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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역대 최대 아파트 입주...규제, 인구 유출 많은 서울까지 먹구름 드리우나

중앙일보 2017.08.01 00:05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경기도 역대 최대 입주 홍수

경기도에 2019년까지 40여만가구 입주 예정
분당 등 1기 신도시 개발 1990년대 초보다 많아
공공택지 개발, 민간 도시개발이 공급 급증 주도
서울 인근 경기도 아파트에 서울 계약자 많아
정부 규제, 인구 유출 맞물려 서울 주택시장 불안



 
경기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아파트 입주가 몰려오고 있다. 올해부터 2019년까지 아파트 5만가구 가량 입주 예정인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경기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아파트 입주가 몰려오고 있다. 올해부터 2019년까지 아파트 5만가구 가량 입주 예정인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 첨단 고층 신도시 인천 송도를 마주하고 시화호를 끼고 있는 서해안의 경기도 시흥시. 아파트 9만여 가구를 비롯해 주택 15만여 가구에 40여만 명이 살고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중간급 규모의 도시다. 
 
시흥에 올 하반기 1만여 가구의 새 아파트가 준공된다. 배곧신도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고 목감·은계 등 공공택지에 짓고 있던 아파트도 잇따라 완공된다. 
 
시흥에 올 하반기부터 2019년 말까지 들어설 아파트가 총 3만5000여 가구다. 연평균 1만2000가구 정도다. 2011~2016년 연평균 입주물량(1700여 가구)의 6배가 넘는 물량 폭탄이다. 
 
#서울 강서구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박모(43)씨는 지난달 경기도 김포시 한강센트럴자이 아파트 70㎡(이하 전용면적)로 이사했다. 3년 전 전세보증금에 조금만 더 보태면 분양대금을 치를 수 있어 분양 계약한 집이다. 당시 박씨의 보증금이 2억6000만원이었는데 이 아파트 분양가는 3억원이었다.
 
박씨는 “그 사이 전셋값이 급등해 현재 3억8000만원 선”이라며 “서울 도심에 있는 직장에서 조금 멀기는 하지만 주거비 부담이 훨씬 가볍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아파트 입주 홍수가 몰려온다. 분당 등 5개 신도시 개발로 주택공급이 급증했던 1990년대 초반과 주택시장 활황기였던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한 수준이다. 공급량 급증이 집값 열기를 식히며 수도권 주택시장에 상당한 지각변동을 가져올 전망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로 달아오른 서울에도 어떤 파문을 일으킬 지 관심이다.
 
부동산114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수도권 아파트 준공예정 물량이 55만여 가구다. 이중 내년이 21만여가구로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2011~16년 연평균(10만여가구)보다 80%나 많다.
 
 
2019년까지 경기도 40여만가구 입주 
 
수도권에 연평균 18만가구가량이 몇년 간 쏟아진 것은 수도권 1기 5개 신도시가 들어선 1992~96년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끊기다시피 한 주택공급이 한꺼번에 몰린 2002~2004년 정도다. 
 
수도권 중에서도 특히 경기도에 올해부터 2019년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입주가 몰려온다. 이 기간 경기도 입주 아파트는 40여만 가구로 전체 55만여가구의 73%다. 연평균 13만5000가구 수준이다. 1990년대 초반 5개 신도시가 경기도에 개발됐을 때 연평균 입주물량(10만여가구)보다도 훨씬 많다.  
 
이는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터져나온 분양 봇물이 공사를 거쳐 준공되기 때문이다. 2014년까지 연평균 8만가구 정도이던 경기도 분양물량이 2015~16년엔 각각 20만, 17만가구로 급증했다.
 
신도시·택지지구·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주택지구) 등 공공택지가 분양물량 증가를 주도했다. 대규모 민간 주택사업(도시개발사업)도 ‘펌프’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재고 아파트가 크게 늘어난다. 2016~19년 경기도에 새로 완공되는 아파트는 2015년 기준(250여만가구) 대비 20%인 49만여에 달한다.  
 
 
광주·김포·시흥·하남·화성 등에 입주 몰려 
 
경기도에 쇄도하는 아파트 입주는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어디에 많을까. 
 
2015년 재고 아파트 대비 2016~19년 입주물량의 비율이 30% 이상인 지역은 광주·김포·시흥·하남·화성 등이다. 
 
하남이 가장 많다. 지난해부터 2019년까지 입주하는 아파트가 3만4000여가구로 기존 아파트(3만5000여가구)와 맞먹는다. 위례신도시·미사지구 등에서 대거 분양됐다. 
 
화성 입주물량은 기존 아파트의 60%인 8만5000여가구다. 대부분 수도권 남부 최대 신도시인 동탄2신도시 입주물량이다. 이곳엔 총 9만여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5만7000가구 가량 분양됐고 2019년까지 5만가구 가까이 입주할 계획이다.  
 
시흥은 배곧신도시 입주가 많고 광주와 평택은 민간 도시개발사업이 활발한 덕이다. 김포는 한강신도시와 주변 민간 도시개발이 한창이다.  
 
 
집값·전셋값 약세로 돌아설까
 
단기간에 급격한 공급량 증가는 주택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 같다. 매매가격과 전셋값 상승세를 꺾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도 그랬다. 1990년대 초반 정부의 200만가구 건립 추진으로 아파트 공급이 크게 늘면서 전국적으로 평균 32% 넘게 치솟았던 아파트값 상승세가 1991년부터 1993년까지 약세로 돌아섰다. 당시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경기도가 따로 분류되지 않아 경기도 집값이 파악되지 않지만 사정은 비슷했을 것이다.
 
2005~8년 연 8만~9만가구 수준이던 경기도 아파트 입주물량이 2009~10년 2년 연속 연간 11만여가구로 크게 늘었다, 당시 금융위기 때도 하락세를 보이지 않던 경기도 집값이 2010년 2.3% 내렸다. 하락세에 입주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간 도시개발이 활발해 신규 아파트 공급이 크게 늘어난 평택. 

민간 도시개발이 활발해 신규 아파트 공급이 크게 늘어난 평택.

 
1990년대 초반 이후 그 사이 주택공급이 많이 늘어 경기도 주택시장의 ‘강 바닥’이 많이 올라갔다. 따라서 1990년대 초반보다 많은 입주물량은 집값을 상승세 약화를 넘어 하락세로 반전시킬 수도 있다. 
 
현재 기준을 적용한 당시 주택보급률(일반가구수 대비 주택수 비율)은 없지만 과거 보급률 기준으로 추정하면 1990년대 초반 경기도 주택보급률은 70%대로 추정된다. 2015년 기준 보급률은 98.7%다. 
 
하지만 가격이 급락할 우려는 적다고 보는 분석도 있다. 보급률이 아직 100%가 되지 못해 경기도 주택 수급사정이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으로 주택수(426만여가구)가 일반가구수(435만여가구)보다 10만가구 가량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여기다 헌 집에서 새 아파트로 옮겨가려는 수요도 많다. 2015년 기준으로 경기도 내 주택 370만가구 가운데 셋 중 하나꼴인 125만여가구가 지은지 20년이 넘었다.
 
여기다 앞서 분양된 물량의 분양가가 시세 대비 비싸지 않았고 몇년새 기존 집값이 꽤 올랐다. 2015년 경기도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3.3㎡당 1057만원이었는데 그해 기존 아파트 평균 시세는 3.3㎡당 1200만원이었다. 6월 말 기준으로 경기도 평균 시세는 3.3제곱당 1230만원이다.  
 
때문에 공급 급증에 따른 충격으로 주택시장이 하락 압력을 받겠지만 충격이 국지적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동시에 새 아파트가 크게 늘면서 경기도 내 주택시장 판도가 많이 바뀔 것 같다. 새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는 지역이 주거 인기지역으로 떠오르고 가격도 새 아파트 밀집지역이 주도할 것이다.
 
주택수요자는 좀더 나은 거주여건을 찾아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때문에 주거선호도가 떨어지는 지역과 주택에서 새 아파트로 대거 이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비선호 지역과 주택이 공급 충격을 받게 돼 집값과 전셋값이 떨어질 수 있다.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셈이다.  
 
 
지난해 서울서 경기도로 13만여 명 순유출 
 
경기도 대규모 입주 파장이 서울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광역생활권인 수도권이고 집값전셋값 동향에 따라 서울에서 경기도로 인구이동이 많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년간 서울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서울 전세보증금으로 경기도에 내집 마련을 한 경우가 많다. 좀더 저렴한 전셋집을 찾아 경기도로 옮기기도 한다.  
 
1기 신도시가 들어서던 1993~96년 서울에서 경기도로 옮겨간 순유출자(전출-전입)가 연간 20만명이 넘었다. 1995년 33만여명으로 정점이었다. 이후 연간 10만명 초반대로 줄었다가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던 2001~2년 연간 18만~19만명으로 늘었다. 
 
다시 줄어들었던 인구 순유출은 지난해 13만여명으로 2002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일반가구수로 치면 4만~5만가구다. 한해 서울에서 재건축 등으로 없어지는 주택 가구수의 2배 수준이다. 2014년 하반기부터 오른 집값과 전셋값이 원인이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순유출자의 70% 정도가 주거비용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앞으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순유출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올해부터 2019년까지 서울 입주물량은 예년보다 실제로 서울 인근 경기도에 분양된 아파트 계약자의 적지 않은 수가 서울 거주자다.
 
올 상반기 김포에 입주한 한강센트럴자이 계약자 3400여명 가운데 서울이 30% 정도인 1000명이었다. 올 하반기 광주에 입주예정인 태전 힐스테이트의 서울 계약자는 16% 정도다. 구리에 들어서는 푸르지오에선 60%나 된다. 내년 용인에 입주예정인 한숲e편한세상의 서울 계약자는 5명 중 한명이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서울 계약자 비율은 대개 한자리 숫자다.
 
서울에서 빠져나가는 인구가 많으면 그만큼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어서 서울 집값과 전셋값 상승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강도 높은 주택 수요 억제, 수도권 공급 급증, 서울 수요 감소가 맞물려 당장 수도권과 서울 주택시장에 구름이 몰려 오고 있다. 서울 주택공급이 부족하다고 경기도 입주 홍수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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