 사실이 공개됐을 때 트럼프 주니어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 아동의 입양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측 인사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직접 공개하면서 해명이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보좌관이 WP에 증언한 데 따르면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진실을 발표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뒤집고, 지난달 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직접 거짓 성명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주니어의 변호사인 앨런 푸테르파스는 WP 보도에 대해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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