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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가장해 "만나고 싶다" 접근… 지적장애 선배 현금·휴대전화 빼앗은 20대 구속

중앙일보 2017.08.01 14:56
경남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A씨(21)는 친구와 함께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모의했다. 대상은 자신이 괴롭히던 고향 선배 B씨(24)였다. A씨는 중학교 때 고등학생으로 지적장애를 앓고 있던 B씨를 폭행하고 위협했었다. 
아산경찰서 전경. [중앙포토]

아산경찰서 전경. [중앙포토]

 

페이스북 통해 중학생 때부터 괴롭히던 고향선배 연락처 찾아내 유인
경찰, 약취유인·공갈혐의로 20대 2명 검거… "유흥비 위해 범행" 진술

A씨 등은 페이스북을 통해 B씨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친구와 선배의 페이스북을 뒤져 B씨가 충남 아산의 한 회사에 근무한다는 사실과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냈다. 
 
지난달 18일 여자로 가장해 B씨에게 ‘만나고 싶다’고 문자를 보낸 뒤 약속장소로 유인했다.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경남에서 아산까지 원정도 마다치 않았다.
 
B씨를 만난 A씨 등은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린다”고 위협했다. B씨 통장에서 현금 600만원을 인출하고 휴대전화를 빼앗은 뒤 곧바로 팔아넘겼다. B씨 명의로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해 넘기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모두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B씨 가족은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며 집을 나간 아들이 돌아오지 않고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사용도 정지돼 있고 통장에서 거액이 인출된 사실을 확인한 뒤 지난달 20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B씨 통장에서 현금이 인출된 은행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하던 중 B씨 주변에 20대 초반의 남성 2명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수사 과정에서 남성 중 한 명인 A씨가 중학교 때 고등학생이던 B씨를 폭행하고 괴롭혔던 후배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의 추적이 시작되자 A씨 등은 B씨에게 “친구들과 잘 있다”는 내용의 전화를 가족들에게 하도록 강요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기차와 택시를 이용했다.
 
일주일간 B씨를 끌고 다니던 A씨 등은 빼앗은 돈을 유흥비로 모두 탕진하자 B씨 명의로 대출받기로 모의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부산의 한 해수욕장에서 경찰에 검거되면서 추가 범행이 수포로 돌아갔다.
 
A씨 등은 경찰에서 “휴가비를 마련하려고 고등학교 때 괴롭혔던 B씨를 찾아내 돈을 갈취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를 약취유인 및 공갈혐의로 구속하고 친구 C씨(21)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들의 신속한 신고로 피해자를 구하고 범인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며 “실종사건이 발생하면 당황하지 말고 112·182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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