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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275번 등장하는 블랙리스트 판결문...공범은 아닌 이유는

중앙일보 2017.07.31 19:39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을 심리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가 앞서 선고된 ‘블랙리스트’ 1심 판결문을 증거로 채택했다. 

총 369페이지 블랙리스트 판결문서 '대통령' 275번 등장
김기춘 3년 선고한 재판부 "박 전 대통령, 블랙리스트 공범은 아냐"
"좌파 축소 기조 ·지시·보고 인정되나 보수주의로 당선된 대통령"

 
형사합의 30부(부장 황병헌)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와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종덕 전 문화체육부 장관에게 각각 징역 3년과 2년,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게 된 이유를 담은 판결문이다.
 
형사합의 30부(부장 황병헌)은 지난 27일 반 년 동안의 재판 끝에 블랙리스트 총 기획자이자 책임자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지목하고 이를 기준으로 다른 피고인들의 관여 정도를 판단해 형을 선고했다. 
 
각각 35차례, 6차례 열린 김 전 실장·조 전 장관 등에 대한 재판과 김 전 장관·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등에 대한 재판의 판단이 담긴 판결문은 각각 213페이지와 156페이지(별지 제외)에 달한다. 
 
두 판결문에서 '김기춘(264회)'이나 '조윤선(128회)'이라는 이름보다도 많이 등장한 것이 '대통령(275회)'이라는 단어다.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사건을 박 전 대통령이 만든 '좌파배제, 우파지원'의 기조 아래서 "대통령 혼자 뛰고 계시는데 좌파 척결 진도가 안 나간다"는 김 전 비서실장의 지나친 의욕이 부른 범죄로 봤다. 
 
피고인들의 죄가 중한 이유에는 "통치권자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비서관으로서 권력을 남용했다"는 점도 고려됐다.
 
블랙리스트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을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현 2차관)에게 원치않는 사직을 강요한 공범으로 보았다.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8월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노 전 국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참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인사조치를 지시한 점, 박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김 전 장관이 "장관 윗선(대통령)의 지시"로 사직을 요구하게 된 점이 인정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공범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좌파에 대한 지원 축소와 우파에 대한 지원 확대' 관련 지시를 내리거나 보고를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러한 국정기조를 강조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지시한 것을 두고 특정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블랙리스트 판결문서 인정한 박 전 대통령 지시 내용
-2013.8. "노태강 국장, 참 나쁜 사람이라더라. 인사조치하라"(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에게)
-2013.9. "좌편향 문화예술계 문제 많다. 특히 롯데와 CJ가 협조 않아 문제다"(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에게)
-2014.12. "국제시장과 같은 건전 애국영화 발굴을 지원하라"(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
-2015.1. "보조금이 정치편향적인 것에 지원되면 안 된다"(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
-2015.4. "보수 문예지에 가는 예산이 축소됐다"(김상률 교문수석에게)
-2015.말 "종북 성향 책이 학교에 비치되어서는 안 된다"(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
 
블랙리스트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좌파 축소, 우파 확대'를 표방한 것이 헌법이나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보수주의를 표방해 당선됐고 보수주의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다. 
 
또 박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실행과정에서 관련 보고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받았을 개연성이 크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보고되었는지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에서 박 전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인정된 보고서는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단체들을 '문제단체'로 규정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문재인 지지''좌파성향'등 이유로 지원을 배제하는 내용의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방안>,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지원금을 삭감하는 내용의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 방향> 등이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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