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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교복·고교급식으로 확대된 '무상'시리즈 논란…"보편적 복지냐" "포퓰리즘이냐"

중앙일보 2017.07.31 11:54
교복값이 만만치 않다 보니 새학기만 되면 중고 교복판매 행사장에 학부모들이 몰리다. [사진 용인시]

교복값이 만만치 않다 보니 새학기만 되면 중고 교복판매 행사장에 학부모들이 몰리다. [사진 용인시]

경기도 용인시는 내년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만3638명의 신입생 전원에게 교복 구매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지난 4일 시청에서 열린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실제 지원이 이뤄질 경우 전국 첫 사례가 된다.
 

경기 용인시, 68억 들여 중고교 신입생 교복 무상지원
이웃 성남시, 고교 무상교복 지원사업 네 번째 도전
교복 외 광명, 부천 등에선 고교 무상급식 사업 추진 중

학부모들은 "차별없이 받아야 할 당연한 복지 혜택"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인기영합주의 정책이란 비판도

필요한 예산은 68억7500만원으로 추산된다. 교육부가 정한 공립학교의 교복 입찰가 상한금액 29만 원(동·하복 한 벌)에 예상 신입생 수를 곱한 금액으로 용인시 1년 살림살이 1조5501억 원(일반회계 기준)의 0.4% 수준이다. 용인시는 ‘채무 제로’를 달성한 만큼 재원마련에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무상교복 사업으로 (가계 입장에서는) 교복 구매비를 학생 개인의 능력개발을 위한 교육 활동비로 사용할 수 있다”며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면서 수준 높은 교육활동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웃 지자체 성남시는 시의회 반대로 번번이 무산된 고교 무상교복 사업을 재추진한다. 이번이 네 번째다. 최근 각 학교를 대표하는 초·중·고 학부모 회장단 25명과 간담회를 갖는 등 여론전에 나섰다. 무상교복은 이재명 시장의 ‘3대 무상복지 사업’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중학교 신입생(8900여명)을 대상으로 무상교복 사업을 진행 중인데, 학부모 반응이 좋자 고교 신입생 1만여명으로까지 확대하려는 것이다. 지난달 6월 성남시의회 정례회 때 고교 신입생 교복 지원비 29억890만원을 포함한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 제출했지만 전액 삭감됐다. 세 번째 추진이었다.
지난달 성남지역 여성단체 회원이 고교 무상교육비 통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성남지역 여성단체 회원이 고교 무상교육비 통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 고교생에게 입학금·수업료 등을 지원 중인 강원 정선군도 중·고교 교복 지원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필요예산은 1억8000만 원 규모라고 한다. 정선군은 앞서 고교 무상교육의 예산 지원근거를 담은 ‘교육비 및 교복비 지원 조례’를 제정해 운영 중이다.
 
‘무상시리즈’는 교복에 이어 고교급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경기 광명시는 올해 2학기부터 고교 급식비 70%에 해당하는 식품비 전액(인건비·운영비 제외)을 지원한다. 11개 고교 1만여명이 대상이다. 18억 원의 예산지원으로 학부모들의 급식비 부담액은 현재 월 8만여 원에서 2만4000여 원(자녀 한 명 기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근 부천시도 동참한다. 부천시는 내년 새학기부터 우선 지역내 28개 고교 3학년(8600여명)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이후 나머지 고교 1·2학년으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첫 시행에 따른 예산은 42억 원 규모다. 하남시는 이미 2013년부터 고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지자체들의 무상시리즈 확대에 학부모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학교 1·3학년 자녀를 뒀다는 김숙희(45·여·용인)씨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복비는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여론을 반영하듯 경기지역내 복수의 여성단체들은 “무상교복은 아이들과 학부모들 모두가 차별 없이 받아야 하는 당연한 교육 복지”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되자 학부모들이 항의표시로 학교 교사 뒤편 공터에 솥 등 조리시설을 설치하고 닭백숙을 조리해 학생들에게 배식했다. [중앙포토]

지난 2015년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되자 학부모들이 항의표시로 학교 교사 뒤편 공터에 솥 등 조리시설을 설치하고 닭백숙을 조리해 학생들에게 배식했다. [중앙포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4년까지 학업자녀가 있는 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비지출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오히려 점차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이 저소득 가구의 경우 2010년 이후 교육비 비중은 주거비 보다 작아지기 시작했다.
 
박종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상 교복비 등의 지원이) 충분하고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저소득층의 교육비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새정부의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와 고교의무 교육 방침에 복지부와의 무상시리즈 협의에도 ‘파란불’이 켜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상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려는 지자체는 반드시 복지부와의 협의를 마쳐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복지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이유다. 요즘 일선 지자체 복지담당자들은 “상황이 변했다”고 입을 모은다. 
2011년 8월 서울 곳곳에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참여와 불참을 각각 권유하는 홍보전이 전개됐다. [중앙포토]

2011년 8월 서울 곳곳에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참여와 불참을 각각 권유하는 홍보전이 전개됐다. [중앙포토]

 
반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시리즈를 인기 영합주의에 부합한 정책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지역의 한 기초의원(재선)은 “‘무상’, ‘무상’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냐”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이리저리 쪼개 교복이든, 급식이든 지원하는 것”이라며 “특히 지방선거가 일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표를 의식한 선심성 대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4월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쪽방에서 근근이 생활하는 어르신들, 독거 노인 등을 도와주는 게 진짜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복지”라고 주장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이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임원단 간담회에서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이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임원단 간담회에서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과거 무상급식 논쟁은 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 때 촉발됐다. 김 부총리는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선 이후 2010년 3월 경기도내 농·어촌지역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단계별로 확대해나갔다. “부자집 아이들에게 공짜밥을 준다”며 반대론이 만만치 않았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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