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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설립자가 직원으로 둔갑…월급주고 공짜 해외연수 보내준 사립유치원

중앙일보 2017.07.28 16:14
충북교육청 전경

충북교육청 전경

충북의 한 사립 유치원이 원생들을 위해 써야 할 돈으로 설립자에게 월급을 주고 땅을 매입하는데 수천만원을 썼다가 감사에 적발됐다.
 

근로계약서 없이 설립자를 '소방시설 관리자' 채용, 11개월간 2970만원 받아
설립자 2차례 해외연수 비용 유치원 회계서 지원받아, 결과 보고서도 없어

개인 땅 울타리 설치, 유치원 부지 매입 대금도 유치원 운영비로 지출
충북교육청 7135만원 회수 조치, A유치원 원장 주의 처분

28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충북도내 사립유치원 4곳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 설립자를 직원으로 등록해 월급을 지급하고, 해외여행 경비까지 제공하는 등 비위를 확인했다.
 
유치원 회계는 정부가 지원하는 누리과정 예산과 학부모가 내는 교재비, 방과 후 활동비로 편성된다. 사립 유치원 역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따라 예산의 목적외 사용을 금지한다.
 
A유치원은 설립자 ‘셀프채용’이 감사에서 적발됐다. A유치원 원장은 지난해 3월 한 업체와 소방안전관리 업무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소방 및 가스시설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소방안전관리자 2급 자격증을 소지한 유치원 설립자 B씨를 ‘소방시설 관리자’로 채용했다.
 
이 유치원은 B씨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A유치원 취업규칙과 근로기준법에 위반한 행위다.그럼에도 B씨는 이때부터 월 270만원씩 11개월간 2970만원을 받았다. 이 돈은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됐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B씨는 전 직원이 기재하고 있는 ‘교직원 출퇴근 및 근무현황’에 근무시간도 기재하지 않아 실제로 근무했는지 조차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B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또 다른 유치원에 행정부장 직함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이미 90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A유치원은 2015년 사이판, 2016년 필리핀에서 교원들의 해외연수를 했다. 직원이 아닌 설립자 B씨도 당시 해외연수에 참가했는데, 그의 총 연수 비용 263만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했다. 이 유치원은 두 차례 해외연수에서 자부담을 제외한 3839만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썼다. 하지만 공무국외출장 운영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결과 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A유치원 원장은 설립자와 공동으로 소유한 임야에 울타리를 설치하면서 공사비 484만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부당 집행했다. 또 B씨가 유치원 설립을 위해 땅을 매입하는데 쓴 2828만원도 역시 A유치원 운영비에서 썼다.
 
충북교육청은 “설립자에게 지급한 인건비와 국외연수비, 울타리 공사비, 토지 매입비 총 7135만원을 회수하라”고 지시했다. 이 유치원 원장을 정직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 밖에 감사에서 C유치원은 2014년 10월 방과 후 간식비로 자신의 돈 1만1000원을 쓰고 11만원을 챙겼는가 하면 유치원 이사장에게 근거도 없이 하계휴가비·명절 휴가비 명목으로 70만원을 지급했다. D유치원은 2014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영어 교재대 구입 등 명목으로 4406만원을 지출하면서 영수증을 받지 않았다.
 
E유치원 원장은 2014년 4월부터 지난 5월까지 급식재료를 사면서 체크카드나 계좌이체 등의 방식으로 2570만원을 결제했지만 카드 매출전표나 납품서, 세금계산서 등을 남기지 않는 등 회계를 불투명하게 운영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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