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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번째…시신 장사 일당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중앙일보 2017.08.01 17:31
시신 장사를 해온 임씨 일당이 불법도청을 위해 사용한 무전기와 스마트폰. [사진 부산경찰청]

시신 장사를 해온 임씨 일당이 불법도청을 위해 사용한 무전기와 스마트폰. [사진 부산경찰청]

119 무전을 24시간 도청해 사고 현장에 먼저 도착한 뒤 시신을 선점해 장례업자와 연결해주는 수법으로 45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2009년과 2012년 부산 일대에서 똑같은 수법으로 이른바 ‘시신 장사’를 해 온 전과자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체 시신 처리 독점하고 운송비·장례비 폭리 취해 2년간 45억원 부당이득
상조회사와 짜고 상조서비스 받지 못하도록 하는 수법으로 유가족에 피해
부산경찰청, 119 소방무전 도청되지 않도록 디지털 전환 요구

1일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임모(46)씨 등 12명을 붙잡아 이중 6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중 구속된 4명은 총책과 도청조 2명, 이송기사가 포함돼 있다. 나머지는 장례업자들이다.  
 
불법도청 장비 [사진 부산경찰청]

불법도청 장비 [사진 부산경찰청]

임씨 등은 2015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부산 소방본부의 119 무전을 도청해 사망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 현장에 사설구급차를 먼저 보내 시신을 확보한 뒤 자신들이 잘 아는 장례업자에게 넘겨 4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 기간동안 모두 3000여건의 시신을 확보했다. 부산에서 한해 3000여건의 변사체가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절반 가까이의 시신을 독점해 온 것이다. 이들은 시신 1구당 운송비와 장례비 명목으로 보통 300만~600여만원을 유족들에게 받은 뒤 관이나 염을 하기 위해 인원을 채용한 비용 등을 뺀 45억원의 수익을 나눴다.  
 
이들의 범죄수법은 간단하다. 2명의 감청조가 119 소방본부의 무전 주파수를 24시간 도청한 뒤 ‘심정지’ 등의 용어가 들리면 총책에게 이 내용을 전달한다. 총책은 같은 조직인 사설구급차 이송기사에게 해당 위치를 알려준다. 이 이송기사는 시신을 선점한 뒤 자신들의 장례업자 8명에게 구역별로 연락해 시신을 넘기는 방식이다. 특히 이들은 2번 구속된 경험을 토대로 도청조는 총책과, 총책은 이송기사와만 서로 대포폰을 이용해 연락을 했다. 경찰이 도청을 감지해 도청조를 찾아내도 이송기사와 통화한 기록이 없어 범죄를 입증하기에 쉽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사설 구급차량. [사진 부산경찰청]

사설 구급차량. [사진 부산경찰청]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시신 장사를 독점한 결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족들에게 돌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 일당이 운구비와 장례비로 폭리를 취해서다. 특히 이들은 상조보험에 가입한 유가족이 상조 서비스를 받지 못하도록 막은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일반적인 장례를 치를 때보다 구체적으로 얼마를 더 받아 챙겼는지는 확인이 안되지만 기존 상조보험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과정에 장례업자와 상조보험 관계자와의 유착 가능성도 있어 이부분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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