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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열흘만에 '백악관 물갈이' 이끌어낸 '스카라무치 효과'

중앙일보 2017.08.01 07:17
'월가 출신' 앤서니 스카라무치 백악관 공보국장이 31일(현지시간) 해임됐다. 임명 10일만의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6개월을 맞아 '1기 내각 개편'에 나선 가운데, '개편 인사'의 신호탄과도 같았던 스카라무치는 열흘의 시간 동안 '백악관 물갈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른바 '스카라무치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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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스카라무치를 신임 공보국장에 임명했다. 취임 이후 줄곧 트럼프 대통령을 괴롭히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공보 담당자들의 업무에 불만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사의를 표명한 마이크 덥키 이후 공석이었던 공보국장 자리에 스카라무치를 임명했다.
 

스카라무치는 '스카이브릿지캐피탈'의 창업자로, 골드먼삭스 출신의 금융가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반(反) 트럼프' 트윗뿐 아니라 '친(親) 클린턴' 트윗을 올렸을 뿐 아니라 2015년 8월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별 볼일 없는 정치인"이라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총기규제 법안을 지지하는 한편, "기후변화는 사기"라는 주장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인물이다.
 
이같은 목소리를 내던 스카라무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보국장 임명에 "완전한 투명성 : 오래된 트윗을 삭제한다. 과거의 관점은 진화했고, 혼란이 있어선 안 된다"는 트윗과 함께 "생각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에 입성한 그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사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를 공개적으로 자랑하기도 했다.
 
한편, 스카라무치의 해임 발표가 있던 31일 오전, 켈리 비서실장은 그의 해임을 암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오전 회의에서 켈리 비서실장이 백악관 참모들에게 자신이 참모진 책임자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에게 직보한다"는 스카라무치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숀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은 스카라무치 임명에 가장 큰 반발을 했던 웨스트윙(미 대통령 참모 집무동) 인물로 손꼽힌다. 덥키 전 공보국장의 빈자리를 채우며 '공보 책임자' 역할을 해왔던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카라무치 임명 강행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 임명 발표 직후인 22일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 이후 줄곧 '대통령의 입'을 도맡아온 그를 만류했지만 결국 사의를 꺽지 못했다.
 
스파이서 전 대변인은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보국장, 전국위 수석전략책임자, 전국위 대변인 등을 맡아온 '공화당 주류계' 인물로, 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라인으로 분류된다. 정치권 출신의 스파이서 전 대변인과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에겐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장녀인 이방카,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가까운 스카라무치가 경계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스파이서 전 대변인이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부대변인이었던 새라 허커비 샌더스는 백악관 대변인으로 승진하게 됐다. 샌더스 대변인은 지난 5월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당시 CNN은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경질과 관련해 직접 언론 앞에 나섰던 샌더스 부대변인의 업무수행 모습을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스파이서 전 대변인이 예비군 훈련으로 부재중이었던 터라 '스파이서 경질설'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당시 소식통을 인용해 "스파이서 대변인이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백악관에 남겠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스파이서 대변인의 부재 직후인 5일부터 고문단에게 샌더스 부대변인의 브리핑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고 보도했다.
 

스파이서 전 대변인과 샌더스 대변인에 이어 스카라무치의 백악관 입성으로 신변에 변화가 생긴 인물은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이었다. 스카라무치 임명과 함께 '경질설'이 나돌던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은 28일 전격 해임됐다. 해임 관련 공식 발표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존 켈리 국토안보부장관이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막 임명됐다는 사실을 알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을 뿐. 
 
스카라무치 신임 공보국장의 무시도 이어졌다. 자신의 재산 등 재정기록이 언론에 유출된 배경에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이 관련있다며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망할(fucking) 편집성 조현병 환자"라며 맹비난한 것이다. '백악관 스태프의 수장(Chief of Staff)'라는 직함이 무색하게도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은 그야말로 '쫓겨나듯' 백악관을 나오게 됐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은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같은 위스콘신 출신으로, 당내 주류 인사로 손꼽힌다. 스파이서 전 대변인에 이어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까지 백악관을 떠나면서 '2기 백악관'은 소위 '충성파'로 꾸려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42년 군생활의 4성장군 출신 켈리 비서실장은 본인 스스로도 이라크전에 참전한 군인일뿐 아니라 막내아들을 아프간전에서 잃은 슬픔을 겪은 인물이다. 대선 캠페인 때부터 참전용사들에게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춤형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거기에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가(家)를 옹호하는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트럼프의 남자'로 거듭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쿠슈너가 러시아 정부 관계자와 접촉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것은 어떤 방식이라도 좋다"며 "특히 그들이 우호적이지 않은 집단일때는 더욱 말이다"라고 밝힌 것이다.
 
31일부터 공식 업무에 들어간 켈리 비서실장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스카라무치의 해임이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스카라무치 국장이 공보국장 역할에서 떠난다"며 "스카라무치 국장은 존 켈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이 새 판을 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켈리 비서실장은 백악관 운영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부여받았으며 모든 스태프들은 그에게 보고를 할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대통령 직보' 논란의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딸 이방카뿐 아니라 사위 쿠슈너, '최측근'으로 손꼽히는 선임고문 스티브 배넌까지 포함되는 이야기냐는 출입기자단의 질문에 샌더스 대변인은 "백악관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렇다"고 강조했다.
 
CNN과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켈리 비서실장이 스카라무치의 경질을 요청했다며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켈리 신임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백악관의 변화를 위한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켈리 비서실장이 빠르게 웨스트윙을 장악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군 지휘관 출신인 켈리 비서실장이 백악관에서 지낸 열흘동안 끊임없이 잡음을 발생시켰던 그를 해임시키면서 본격적인 '백악관 질서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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