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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벙커 타격할 한국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 늘리면 한·미 모두에 도움”

중앙일보 2017.07.31 01:00 종합 8면 지면보기
천영우

천영우

지난 28일 밤 북한의 기습적인 화성-14형 미사일 2차 시험발사 직후 정부는 29일 한·미 미사일 지침(Missile Guideline) 개정 협상 추진을 전격 발표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1시간20분 만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어 오전 10시30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의 통화에서 “개정 협상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2012년 미사일 협상 천영우·김태효
“확대 가능성 높지만 중국 설득 과제”
주말 북한의 화성 - 14형 발사 직후
백악관, 지침 바꾸는 협상에 동의

청와대가 밝힌 개정 협상의 핵심은 사거리보다는 탄두 중량을 늘리는 쪽이다. 유사시 북한 지도부가 은신할 수 있는 지하벙커를 타격하기 위해선 탄두 중량이 클수록 효과적이란 판단에서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2년 한국은 3년여에 걸친 협상 끝에 탄도미사일 최대 사거리를 기존 300㎞에서 800㎞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또 사거리를 줄이면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는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조항도 합의했다.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의 경우 탄두 중량이 최대 500㎏이지만 사거리 500㎞일 경우 1t, 300㎞일 경우 2t까지 탄두 중량을 늘리는 식이다. 결국 이번 협상의 목표는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1t 이상으로 늘리는 쪽에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12년 협상의 책임자였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김태효 전 대외전략기획관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당시 협상 과정의 어려움과 이번 협상에 임하는 전략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김태효

김태효

 
미국이 탄두 중량 확대를 받아들일까.
▶김태효=“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2009~2012년 당시와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능력이 보다 신장됐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북한 위협에 대한 경각심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이 지금 대북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은 미국이 보기에도 한·미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고 여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사거리가 아닌 탄두 중량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김=“탄도미사일 사거리 추가 확대는 미국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탄두 중량을 증가시키면 미사일의 파괴력이 배가되는 만큼 적절한 접근이라고 본다.”
 
거리를 더 늘리는 것은 불가능한가.
▶천영우=“800㎞면 대구에서 중국 선양까지, 강릉에서 러시아 우수리스크까지의 거리다. 북한의 모든 미사일 기지는 한국 중부권에서 500㎞ 이내에 있다. 당시 협상에서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한국이 군사적으로 5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사거리 800㎞를 고수한 이유는.
▶천=“그만한 사거리가 군사적으로 꼭 필요해서는 아니었다. 사거리와 탄두 중량 간 트레이드 오프를 통해 북한 전역을 타격할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1t으로 늘려야 할 상황에 대비한 것이었다. (협상 결과) 사거리 500㎞에 탄두 중량 1t이 가능하게 됐다.”
 
당시 중국은 반발하지 않았나.
▶김=“한·미 협의와는 별도로 우리가 중국을 납득시키는 과정을 병행했다. 또 중국과의 협의 내용을 미국과도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사거리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을 과도하게 우려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이번 협상에 대해 중국은 어떻게 반응할까.
▶김=“중국은 모든 걸 반대하겠지만 사거리 확대도 아니고 우리 안보를 지키기 위한 미사일 성능 강화를 가로막는다면 염치없는 일이다.”
 
탄두 중량이 커지면 어떤 효과가 있나.
▶천=“탄도미사일의 이점은 속도다. 정확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500㎞ 날아가는데 6~7분밖에 안 걸린다. 반면 순항미사일은 정밀성은 있지만 목표에 도달하는 데 거의 50분이 걸린다. 탄도미사일의 역할은 북한 지도부가 은신하고 있는 지하시설 파괴용 벙커버스터를 적재한 폭격기가 도착할 때까지 일단 넓은 면적의 지상 시설과 병력, 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해 북한의 미사일 반격을 방해하는 것이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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