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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 상수원 45년 겹겹 규제 … 26세 청년의 비극 불렀다

중앙일보 2017.08.01 11:18 종합 10면 지면보기
대대적인 단속과 규제에 절망감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한 A씨의 상여. 김민욱 기자

대대적인 단속과 규제에 절망감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한 A씨의 상여. 김민욱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의 한 식당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26살 청년 A씨의 유서. "수호신이 될게요"라고 적었다. A씨의 60대 부친은 대대적인 불법영업 단속에 수천만원의 벌금을 맞은 전과자가 됐다. [사진 유족 측]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의 한 식당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26살 청년 A씨의 유서. "수호신이 될게요"라고 적었다. A씨의 60대 부친은 대대적인 불법영업 단속에 수천만원의 벌금을 맞은 전과자가 됐다. [사진 유족 측]

대대적인 단속과 규제에 절망감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한 청년 A씨의 상여 행렬. 김민욱 기자

대대적인 단속과 규제에 절망감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한 청년 A씨의 상여 행렬. 김민욱 기자

“어야, 어야” “원통해서 어찌하나” “어야, 어야” 1일 오전 9시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사무소 앞. 26살 청년 A씨의 안타까운 혼백을 위로하는 구슬픈 상엿소리가 울렸다.
 

부친과 하던 식당 불법 단속에 폐업
벌금 6500만원 맞자 결혼도 미뤄
“가게 수호신 될게요” 유서 남겨

다른 주민 70명도 전과자 신세
“생계 위협하는 다중 규제 풀어야”

‘상여’는 A씨의 시신을 운반하는 제구(祭具)이면서,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이후 45년간 희생을 감내해온 주민들이 처한 현실을 상징한다고 한다.
 
장례행렬 속 주민들은 “(A가) 너무 불쌍해서 어쩌냐. 이게 다 규제 때문이다. (전과자를 양산하는 규제를) 제발 풀어달라”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주민은 “얼마나 죽어 나가야 하나. 이래저래 살지 못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쯤. 부친(65)과 함께 2015년부터 운영하던 조안면 내 한 음식점 안에서였다. 그는 스스로 목을 맨 채 가족들에게 발견됐다. 주변에서는 펜으로 꾹꾹 눌러쓴 2장의 유서가 나왔다.
 
유서 첫장 하단에 ”이 가게(부친 가게를 의미) 잘 될 수 있는 수호신이 될게요”라고 적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A씨 가족은 2015년부터 음식점 영업을 시작했다. 불경기에 식당 운영은 어려웠다고 한다. 와중에 사법·행정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을 맞았다. 문 연지 2년도 안돼 불법 영업에 따른 벌금 등 6500만 원을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음식점은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카드빚에도 시달렸다고 한다. 생계를 맡게 된 A씨는 인근에 핫도그 가게를 차리려 했지만, 또 다시 관계기관에 적발됐다. 그는 교제하던 여성과 결혼도 미룬 터였다. 이웃 주민들은 “사라지지 않는 단속과 벌금, 규제에 상당한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의 한 식당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26살 청년 A씨의 유서. "수호신이 될게요"라고 적었다. A씨의 60대 부친은 대대적인 불법영업 단속에 수천만원의 벌금을 맞은 전과자가 됐다. [사진 유족 측]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의 한 식당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26살 청년 A씨의 유서. "수호신이 될게요"라고 적었다. A씨의 60대 부친은 대대적인 불법영업 단속에 수천만원의 벌금을 맞은 전과자가 됐다. [사진 유족 측]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해온 20대 청년이 좌절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에도 상당한 압박감을 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유서 두 번째장에 “수사도 두려울 뿐더러”라고 표현했다.
 
A씨네 음식점이 자리한 조안면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지자체와 경찰·검찰의 대대적인 특별 단속을 맞았던 곳이다. 수도권 식수원인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음식점 등을 ‘불법’ 영업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남양주 조안면 위치도. [중앙포토]

남양주 조안면 위치도. [중앙포토]

70곳의 음식점이 철퇴를 맞았다. 7명이 구속됐다. 12명은 폐업을 약속해 불구속 상태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부친(65)처럼 음식점 영업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거나 규모가 작은 51명은 벌금 500만∼30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장사밖에 모르던 70명의 주민이 전과자가 됐다. 
 
평소 고인을 잘 안다는 한 주민(30대 여성)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는 다른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며 “또 다시 이런 일이 생길까 두렵다”고 울먹였다.
 
수려한 풍경의 북한강 변에 자리한 조안면은 한때 서울 근교 명소였다고 한다. 지척에 운길산 수종사·다산 정약용 생가·두물머리·세미원 등 관광지가 있다. 경의·중앙선 운길산역 개통(2008년 12월)으로 접근이 편리해져 단속 전 한해 5만명 가량이 찾았지만, 현재는 폐업 안내문이 곳곳에 나붙어 있는 등 황량하게 변했다.
규제완화 요구하는 조안면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김민욱기자

규제완화 요구하는 조안면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김민욱기자

 
강변을 따라 쭉 내걸린 수십장의 현수막이 마을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현수막에는 ‘팔당상수원의 규제를 풀고 현실에 맞게 규제 완화 하라’ ‘조안면민 옭아매는 규제정책 중단하라’ 등이 쓰여있다. 
 
조안면 주민들은 기업형 불법영업 음식점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조안면은 1972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50.67㎢의 면적 중 개발제한구역이 82%인 41.48㎢에 이른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배다.
 
이듬해 말 팔당댐이 완공되면서 팔당상수원 보호구역이 됐다. 수도권 규제도 적용받고 있다. 다중 규제지역이다.   
 
주민들은 관광수요가 생기자 농작물 재배시설이나 창고, 자택 등을 음식점·카페 등으로 용도변경해 영업을 시작했다. 대부분 생계유지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한다.  
 
최동교(61) 조안면 규제피해주민대책위원회 총괄 본부장은 “보다시피 마을에 약국 같은 최소한의 편의시설도 없다. 40여년간 그물망 규제에 묶여 피해를 입었다”며 “음식점 영업 등은 생계유지를 위한 선택이었는데 주민 상당수가 전과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같은 불행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 이번 슬픔을 계기로 정부를 향한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주민대책위원 측은 “주민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하수처리시설을 신속히 증설해야 한다”며 “이제라도 음식점·소매점 등 근린생활시설에 대한 허가조건을 완화하는 정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하수종말처리시설로 방류수 수질 기준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A씨의 죽음은 참으로 안타깝다”며 “상수원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지역 주민의 생활 여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남양주 조안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적용받는 양평군 양수리. 김민욱 기자

남양주 조안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적용받는 양평군 양수리. 김민욱 기자

 
남양주·양평=김민욱·전익진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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