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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방불케하는 미ㆍ러…전방위 제재 vs 외교관 추방 ‘강 대 강’ 대결

중앙일보 2017.07.31 17:17
지난 7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당시만 해도 양국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미국 상원의 러시아 추가 제재안이 가결(27일)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당시만 해도 양국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미국 상원의 러시아 추가 제재안이 가결(27일)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AP=연합뉴스]

‘러시아 전방위 제재 대(對) 미국 외교관 755명 추방’
 

미 상원, 러시아 전방위 제재안 통과시키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 “미 외교관 러시아 나가라”
미ㆍ러 관계 최악에 북핵 문제는 더 꼬일듯

미국과 러시아가 1980년대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는 ‘강 대 강’대결을 벌이고 있다. 미ㆍ러 관계가 꼬이면 그 여파가 전방위로 미치면서 북핵 문제 해결도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사흘 전 미 상원이 러시아 추가 제재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킨 데 대한 보복조치로, 러시아에서 활동 중인 미 외교관 등 755명에 대한 추방 방침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 TV방송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는 미 외교관과 기술 근로자(diplomats and technical workers) 등 1000여 명이 일하고 있는데, 이 중 755명은 그 활동을 중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러시아)는 미국과 관계가 개선되길 꽤 오랜기간 인내해왔다. 하지만 현 상황으로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앞서 미 상원의 러시아 추가 제재안엔 미국ㆍ유럽에서 사업 중인 러시아 석유 기업을 겨냥한 조치가 대거 담겼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러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하려 할 때 반드시 의회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했다.
 
 '755명 추방'은 러시아가 과거 미국을 상대로 취한 외교관 추방조치 중 최대 규모다. 미국 외교관과 함께 추방대상에 오른 기술 근로자에는 대사관 운전기사, 통역사 등 미 대사관 측이 고용한 러시아인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755명이란 숫자는 워낙 커서 “미ㆍ러 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굴러가고 있다”는 평가(위성락 전 주(駐) 러시아 대사)다.    
 
뉴욕타임스(NYT)도 “1986년 냉전시절 미ㆍ러가 자국 외교관을 맞추방했던 때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당시 9월 미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유엔 주재 소련대표부가 간첩 및 첩보활동에 관여했다며 이들 직원 25명을 추방했다. 소련은 그 보복으로 한달 뒤 모스크바 주재 미 외교관 5명을 맞추방했고, 미국은 사흘 뒤  소련 외교관 55명을 추가로 내쫓았다.  
 
 미·러의 외교관 맞추방은 양국 관계가 최악 국면일 때 나왔던 대표적인 조치였다. 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전 정부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관련해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고, 미국 내 러시아 공관시설 2곳을 폐쇄했다. 러시아는 당시엔 무대응했으나, 이번에 대러 추가 제재안이 나오자 대규모 추방 방침으로 보복에 나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755명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한 것도 미국에 대한 강한 압박 의지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28일 “오는 9월 1일까지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등에서 일하는 미 외교관과 기술 근로자를 455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위성락 전 대사는 “러시아에서 활동 중인 미 외교관 및 기술 근로자가 1200여 명 정도인 상황에서 직원을 455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러 외무부)과 755명이 일을 관둬야 한다(푸틴 대통령)는 말은 사실상 같은 말이지만, 푸틴 대통령이  더 강한 어조로 미국을 직접 압박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문제 해법으로 대화를 강조하면서 한미일이 주도하는 추가 제재를 거부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6월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문제 해법으로 대화를 강조하면서 한미일이 주도하는 추가 제재를 거부하고 있다. [중앙포토]

 
NYT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푸틴 대통령이 대미 추가 압박조치를 강구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미국과 어느 정도 공조해왔던 시리아 내전이나 우주 로켓 개발 등에서 어깃장을 낼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위 전 대사는 “이란 핵 문제가 국제공조로 해결됐듯 북핵 해법도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중요한데, 지금 미국과 중ㆍ러 관계는 어느 때보다 악화되고 있다”며 “북핵 문제가 최고로 어려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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