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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기 속 한·일 공조 급한데 … 위안부TF 강행한 정부

중앙일보 2017.08.01 01:00 종합 6면 지면보기
오태규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31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1차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오태규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31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1차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한·일 간 12·28 위안부 합의의 경과와 내용을 검토하기 위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직속의 태스크포스(TF)가 31일 출범했다.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 등으로 한·미·일 간 안보 공조가 시급한 상황에서 TF 발족이 한·일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교장관 직속 9인 위원회 첫 회의
사드 이어 ‘절차적 정당성’ 검증 2탄
합의 과정·내용 연말까지 검토키로
재협상·파기 결론 땐 양국관계 악재

외교부는 이날 오태규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TF 1차 회의를 열고 TF 운영 방안과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합의에 이르게 된 이제까지의 경과와 역사, 합의의 내용에 대해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라며 “어떤 결론을 상정하고 검토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또 “TF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치열한 논의를 통해 이를 평가한 뒤 장관에게 보고서로 제출할 것”이라며 “보고를 받은 외교부 장관이 어떤 절차나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F는 오 위원장을 비롯해 9명으로 구성됐다. 외교부 내외 인사들이 모두 포함됐다. 연말까지 검토를 마무리하고 최종 결과는 공개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과 통화 등에서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일관된 지적을 해 왔다. ▶대다수 국민과 피해자가 정서적으로 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양측이 공동으로 노력해 지혜롭게 극복하자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TF는 국민이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외교 원칙은 ‘당당한 협력 외교’인데, 당당함을 확보하려면 이 같은 민주적 절차를 중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에 이어 문 대통령이 두 번째 ‘절차적 정당성’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흠결을 보완하겠다며 일반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결정했다.
 
정부는 이번 TF 발족이 위안부 합의의 파기나 재협상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은 불가피하다. TF 발족 자체가 기존 합의의 완전하고 충실한 이행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일본 측의 입장을 무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 재협상이나 파기 쪽으로 정부 입장이 결정된다면 한·일 관계에는 대형 악재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 협력에도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 안보 협력의 전제조건이 돼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이어 “일단 결정을 한 만큼 위안부 합의 검토는 그대로 진행하되, 긴박한 안보 상황을 감안해 일본과 협력할 것은 해야 한다”며 “TF가 여론에 휘둘리거나 정치 진영 논리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 “과거사 문제와 별개로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자”고 밝힌 것처럼, 역사 갈등과 안보·경제 협력을 분리하는 ‘투트랙 접근’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비밀로 분류돼 있는 국가 간 합의 관련 내용을 국내정치적 필요에 의해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궁극적으론 한국 외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외교 사안을 들춰내는 과정에서 한·일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와 상대하는 다른 나라들이 ‘한국과의 교섭 내용은 공개될 수 있다’고 인식한다면 외교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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