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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악천후 심술 뚫고 … 이미향 뒤집기 마술

중앙일보 2017.08.01 01:00 종합 25면 지면보기
이미향. [노스 에어셔 AP=연합뉴스]

이미향. [노스 에어셔 AP=연합뉴스]

우여곡절. 31일 끝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애버딘 에셋 매니지먼트 스코티시 여자 오픈에서 이미향(24·KB금융그룹)이 겪었던 일주일을 정리한 단어다. 그 곡절의 결말은 2년 8개월 만의 LPGA 우승이었다.
 

드라마 같은 스코티시 오픈 우승
비행기 지연에 골프백 분실 소동
하루 늦게 도착, 연습 제대로 못해
2라운드 4오버파로 겨우 컷 통과
3라운드서 4타 줄이며 반전 시작
마지막날 6타 따라잡아 대역전승

이미향은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최종합계 6언더파로 우승했다. 2014년 11월 일본 미즈노 클래식 이후 32개월 만에 맛본 두 번째 우승이다.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5300만원). 이미향의 우승으로 올 시즌 한국 선수의 LPGA 우승은 11회로 늘었다. 박성현(US여자오픈), 김인경(마라톤 클래식)에 이어 3주 연속 한국 선수 우승이다.
 
이미향은 “우승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강풍·폭우로 변화무쌍했던 스코틀랜드의 날씨만큼, 이번 대회에서 이미향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지난달 24일 미국에서 출발한 항공편부터 말썽이었다. 이륙이 지연돼 중간경유지에서 연결편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하루 뒤늦게 스코틀랜드에 도착했지만, 함께 왔어야 할 골프백이 도착하지 않았다. 현지에서 급하게 클럽을 빌렸지만, 샤프트가 너무 부드러웠다. 이미향은 “공이 난초를 그렸다”고 말했다.
 
뒤늦게 골프백을 찾기는 했다. 클럽은 대회 개막 전날인 현지시각 수요일(26일)에 골프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당시 대회장에서 프로암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연습할 수가 없었다. 운 좋게도 참가 선수 중 한 명이 포기했고, 이미향은 대신 들어가 9홀 연습라운드를 했다.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는 이미향. [노스 에어셔 AP=연합뉴스]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는 이미향. [노스 에어셔 AP=연합뉴스]

 
첫날부터 날씨가 장난이 아니었다. 스코틀랜드 날씨가 변화무쌍하다지만, 초속 10m가 넘는 바람은 예사롭지 않았다. 뼈가 시릴 만큼 춥기도 했다. 대부분 오버파를 쳤다. 이미향도 1·2라운드 합계 4오버파를 쳤다. 간신히 컷 통과선(5오버파)을 넘었다. 선두와는 9타 차였다.
 
3라운드에서 거짓말 같은 반전이 일어났다. 비바람이 계속 불어 악조건은 그대로인 가운데, 이미향이 4타를 줄였다. 이날 가장 좋은 스코어였다. 기세는 4라운드로 이어졌다.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6, 보기 1개로 5타를 줄인 것이다.
 
막판 승부는 이미향과 카리 웹(43·호주)의 싸움으로 좁혀졌다. 17번 홀에서 이미향은 위기를 맞았다.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 러프로 갔다. 내리막 라이여서 공을 세우기 쉽지 않았다. 이미향은 플롭샷으로 공을 높이 띄워 핀에서 2m 거리에 붙인 뒤,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반면 웹은 17번홀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렸다. 웹은 “왜 이전에는 빠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빠졌냐”고 캐디에게 신경질을 냈다. 벙커에서 공을 꺼내 다시 친 샷도 그린 사이드 벙커에 들어갔다. 웹은 네 번 만에 그린에 올렸고, 2퍼트를 했다.
 
이미향은 파 5인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웹도 버디를 잡았으나 한 타가 부족했다. 웹은 “18번 홀에 왜 리더보드가 없느냐”고 또 불만을 표시했다. 이미향은 결국 올 시즌 LPGA 최다 타수 차(6타) 역전 우승을 했다.
 

이미향은 골프계 ‘국민 여동생’으로 불린다. 귀여운 외모와 호감 가는 밝은 성격 때문이다. 샷은 거의 완벽하다. 그러나 퍼트 등 쇼트게임이 조금 부족했다. 우승 경쟁을 하면 긴장하는 모습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웹 같은 노련한 선수를 상대로 역전 우승을 해냈다. 이미향은 “좋은 경험이 됐다.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이미향은 4라운드에서 페어웨이 안착률 78.5%, 그린 적중률 77.8%, 퍼트 수 27개 등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였다. 조던 스피스를 지도하는 스윙코치 캐머런 매코믹으로부터 스윙을 지도받는 그는 지난 5월부터 함께 한 캐디 채드 페인과 호흡도 잘 맞았다.
 
3일부터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링크스에서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 오픈이 열린다. 이미향은 “브리티시 오픈을 앞두고 좋은 연습을 했다. 또 한번 정상에 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향은 …
 
출생 : 1993년 3월 30일
: 1m62cm
출신교 : 함평골프고-한국체대(체육학과 재학 중)
LPGA투어 데뷔 : 2012년
LPGA투어 우승 : 미즈노 클래식(2014년 11월)
스코티시 여자 오픈(2017년 7월)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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