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시 붙어도 일자리 없어"…일본 로스쿨 절반 문 닫는다

중앙일보 2017.07.31 13:49
내년도 신입생 모집 중단을 결정한 아오야마가쿠인대 법과대학원(로스쿨)의 모의법정. [사진 아오야마가쿠인대로스쿨 캡처]

내년도 신입생 모집 중단을 결정한 아오야마가쿠인대 법과대학원(로스쿨)의 모의법정. [사진 아오야마가쿠인대로스쿨 캡처]

“변호사 자격을 얻어도 일자리가 없다.” 심각한 법조계 취업난 탓에 도입 13년을 맞은 일본의 법과대학원(국내 법학전문대학원에 해당·로스쿨)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일본 전역에서 문을 닫는 로스쿨이 속출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31일 보도했다. 이미 절반 가까운 로스쿨이 사실상 운영을 포기했을 정도다.    
로스쿨의 인기는 바닥이다. 한때 7만3000여 명이 로스쿨에 응시했지만 최근 들어 지원자는 1만 명을 밑돈다. 올해 전체 모집 정원은 2566명인데 실제 입학생은 1704명(66%)에 그쳤다. 쏠림 현상도 심각해 도쿄대·교토대·와세다대 등 ‘빅 5’ 로스쿨이 전체 입학생 중 46%를 독식했다. 반면 정원 대비 입학생이 50%를 밑도는 학교가 10개교나 됐다.  

전성기 때 74개교…35곳 폐교하거나 모집중단
2566명 모집에 66%만 입학…그마저 '빅5' 독식
문부성, 사시 합격률 보조금 연동하자 포기 속출
13년간 9782억원 투입…"예산 낭비" 지적도

도쿄대 로스쿨 지원자들이 적성시험을 보고 있다. [지지통신]

도쿄대 로스쿨 지원자들이 적성시험을 보고 있다. [지지통신]

이에 따라 수도권 지방 할 것 없이 많은 학교가 로스쿨을 포기하고 있다. 전성기 때 74개교에 달했던 로스쿨 가운데 내년에도 신입생을 뽑는 학교는 39곳뿐이다. 15곳은 이미 폐교했고,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거나 선언한 곳이 20곳에 이른다.  
문부과학성이 2015년부터 로스쿨 보조금을 사법시험 합격률에 연동시키면서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내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는 아오야마가쿠인대의 경우 당초 예정됐던 올해 보조금 중 2.5%만 받을 형편이다.  
일본의 로스쿨 제도는 한국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일본은 학부에서 법과대학이 있고,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자격요건이 되는 모든 로스쿨의 인가를 허용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5년 앞선 2004년 로스쿨을 도입했다. 세계화 등에 따라 지적재산권 분쟁 등 법률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리란 판단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사법시험 정원과 사법서비스 수요에 비해 로스쿨 졸업생이 너무 많아 로스쿨을 나와도 사시 합격이 안되거나 일자리가 없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2015년 일본 법원이 접수한 전체 사건 수는 353만 건으로 2004년에 비해 40%나 줄었다.
아사히는 "법조계 수요 예측만 틀린 것이 아니다"면서 "로스쿨 졸업자의 사법시험 합격률도 정부의 기대와 달리 20%대 수준으로 낮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그동안 로스쿨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한 돈만 964억 엔(약 9782억원).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로스쿨 폐지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간토 지역 한 대학의 로스쿨 담당자는 “법학부 학생 모집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로스쿨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