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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속출하는 유사수신이 뭐길래] 고수익·원금 보장하면 일단 의심해야

중앙일보 2017.07.29 00:02
유사수신 피해 신고건수 400여건 … 투자하기 전 제도권 금융사인지 확인부터
 

지난 6월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4000여명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가로챈 유사수신업체의 김모 대표가 구속됐다. 김씨는 2013년 서울 강남에 투자중개 업체와 대부 업체를 세우고 2015년부터 “유류 도소매, 크라우드펀딩 등에 투자해 연 10~13%의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모았다. 그러나 전문 인력 없이 사업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냈다. 김씨는 신규 투자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으로 지급하는 전형적인 ‘돌려막기’ 수법을 이용했고, 결국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유사수신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사수신이란 은행법과 저축은행법 등에 따라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하지 않은 회사가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쉽게 말해 금융회사를 가장해 투자자를 꾀어 돈을 벌어주겠다며 접근하는 방식이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금을 보장하거나, 확정수익률을 제시해 투자자의 돈을 끌어모을 수 없다.
 
저명 인사를 미끼로 이용하기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까지 유사수신 행위로 신고된 업체 수는 445곳에 달한다. 전년(253건)보다 크게 늘었다. 이런 증가세는 1%포인트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찾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유사수신 행위가 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유사 가상화폐를 내세운 유사수신 업체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가상화폐 유사수신 사기는 총 103건 발생했다. 피해액만 수 천억원에 달한다. 가상화폐 유사수신 업체들은 가상화폐 수량 한정에 따른 희소성으로 가격이 계속 상승해 높은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투자자를 현혹시켰다.
 
유사수신 업체들이 투자자를 가장 많이 꾀는 방법은 예·적금 상품이나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면 시세보다 ‘좀 더 높은’ 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금 10배 보장’과 같은 일확천금식 홍보보다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또 투자자에게 다른 사람을 데려오면 모집 실적에 따라 수당을 주겠다는 제안도 한다. 좋은 투자처니 주변 사람에게도 알리라는 식으로 다단계 영업을 권유하는 것이다. 다단계 방식 자체는 법이 인정하고 있는 영업방식이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 다만 유사수신 업체들의 다단계 영업 행위는 불법이다.
 
유사수신 업체의 또 다른 특징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저명 인사를 미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국회의원·변호사·회계사·의사 등이 자신의 회사에 투자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예컨대 지난해 사기 유사수신 행위로 구속된 IDS홀딩스 대표 김성훈씨는 A국회의원의 축하 영상을 홍보자료로 사용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김씨는 해외 통화선물 거래로 고수익을 올려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1조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이외에도 해외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위장하거나 실체가 불분명한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속여 자금을 모으기도 한다. 김상록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유사수신 업체 대부분이 사업의 실체가 없다”며 “이들은 후순위 투자자의 자금으로 선순위 투자자의 자금을 상환하는 돌려막기 방식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직접적으로 해당 업체들의 행위를 조사하거나 제재할 권한이 없다 보니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유사수신 혐의 업체에 대한 조사·감독 권한이 없다. 금감원은 피해자 신고와 제보에 의존한 조사를 한 후 이를 수사기관에 통보할 뿐이다. 또 유사수신 업체가 금감원의 현장 조사를 피하거나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때문에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사수신 행위를 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민병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유사수신행위에 대해 현행 사기와 동일한 수준으로 처벌 수위를 높이고 해당 행위와 관련해 취득한 물품을 몰수할 수 있게 하는 등 가중처벌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금감원도 직접 유사수신 의심 행위를 조사할 수 있도록 유사수신 규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예금자보호법 적용 못 받아
 

투자자들도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 유사수신 업체에 지급한 투자금은 예금자보호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 관련 법률에 따라 구제받을 수 없다. 결국 손실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들이 그에 따르는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김상록 팀장은 “금융회사라고 하면서 고수익과 원금을 보장한다고 하면 투자사기가 아닌지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계좌 비밀번호, 증권카드 사본 등 개인신용정보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절대 응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식거래 등을 목적으로 개설된 계좌의 증권카드, 주민등록증 사본, 계좌비밀번호 등을 알려줄 경우에는 개인신용정보가 유출돼 대포통장으로 활용되는 등 추가적인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화폐 투자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가상화폐 유사수신 행위의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가상화폐는 발행 주체가 없기 때문에 투자자가 보호받을 길이 없다. 또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화폐(전자적으로 교환되는 돈이나 증서)나 캐시(게임머니)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만약 가상화폐 관련 투자를 권유받았다면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다단계판매업 등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금융회사에 투자하기 전에는 금감원 서민금융담당 전화(1332번)나 홈페이지(s1332.fss.or.kr) 또는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을 통해 제도권 금융회사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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