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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 기자의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다시 보기(7) 부동산 직거래] “에이, 설마…” 하다 땅치고 후회

중앙일보 2017.07.30 00:02
사고 끊이지 않자 직방은 서비스 중지 … 피해 사례 급증에도 정부는 뒷짐만
 
신문이나 잡지·인터넷 등에는 ‘돈이 될 것 같은’ 부동산 관련 광고가 넘쳐난다. 어떤 광고는 실제로 재테크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광고도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포장만 그럴 듯한 광고가 상당수다. 과대·과장·거짓은 아니더라도 그 뒤엔 무시무시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예도 많다. 이런 광고를 액면 그대로 믿었다간 시쳇말로 ‘폭망(심하게 망했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할 수도 있다.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1. 인천 부평구 S 오피스텔에 살던 A씨는 하루아침에 보증금 4000만원을 잃고 집을 비워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중개수수료를 절약하기 위해 지난해 말 네이버의 한 커뮤니티를 통해 월셋집을 구한 게 화근이 됐다. A씨는 해당 오피스텔이 법원경매에 넘어간 사실을 모른 채 계약했다. A씨는 보증금 4000만원을 돌려받기는커녕 당장 집을 비워줘야 할 처지다.
 
#2. 서울 송파경찰서는 유명 부동산 직거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대학생 등을 상대로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이모(35)씨를 최근 구속했다. 이씨는 자신이 세 들어 살던 원룸을 커뮤니티에 올린 후 방을 보러 온 사람에게 “보증금을 먼저 보내주면 바로 입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인 뒤 대학생 5명 등 모두 7명으로부터 14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직거래, 거래비용 절감 효과 커
 
부동산 직거래 사기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직거래 정보 제공업체들은 중개수수료 절감 등을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직거래로 인한 각종 피해에 대해서는 나몰라라다. 직거래 피해를 예방하는 안내서 정도를 펴내는 게 전부다. 억울하긴 하지만 A씨나 이모씨에게 보증금을 떼인 대학생 등은 직거래 플랫폼이나 서비스로부터 마땅히 구제를 받을 길이 없다.
인터넷 사기 피해 정보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부동산 직거래 피해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고가 끊이지 않자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직방’은 4월 부동산 직거래 서비스를 아예 중지했다. 중지 이유는 거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개인간 거래여서 달리 손을 쓸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중개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적게는 수 백만원을, 많게는 전재산을 담보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조언한다.
 
부동산 직거래는 포털사이트의 등장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근래에는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급등하는 추세다. 집주인과 세입자를, 매도자와 매수자를 연결해 주는 각종 플랫폼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직거래는 이를 테면 야채나 생선을 생산자인 농·어촌에서 직접 구매하는 식이다.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할 수 있으므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다만 비용 절감이 원가(물건값)가 아니라 중개수수료라는 게 다르다. 유통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중개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중개수수료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데, 서울은 중개수수료가 거래 금액의 0.3~0.9% 수준이다. 서울에서 6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한다면 중개수수료(6억~9억원 미만이므로 0.5%)로만 300만원을 내야 한다. 중개수수료 외에도 부동산 거래 때 매수자는 취득세를, 매도자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므로 0.5%의 중개수수료가 결코 만만한 금액은 아니다.
이 때문에 중개수수료를 아끼고자 직거래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직거래는 각종 부동산 매매·임대차 매물 정보 플랫폼을 매개로 매도자와 매수자, 집주인과 세입자가 공인중개사 없이 직접 만나 계약서를 쓰는 식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직거래는 여러 문제점에 대한 제대로 된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개인 간 거래이므로 매수자·세입자가 직접 사기·사고 예방을 해야 한다. 공인중개사가 대신해 주는 소유권 문제나 권리관계, 집의 상태 점검 등도 본인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 부동산 지식·정보가 부족하다면 그만큼 사기·사고 노출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직거래 때 맞닥뜨리는 대표적인 거래 사고는 허위 매물이나 권리분석 문제다. 허위 매물은 여러 플랫폼에 매력적인 가격의 매물을 올려놓고 이용자가 실제로 방문하면 해당 매물이 없다고 발뺌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가격이 비싼 다른 매물을 보여주며 계약을 유도한다. 매력적인 가격의 매물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네이버 등 각종 부동산 정보 제공 플랫폼도 허위 매물을 근절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현장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쉽지 않다. 그나마 허위 매물로는 금전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권리분석을 악용한 사례는 금전 피해로 이어지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은 개인 간 직거래는 권리분석과 관련한 각종 사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법적 근거 없어 손 못 써
 
주택의 소유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임대인이 임차인 모르게 이중 계약을 맺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를 피하려면 임대인의 경우는 위임장 작성 때 위임권한에 월세인지 전세인지를 표기하고 임차인의 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파악해야 한다. 또 임대인과 계약할 경우엔 위임서류를 꼼꼼히 확인하고 보증금을 임대인 명의의 계좌로 이체해야 한다. 입주 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을 갖추는 일도 필요하다.
 
매매 거래의 경우 해당 부동산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 도시계획확인원 등 관련 서류를 모두 교부 받아 검토하고 직접 현장을 답사한 뒤 서류와 일치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간혹 기획 부동산 등의 사기 사건에서는 현장 답사 때 매매의 대상이 아닌 다른 토지를 답사하게 해 토지 현황이나 접근성 등을 속이는 예도 있다.
 
이 같은 부동산 지식이나 정보가 있더라도 사기·사고를 모두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인중개사를 통한 거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를 통한 거래는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공인중개업소는 의무적으로 중개보증보험에 들어야 하는데, 혹시라도 사기 등을 당했다면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업소가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직거래는 사기·사고가 나더라도 거래 당사자가 책임을 져야 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직방이 직거래 서비스를 중단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사고는 늘고 있지만 정부는 부동산 직거래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 개인 간에 이뤄지는 사적 거래에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어 손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인 간 거래는 민법을 따르기 때문에 여기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관련 법령이나 소송을 통해 풀 수밖에 없다”며 “이는 공인중개사법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공인중개사의 업무에만 개입할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후 대응에 관한 법적·물리적 한계 탓에 국토부는 공인중개사를 포함한 거래 진행을 권장하고, 직거래 시장의 신뢰도가 안정화 궤도에 접어들기를 기다리는 입장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중개수수료 절감이라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설마 하다 수 천만원, 수 억원을 날릴 수 있다”며 “부동산 지식이 있더라도 거래 규모가 큰 매매나 고가 전·월세 계약은 가급적 공인중개사를 통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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