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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기자의 寫眞萬事] 다리 밑에서 뭐하세요? 책 읽지 뭐합니까!

중앙일보 2017.08.01 15:43
  로마의 귀족은 반쯤 누워서 식사했다. 귀족의 식사 준비와 뒤치다꺼리는 노예가 담당했다. 구름 위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는 제3의 관찰자가 있다고 하자. 관찰자는 인간의 자세를 보고 인간들 간의 권력관계를 파악할 게 분명하다. 누워있는 자가 권력자다. 서 있는 자는 권력에 종사하는 자다.  
1일 마포대교 밑 책방이 문을 열었다. 20여 개 서점이 참여해 각종 책들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15일까지. 책방을 찾은 아이와 엄마가 책을 읽고 있다. 

1일 마포대교 밑 책방이 문을 열었다. 20여 개 서점이 참여해 각종 책들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15일까지. 책방을 찾은 아이와 엄마가 책을 읽고 있다. 

 
 사람 사이에만 권력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창조한 책에도 권력관계가 작동한다. 서점은 새로운 권력이 탄생하고, 번창하다가, 소멸해가는 과정이 집약적으로 반복되는 공간이다. 흥행이 예상되는 책, 흥행을 시켜야 하는 책, 흥행이 되고야 마는 책은 흥행의 흔적이 희미한 기존의 책을 밀어내고 주요 매대에 드러눕는다. 마치 로마의 귀족처럼. 밀려난 책은 매대 옆 책장에 일렬로 서있다. 귀족의 시중을 드는 로마의 노예처럼.  
 
1일 마포대교 밑 책방이 문을 열었다.20여 개 서점이 참여해 각종 책들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15일까지.

1일 마포대교 밑 책방이 문을 열었다.20여 개 서점이 참여해 각종 책들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15일까지.

 클릭 한 번으로 책을 사는 세상이지만 인터넷만으로는 책에 투영된 신구 권력의 미묘한 경쟁 관계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책의 권력관계는 인간의 권력관계처럼 절대적이지 않다. 나의 감동은 타인의 감동과 같을 수도, 같지 않을 수도 있다. 인터넷의 편리함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굳이 서점에 나가 책장을 뒤적이는 이유는 인간마다 취향이 다르고, 따라서 책의 권력관계도 상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위와 싸울수는 없다.더위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다리 그늘에 앉아 책을 읽는다. 이렇게 더위를 잊는다.

더위와 싸울수는 없다.더위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다리 그늘에 앉아 책을 읽는다. 이렇게 더위를 잊는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해가 맑으면 그늘이 어둡다. 삼복더위에 어둡고 서늘한 그늘을 치자면 다리 밑 그늘만 한 게 없다. 마포대교 그늘 밑에 '책 장(場)'이 섰다. 다리 밑 그늘에 묻혀 책들의 권력관계를 살피다보면 끈질기게 들러붙는 더위를 잠시 떼어놓는 보너스를 챙길 수도 있다. 
책은 보물이 되기도 한다.운수좋으면 저렴한 가격에 보물을 갖는 행운도 기대할 수 있다. 꼼꼼히둘러보는 게 전제다.

책은 보물이 되기도 한다.운수좋으면 저렴한 가격에 보물을 갖는 행운도 기대할 수 있다. 꼼꼼히둘러보는 게 전제다.

 
 1일 개장한 마포대교 밑 책방은 전국 20여 개 서점이 참여했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한다. 책값은 시중 서점보다 저렴하다. 12권짜리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는 흥정하기에 따라 3만원에서 4만원 사이에서 살 수 있다. 15일까지.
글·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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