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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누벨바그의 별’ 잔느 모로 타계, 그를 기억하며...

중앙일보 2017.08.01 23:58

[매거진M]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잔느 모로가 31일(현지시간) 향년 8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성숙하고 매혹적인 미모와 관능적인 분위기, 자유롭고 도발적인 삶을 연기했던 예술가 잔느 모로. ‘프랑스 누벨바그의 별’이라 불렸던 잔느 모로의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우리에게 삶은 아무것도 없는 땅처럼 주어지죠. 모든 순간을 의미 있게 일궈야 합니다. 내가 죽을 때 내가 일궈 낸 땅(삶)이 아름다운 정원이기를 바랍니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별’이라 불리던 배우 잔느 모로가 7월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시내 자택에서 향년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SNS를 통해 “잔느 모로는 영화 그 자체로, 확립된 질서에 저항하는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예술가였다”고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잔느 모로는 1947년 종합 예술 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연극 무대로 데뷔한 후, 4년 동안 극단에서 22편의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이후 극단을 나와 여러 실험적인 영화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1950년대 후반 프랑스 영화계에 일어난 새로운 물결 ‘누벨바그’를 주도한 감독들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루이 말 감독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1958)와 ‘연인들’(1958),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의 ‘쥴 앤 짐’(1962)이 대표적이죠. 성숙하고 매혹적인 미모와 관능적인 분위기, 자유롭고 도발적인 삶을 연기했던 잔느 모로는 단숨에 누벨바그 정신을 실현한 여자 배우로 등극했습니다.  
 
잔느 모로는 ‘쥴 앤 짐’에서 삼각관계를 주도한 카트린을 연기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는 자유롭고 천진난만한 성적 매력과 신비한 분위기를 동시에 담아내며 수많은 남성의 애간장을 태웠죠. 또한 1960년 ‘모데라토 칸타빌레’(피터 브룩 감독)에서 상류 사회의 여인 안느 역을 통해 계급적 가치관과 삶의 욕망, 일탈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며 제1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유럽과 할리우드를 오가는 활동을 하던 잔느 모로는 1966년 비영어권 배우로는 최초로 ‘타임’의 표지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의 활동은 배우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극영화 ‘뤼미에르’(1976)와 ‘사춘기’(1979), 다큐멘터리 ‘릴리안 기쉬’(1983)를 연출하며 호평을 얻었습니다. 뜨겁고 치열한 삶을 산 잔느 모로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누군가는 영화를 피상적이고 화려한 것뿐이라고 말하지만, 나에게 영화는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다.”  
 
 
 
‘현금에 손대지 마라’

‘현금에 손대지 마라’

‘현금에 손대지 마라’(1953, 자크 베케르 감독) 

1956년 국내에 개봉한 ‘현금에 손대지 마라’는 프랑스 범죄영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막스(쟝 가방)와 리톤(르네 다리)은 범죄세계에서 유명한 인물들. 은퇴 시기가 가까워진 이들은 노후의 안정을 위해 마지막 한탕을 준비한다. 그리고 이들이 훔친 금괴를 노리던 마약업자 안젤로(리노 벤츄라)는 리톤의 애인인 조지(잔느 모로)를 이용해 계략을 꾸민다. 잔느 모로는 이 영화에서 유명한 술집의 댄서 요부로 등장해 자신의 얼굴을 알렸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사형대의 엘리베이터’(1958, 루이 말 감독)
잔느 모르를 세계적인 여배우로 만들어준 영화. 내용은 이렇다. 사장 부인 플로랑스(잔느 모로)와 바람이 난 줄리앙(모리스 로넷)은 사장을 죽이기로 한다. 몰래 사장실에 침입해 사장을 죽이고 도망치려는 찰라, 정전이 되면서 엘리베이터에 갇힌다. 설상가상 불량배가 줄리앙의 차를 훔쳐 타고 가다가 독일 부부를 죽이고, 다음날 차의 주인인 줄리앙이 용의자로 붙잡힌다. 우여곡절 끝에 독일 부부를 살해한 진범이 잡히고, 자동차 안의 카메라를 통해 줄리앙과 사장 부인의 사이도 들통 난다. 이 영화에서 잔느 모로는 참 매력적이다. 감정이 없는 눈동자에 농염한 입술, 그리고 나른한 음성까지 끈적이는 농밀함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연인들’

‘연인들’

‘연인들’(1958, 루이 말 감독)
잔느 모르가 루이 말 감독과 또 다시 함께한 작품. 도미니크 비방 드농의 소설 『내일은 없다』를 원작으로 한 ‘연인들’은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진 부유한 중년 부인의 불륜을 다룬 독특한 형식의 로맨틱 드라마다. 개방적인 성묘사와 도발적인 표현 등 선정성의 이유로 프랑스는 물론 유럽과 미국 등에서 상영이 금지되기도 했다. 잔느 모르는 이 영화에서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바람난 아내로 출연해 팜므파탈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모데라토 칸타빌레’

‘모데라토 칸타빌레’

‘모데라토 칸타빌레’(1960, 피터 브룩 감독)
프랑스 외지 마을에서 공허한 삶을 사는 사업가의 아내 앤(잔느 모로)과 젊은 청년 쇼방(장 폴 벨몽도)의 7일 간의 격정 멜로를 다룬 영화. 마그리트 뒤라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잔느 모르는 상류사회의 여인 앤을 통해 계급적 가치관과 삶의 욕망, 일탈을 현실적인 연기로 표현하며 제1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모데라토 칸타빌레는 음악 용어로 ‘보통빠르기로 노래하듯이’다.  
 
‘쥴 앤 짐’

‘쥴 앤 짐’

‘쥴 앤 짐’(1961,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
앙리 피에르 로셰의 첫 장편이자 자전적 소설을 각색한 영화. 제1차세계대전 당시 파리. 절친한 친구인 프랑스인 짐(앙리 세르)과 오스트리아인인 쥴(오스카 베르너)은 둘 모두 카트린(잔느 모르)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카트린이 선택한 건 쥴. 전쟁이 끝나고 다시 만난 짐에게 카트린은 쥴과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다고 고백한다. 이 영화에서 삼각관계를 주도한 카트린 역으로 신비한 분위기를 선보인 잔느 모르는 수많은 남성들의 애간장을 태우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밤’

‘밤’

‘밤’(1961,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
성공한 작가인 조반니(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와 그의 아내 리디아(잔느 모로)는 병으로 죽어가는 친구 토마소(버나드 위키)를 찾아 병원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토마소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은 날, 리디아는 조반니에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냉정하고 환멸에 빠진 리디아를 연기한 잔느 모로는 자신의 에로틱한 분위기를 간드러지게 바꿔 표현하며 자신의 명성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
 
‘어느 하녀의 일기’

‘어느 하녀의 일기’

‘어느 하녀의 일기’(1964, 루이스 부뉴엘 감독)
옥타브 미라보의 소설을 토대로 한 이 영화의 배경은 1930년대 초반의 프랑스 시골 마을. 기괴한 가정에서 하녀로 일하는 셀레스틴(잔느 모로 분)은 고약한 욕망을 가진 하인 조제프(조르주 즈레)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로 마음먹는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하녀 역할로 흥미로움을 선사한 잔느 모로. 그는 세련되고 도시적인 외모로 남성들의 마음을 쥐고 흔들며 자신의 고급스런 에로티시즘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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