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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부담 26.3% 사상 최고 …'증가 속도', '조세 형평성' 우려

중앙일보 2017.07.31 14:55
 국민의 세금ㆍ사회보험 부담이 가계소득의 증가세보다 훨씬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평균적으로 버는 수입에 비해 국가에 내야 하는 각종 지출이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10년 새 근로소득, 사회보험 부담 급증
명목소득 인상, 건강보험 확대 등이 원인
정부 복지 확대 따라 조세부담 더 늘 듯
"세금 내는 사람만 더 내는 현상 심화"

한국경제연구원은 ‘세금 및 사회보험 부담 분석’ 보고서에서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국세청 국세통계와 사회보험 각 통계연보, 국민계정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가구 단위의 월평균 소득과 지출 규모를 미시적으로 볼 수 있는 ‘가계동향 조사’에서 2007년부터 2016년 근로소득은 매년 3.3% 증가했다. 반면 경상조세는 4.5%씩, 사회보험은 7.7%씩 늘었다.
 
국세청 자료 분석 결과도 비슷하다. 국세청 연말정산신고기준 급여총계는 같은 기간 연평균 6.4% 증가한 반면 소득세와 사회보험비용은 각각 6.8%, 7.9% 늘었다. 거시 지표인 국민계정의 경우 임금 및 급여가 연평균 5.1% 늘어나는 동안 소득세는 6%, 사회부담금은 8.3% 증가했다. 국민계정의 사회부담금은 5대 사회보험료 외에 공무원연금 등을 포괄하는 '준조세' 개념이다.  
 
늘어나는 가계의 조세ㆍ사회보험료 부담[자료: 한국경제연구원]

늘어나는 가계의 조세ㆍ사회보험료 부담[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시민단체인 납세자연맹도 이날 국민부담률이 26.3%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연맹에 따르면 국민부담률(Tax-to-GDP ratio)은 한해 국민이 내는 세금(국세+지방세)에 사회보장기여금(국민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을 더한 뒤 이를 그해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이다. 국민부담률이 오르면 국민의 가처분소득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00년 21.5%였던 국민부담률은 2007년 24.8%로 증가했고, 2014년(24.6%), 2015년(25.3%), 2016년(26.3%) 등 계속 늘고 있다. 다만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4.3%)과 비교하면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약 1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000년부터 2015년까지 15년 동안 3.8%가 상승한 반면, OECD 회원국의 평균 국가부담률은 0.3% 오르는 데 그쳤다”며 “ 한국의 증가 속도가 OECD 평균 보다 13배 정도 빠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부담률의 급격한 증가는 사교육비, 의료비, 주거비, 개인연금 등 지출은 늘어나고 물가는 오르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가처분소득을 더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도별 국민부담률 추이[자료: 납세자연맹]

연도별 국민부담률 추이[자료: 납세자연맹]

 
국민의 세 부담이 늘어난 이유는 최근 몇년새 세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15년 288조9000억원인 조세수입은 2016년 318조1000억원으로 10.1% 늘었다. GDP증가율(5.1%)의 약 두배다. 지난해 법인세는 52조1000억원으로 전년도(45조원) 보다 15.7%, 소득세 전체 세수는 68조5000억원으로 전년도(60조7000억원) 보다 12.8% 증가했다.  
 
여기에는 누진세 적용을 받는 근로자ㆍ법인 들이 늘어난 게 한몫했다. 세금은 물가인상을 감안한 실질임금 인상분이 아닌 명목임금 인상분에 대해 과세된다. 명목임금 인상으로 인해 과세 표준이 오르면서 더 높은 세율이 적용돼 세금을 내는 액수도 더 많아진 것이다.
 
사회보험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사회보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강보험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한해를 제외하고 사회보험료율은 매해 증가했다. 정부가 고령화 보장 범위를 넓히고, 노인진료비 지출을 계속 확대한 게 10년간 보험료율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조세 부담이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경연은 구직급여 인상, 모성보호 제도 강화 등 새로운 복지정책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5대 사회보험 부담이 연평균 5.4% 늘어 2016년 139조7000억원에서 2025년 224조1000억원으로 1.6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세 형평성 문제도 심화될 수 있다. 2015년 기준으로 근로소득세 납부 대상은 모두 1733만 명인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810만 명(46.8%)이 근소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연 소득 3000만원 초과 4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30.3%가, 40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32.3%가 세금을 한 푼도 안 냈다.(2015년 기준) 
 
법인세도 비슷하다. 2014년 기준 59만 개 신고법인 가운데 0.53%에 해당하는 3101개의 법인이 전체 법인세의 78.4%를 내고 있다. 기업의 절반 가량(47.3%)이 법인세를 면제 받았다.  
 
총급여별 근로소득세 면제자

총급여별 근로소득세 면제자

 
홍성일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결국 세금을 내는 사람만 더 내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일정한 수익 이상을 버는 개인ㆍ기업에 대한 세금 집중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안정적인 세수확충을 위해서라도 국민 대부분이 조금씩이라도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개세주의’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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