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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운명의 날(상)]…원인은 동ㆍ서양 문화 차이?

중앙일보 2017.08.01 10:02
[고란의 어쩌다 투자]
 '운명의 날' 비트코인 생태계의 미래는 (상)

8월 1일, 비트코인 생태계 변화에 대한 질문
①어떤 일 벌어지나…1 BTC 당 1 BCC 지급
개인별 지급량 파악 위해 당분간 거래 정지
②채굴업자는 누구…송금 도와주는 필수 존재
“서양 개발자들과의 대립은 대화 부족 탓”

 
 ‘운명의 날’이 밝았다. 8월 1일(한국시간으로 오후 9시)이다. 가상화폐의 ‘맏형’ 비트코인이 쪼개진다. 정확히 말하면 쪼개진다, 라기보다는 비트코인에서 파생돼 또 다른 비트코인이 생긴다.
 
 이를 주도하는 세력은 채굴업자들이다. 가상화폐에 국적이 있을까마는, 주요 채굴업자들은 중국인이다. 이들은 새로운 비트코인을 ‘비트코인 캐시’(BCC)라 부른다. “BCC가 비트코인보다 더 가치 있을 것”(중국 최대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비트메인의 우지한 대표)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미래 사람들은 8월 1일을 가상화폐 시장의 어떤 날로 기억할지, 3가지 질문으로 정리해 봤다. 이번 편은 그중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다.
 
① 8월 1일, 어떤 일 벌어지나
 비트코인은 비롯한 모든 가상화폐는 일종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모든 소프트웨어가 그렇듯 시간이 지나 한계가 노출되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비트코인이 직면한 문제는 처리 용량이다. 현재 10분당 1메가바이트(MB) 용량의 블록을 생성, 거래 내역을 처리하고 있다. 초기에는 문제가 없었겠지만, 최근 이용자가 폭증하면서 송금 처리 속도가 늦어졌고 이를 빨리 처리하기 위해 일종의 ‘급행료’(높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일까지 생겼다.
 
 문제는 비트코인의 분권화된 구조다(그래서 해킹이 어렵다. 해킹을 하려면 수천수만 이용자들의 컴퓨터를 해킹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보안을 강화한 업그레이드 버전의 윈도는 제작사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배포ㆍ판매하면 된다. 중앙집권적이다. 단일 주체가 업그레이드하면 이용자들은 그걸 따르면 된다.
 
 비트코인은 그 생태계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결정 권한이 있다. 문제가 있어도 이를 업그레이드 할지 말지, 혹은 어떤 식으로 업그레이드 하는지를 단 하나의 주체가 결정할 수 없다.  
 
 처리 용량을 늘리는 방법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두 세력은 개발자들(developer)과 채굴업자들(miner)이다. 개발자들은 블록에서 복잡한 서명(witness)을 분리(segregated), 블록을 단순화해 처리 용량을 늘리겠는 계획이다. 일명 ‘세그윗(SegWit)’이다. 당초 8월 1일로 예정됐던 세그윗은 최종적으로 10일쯤 이뤄진다고 한다. 1일에는 일단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신호를 보내오지 않는 블록은 무시(차단)하는 작업을 한다고 한다. 미뤄지기는 했지만, 사실상 1일 세그윗이 적용되는 셈이다.
 
 세그윗에 반발하는 채굴업자들이 만든 게 BCC다.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의 차명훈 대표는 “BCC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분리됐다기 보다는 새로운 블록체인에 기반했다”며 “BCC는 비트코인의 파생 코인이 아니라 새로운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가상화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캐시(BCC)

비트코인 캐시(BCC)

 
 주식시장에서는 회사가 배당을 지급하기 위해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주주명부를 폐쇄한다. 거래소에서 매매를 통해 손바꿈이 빈번하기 때문에 배당금을 줘야 할 주주를 특정하기 위한 조치다.
 
 채굴업자들은 비트코인 1개당 BCC 한 개를 지급한다. 1일 오후 9시 전후에 비트코인 보유자들에게 보유 수량에 해당하는 만큼의 BCC가 지급된다. 비트코인을 개인 지갑(계좌)이 아니라 거래소가 관리하는 지갑에 보유하는 이들의 경우엔 비트코인이 누구의 것인지를 특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24시간 365일 거래되는 비트코인 거래소가 이 시점을 전후해 잠시 거래를 중단한다(앞서 세그윗에 따른 시스템 불안 등을 이유로 비트코인 입출금을 정지했지만, 거래소 내에서 거래는 가능했다).  
 
빗썸 홈페이지

빗썸 홈페이지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1일 오전 9시부터 두 시간 동안 비트코인 거래를 중지한다. 코인원은 1일 오후 8시 40분부터 1시간 동안 거래를 중단할 예정이다. 코빗은 8월 1일(대략 오전 6시 전후)부터 입출금을 정지하는 동시에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 거래를 중단할 계획이다.
 
② 채굴업자, 그들은 누구인가
 여기서 생기는 의문이 있다. 그렇다면 채굴업자는 누구이길래 비트코인의 운명을 결정지을까.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거래소에서 돈을 내고 비트코인을 사는 방법이다. 가장 보편적이다. 다른 하나는 일종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푼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는 방법이다. 이런 작업이 금을 캐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채굴(mine)’이라는 말이 붙었다.
 
 ‘어려운 수학문제’라고 비유했지만,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비트코인을 A에게서 B로 보내는 과정에서 필요한 컴퓨터 연산 작업을 도와주는 역할이다. 그 역할을 수행한 대가로 채굴업자들에게 비트코인이 지급된다.
 
자료: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캡쳐

자료: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캡쳐

 별 것 아닌 역할 같지만, 극단적으로 채굴업자들이 없으면 비트코인 송금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비트코인 생태계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그런데 비트코인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채굴업자들의 파워가 지나치게 커졌다. 비트코인의 분권 정신과 보안성을 믿는 개발자들은 채굴업자들의 이런 강력해진 파워에 위협을 느낀다. 대략 20여개의 대규모 채굴업자들이 단합해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공격할 수도 있다고까지 의심한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비트코인, 나아가 가상화폐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는 것이다.
 
 채굴업자들이 비트코인 업그레이드(세그윗)에 반대하는 것은 업그레이드를 하면 기존의 컴퓨터 장비(대규모 그래픽카드 서버)로는 더이상 비트코인을 대가로 얻을 수 없을지 모른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혹은 과거에 비해 대가로 얻는 비트코인의 양이 적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BCC를 고안했고, 8월 1일 오후 9시 전후를 기점으로 비트코인 보유자들에게 BCC를 지급한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BCC 선물 시장을 개설한 중국 가상화폐 거래소 비아BTC의 하이포 양 대표는 최근 가상화폐 정보업체인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BCC를 둘러싸고 서양인들 위주의 개발자들과 동양인들 위주의 채굴업자들이 논쟁을 벌이는 것은 문화ㆍ언어적인 차이 때문에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서양 거래소도) BCC 거래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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