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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프랜차이즈 갈등은 고용절벽의 그늘

중앙일보 2017.07.31 01:00 종합 26면 지면보기
김창규 이노베이션 랩장

김창규 이노베이션 랩장

14년 전 봄 기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뒤편 한 야채가게가 강남 주부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게 이름은 ‘자연의 모든 것’. 찾아가 보니 허름한 모양새지만 손님으로 발 디딜 틈 없었다. 강남뿐 아니라 경기도 분당·일산에 사는 주부도 찾아왔다. 20평 넓이 남짓한 매장이 대형 수퍼마켓과 맞먹는 매출을 올린다는 게 놀라웠다.
 
비결은 “싸게 사서 많이 판다”는 것이었다. 언뜻 평범한 듯했지만 좀 색달랐다. 도매시장에서 가격이 폭락한 품목을 집중적으로 산 뒤 고객에게는 이윤을 덜 남기고 팔았다. 그러니 이곳 상품은 싸고 질 좋다는 소문이 났고 손님이 넘쳐났다. 주부 고객에게 ‘어머님’ 하면서 가족 근황을 묻는 친절함도 또 다른 무기였다. 이런 마케팅과 열정만 있다면 ‘야채 가게도 벤처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수 로드매니저나 프로그래머를 하는 20, 30대 싹싹한 남성이 점원을 하던 이곳은 주부들 사이에 ‘총각네 야채가게’로도 불렸다. 한참 뒤 꽤 큰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이 가게가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대표가 가맹점주 따귀를 때리고 상납 요구를 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이 회사 대표는 며칠 전 “욕부터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지 무지했고 무식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미스터피자의 창업주는 갑질과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성추행 혐의로 고개를 숙였다. 한때 커피 프랜차이즈 열풍을 일으킨 ‘커피왕’은 사업 실패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프랜차이즈의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에서 탈퇴한 가맹점주는 본사의 보복 출점 등에 낙담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상당수 프랜차이즈는 수익성이 없어 ‘노후자금 갉아먹는 직장 은퇴자의 무덤’이란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도 한국의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한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맥도날드 같은 세계적인 프랜차이즈가 적잖은 미국도 이 비율이 3% 정도다. 140만 명의 산업 종사자와 그 가족을 고려하면 10명당 1명은 프랜차이즈와 관련 있는 셈이다. 가맹점은 하루 평균 115개가 문을 열고 66개가 문을 닫는다. 제조업 정체기에 들어가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가 쉽사리 생기지 않다 보니 인생 이모작을 하려는 중장년층이 자영업형 프랜차이즈로 몰리게 된다.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 없이 매뉴얼대로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본사 말에 혹하다 보니 갑질이 횡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프랜차이즈 제도 정비는 한계가 있다. 길게는 산업 패러다임을 바꿔 어떻게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근본 해법이다.
 
김창규 이노베이션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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