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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담뱃값 내렸던 캐나다, 판매 175% 늘자 재인상

중앙일보 2017.08.01 01:00 종합 12면 지면보기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담배가 진열돼있다. 이날 자유한국당에선 담뱃값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담배가 진열돼있다. 이날 자유한국당에선 담뱃값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과거에 건강 증진 차원에서 담뱃값 문제를 거론한 게 사실이지만 올렸어도 담배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됐다.”
 

한국당, 담뱃값 인상효과 없다는데
값 올리기 전 판매 연간 43.6억갑
지난해 36.6억갑 팔리는 데 그쳐

15년간 52개국 분석 자료 보니
담뱃값 올라갈수록 흡연율 하락

홍문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지난달 27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전날 한국당에선 윤한홍 의원 등 11명이 담뱃값을 인하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지방세법·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법안 핵심은 현재 4500원 수준인 가격을 2015년 인상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법안 제안 이유에는 “담배 판매량이 2015년과 2016년 정부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담뱃세 인상 목적인 흡연 감소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서민 부담만 가중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담뱃값을 올리는 추세이지 다시 내리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주요 국가 중에선 캐나다가 유일한 ‘인하’ 사례로 꼽힌다. 캐나다는 1980~93년 지속적인 담뱃값 인상으로 국경을 접한 미국에서 담배 밀수가 증가하자 94년 가격을 내렸다. 하지만 퀘벡주에서만 담배 판매량이 175% 급증하는 등 흡연 문제가 심각해지자 2002년 담뱃값 재인상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반면 프랑스는 유럽연합(EU)에서 담뱃값이 세 번째로 높은데도 7월 초 추가 인상 계획을 또 발표했다. 10유로(약 1만3200원)로 올릴 예정이다. 영국도 해마다 물가상승률에다 공중보건학적 인상분 등을 합쳐 담뱃값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담뱃값 인상 후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담배 가격이 꼴찌에서 4~6번째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담뱃값을 도로 내리자는 논의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요즘은 흡연율을 1%포인트도 내리기 어려워 세계 각국이 더 강한 규제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고그림과 문구가 새겨진 담배. 담뱃값 인상 이후에 흡연율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중앙포토]

경고그림과 문구가 새겨진 담배. 담뱃값 인상 이후에 흡연율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중앙포토]

또 가격 인상을 했지만 금연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7년 이후 40%대 초중반에 머무르던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15년 39.3%로 떨어졌다. 흡연율 집계 이후 첫 30%대 진입이다. 남자 청소년 흡연율도 2014년까지는 14%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지만 2015년 11.9%, 2016년 9.6%로 급락했다.
 
담배 판매량도 인상 전과 비교하면 많이 줄었다. 2014년 43억6000만 갑이던 판매량은 가격이 오른 2015년 33억3000만 갑으로 크게 떨어졌고, 2016년에는 인상 효과가 다소 둔화됐음에도 36억6000만 갑에 머물렀다. 올해 상반기엔 17억1000만 갑이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줄었다.
 
이성규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담뱃값 인상 효과는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해마다 40억 갑을 훌쩍 넘겼던 담배 판매량이 가격 인상으로 그나마 이 정도까지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와 한국의 담배 판매량과 담뱃값의 추이를 보여주는 자료. 가격이 오르면서 판매량이 '반비례'로 꺾이는 양상이 나타난다. [자료 찰룹카 교수]

멕시코와 한국의 담배 판매량과 담뱃값의 추이를 보여주는 자료. 가격이 오르면서 판매량이 '반비례'로 꺾이는 양상이 나타난다. [자료 찰룹카 교수]

전 세계적으로도 흡연율과 담뱃값은 ‘반비례’ 관계가 나타난다. 담배 정책 연구의 대가인 프랭크 찰룹카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가 96~2011년 52개국을 분석한 결과 담배 가격이 증가할수록 소비는 감소하는 양상이 뚜렷했다. 멕시코·브라질 등에서 가격이 올라갈수록 담배 판매량은 급격히 떨어졌고, 한국도 2015년 전후로 이들과 비슷한 그래프를 그렸다.
 
조홍준 교수는 “가격을 내리는 게 답이 아니라 저소득층·청소년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금연 정책을 늘려야 흡연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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