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과점·역사왜곡·국뽕·친일…논란의 바다 건너고 있는 ‘군함도’

중앙일보 2017.08.01 15:44
1일 서울 소격동에서 만난 류승완 감독. 류 감독은 2015년 누적관객 1341만명을 기록한 '베테랑'에 이어 지난달 26일 개봉한 '군함도'로 다시 한번 천만 영화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1일 서울 소격동에서 만난 류승완 감독. 류 감독은 2015년 누적관객 1341만명을 기록한 '베테랑'에 이어 지난달 26일 개봉한 '군함도'로 다시 한번 천만 영화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26일 개봉 전후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불거진 것을 시작으로 일방적 애국심을 자극하는 ‘국뽕’ 영화, 역사를 왜곡하는 ‘친일’ 영화라는 극단적 반응까지 나온다. 1일 서울 소격동에서 류승완 감독을 만나 여러 논란에 대한 생각을 직접 들었다. 논란 속에 흥행은 순항 중이다. 개봉 첫날 역대 최고 기록인 97만명이, 6일간 450만명이 관람하면서 올해 첫 천만 영화 탄생 가능성도 점쳐진다. 
①스크린을 독식한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영화 '군함도'.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영화 '군함도'.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군함도’는 홍보·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순 제작비가 220억원이다. 관람객 수로 환산하면 700만명은 봐야 손익분기점이다. 이 영화의 투자, 배급은 CJ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그래서 같은 계열 극장 CGV가 스크린을 몰아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스크린 점유율은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 별반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한 영화가 2000개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현재 전국의 스크린 수는 2758개. 교차상영을 포함하면 5481개로 늘어난 스크린 중 ‘군함도’는 최대 2027개를 차지했다.

26일 개봉 후 6일 동안 450만 돌파
올해 첫 천만영화 될까 관심 쏠려
류승완 "독과점 송구···시스템 마련돼야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 역사왜곡은 아냐"

 
류승완 감독은 “배급 및 상영에 관한 부분은 감독이나 제작사가 직접 관여하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다만 제가 만든 영화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게 민망하고 송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스크린 수 제한에 대해서는 지지하는 의견을 내놨다. “저조차도 동네 영화관에 가서 제가 보고 싶은 영화가 상영하지 않으면 짜증 나는데 정책적으로 리미트를 정해서 이 불필요한 논쟁을 끝냈으면 좋겠다”며 “‘군함도’가 거기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역할을 한다면 그 역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크린 독과점은 영화계의 오랜 이슈다. 지난해 당시 도종환, 안철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이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②역사를 왜곡했다?
영화 '군함도'는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탈출기를 집중적으로 그린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군함도'는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탈출기를 집중적으로 그린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이 미쓰비시(三菱) 광업 소유의 하시마(端島) 탄광에 끌려가 일하다 탈출하는 과정이 기둥 줄거리다. 탈출극 자체는 실제했던 이야기는 아니지만 탄광 내 묘사의 디테일을 비롯해 역사 고증에 대한 크고 작은 이견이 나오고 있다. 역사작가인 심용환씨는 페이스북에 “선대금 형식으로 징용자들에게 이동경비를 부담하게 하는 것부터 젖은 다다밋장을 들면서 화내는 모습까지 우리 영화에 처음 나온 강제징용의 실상을 비교적 잘 고증했다”고 의견을 밝혔다. 반면 박유하 세종대 일문과 교수는 “마구잡이로 끌어가는 경우는 (있었을 수 있으나) 예외적인 일”이나 “위안부와 남성징용은 동원루트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류 감독은 “왜곡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하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만든 창작물이라고 분명히 밝혔고 인물과 사건 모두 그 시대적 배경이 아니었으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영화적 흥분을 노렸다면 전투 신에서 기관총을 쐈을 것"이라며 "역사·군사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당시 섬에 있던 무기와 인력으로만 꾸몄다”고 설명했다. 또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고생한 사람들을 영화 속에서라도 집으로 보내고 싶었다"며 “영화를 다시 만들더라도 그 선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③국뽕인가 친일인가
영화 '군함도'에서 악단장 이강옥 역할을 맡은 황정민과 딸 소희 역의 김수안.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군함도'에서 악단장 이강옥 역할을 맡은 황정민과 딸 소희 역의 김수안.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군함도’는 개봉 전까지는 ‘국뽕’ 영화일 거란 예상이 많았다. 애국심을 고취하는 민족주의가 흥행코드로 깔려 있을 거란 짐작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고는 일본인보다 악랄하게 그려진 여러 친일파 조선인들 때문에 ‘친일’ 영화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딸과 함께 군함도에 끌려간 인물 이강옥(황정민 분) 역시 항일보다 친일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한다.
 
류승완 감독은 “친일적인 행보를 보인 인물들이 극중 어떤 최후를 맞는지 봐달라”며 “친일에 대한 척결 의지가 너무나 명백한데 부분을 확대해석해 마치 그것이 영화가 가고자 하는 방향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차전놀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욱일승천기를 찢는 장면을 예로 들며 “2차 대전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에서 나치 깃발을 불태우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이 영화를 구상하기 시작한 류승완 감독은 “우리가 이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군함도가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지만 일본이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어디에도 기재하지 않고 있고 있기에 과거 아닌 현재진행형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돈을 벌고자 했으면 바로 ‘베테랑2’를 하지 왜 이 험난한 가시밭길에 발을 디뎠겠냐”며 “황정민 선배와 함께 '제대로 한번 만들어보자'며 ‘베테랑’을 찍을 때도 계속 ‘군함도’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결국 끝까지 완성해 개봉한 것만도 감사하다”고 밝혔다.  
영화 '군함도'에서 재연된 강제징용돼 탄광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군함도'에서 재연된 강제징용돼 탄광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역사를 환기하는 ‘군함도’ 효과는 한국만 아니라 해외에도 나타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26일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닌 창작 영화”라며 “징용공 배상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고 말한 반면 일본 문화심의회는 31일 3년째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보로 추천하던 사도(佐渡) 광산을 최종 후보에서 제외했다. 류 감독은 “일본에서 내 발언을 짜깁기해 보도하거나 스스로 강제징용한 광산을 포기하고 다른 곳을 등재신청하는 걸 보면 그만큼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한령 이후 한국 문화콘텐트에 소극적 입장을 취해온 중국에서도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CCTV는 28일 아침뉴스에 ‘항일 대작’이라고 극찬하며 5꼭지에 걸쳐 심층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군함도에서 저지른 죄악을 공개하라”고 논평을 내는 등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했다. 28일에는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유네스코 및 주불 외교관 대상 '군함도' 특별시사회가 열렸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