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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놓고 부·울·경 자극하는 여권

중앙일보 2017.07.27 18:22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 공론조사를 앞두고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출신 대통령·장관·국회의원들이 탈원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전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발언도 한다. 이에 야권은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위해 근거 없는 불안심리를 자극한다”고 반발했다.
 
27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여름철 재난사고와 대비태세를 논의하던 중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고리 1호기 영구중단 행사 때 들으니, (지역 주민들은) 지진 때 집안에만 있으려니 집이 무너질까 두렵고, 밖으로 나가자니 방사능이 유출된 것은 아닌지 두려운데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지진만으로도 방사능 유출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묘한 발언을 한 게다.
 
문 대통령으로선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말 원전 재난 영화인 ‘판도라’를 보곤 “부산 시민은 머리맡에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하나를 놔두고 사는 것과 같다”며 “판도라(원전)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라 판도라 상자 자체를 치워야 한다”고 말했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눈물도 흘렸다.
 
부산 부산진갑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살고 있는 집도 고리 원전으로부터 반경 30㎞ 이내에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계시는 분들은 특히 이런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공포감이 전혀 없다”며 “최근 경주 지진 등 여러 차례 지진을 겪으면서 부산·울산·경남 일대의 원전 지역 주변 주민들은 공포감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 중단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었다.
 
부산 남을 출신의 박재호 민주당 의원도 연일 원전이 위험하다는 취지의 탈원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그간 민주당과 가까운 진보 진영의 공세 탓에 부·울·경에선 원전 공포감이 크게 퍼졌다”며 “최근 일련의 발언은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6선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부산 중-영도)이 지난 12일 탈원전 반대 토론회를 열면서 “(문 대통령의 탈원전은) 잘못된 신념을 바탕으로 한 독재적 발상”이라면서도 “부산 의원으로서 이걸(탈원전 반대 토론회) 주관함으로써 부산에 내려가 엄청난 비난을 받게 돼 있다. 각오하고 있다”고 말한 일도 있다.  
 
실제 7월 둘째 주 한국갤럽에서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해 여론조사했더니 부·울·경에선 46%가 중단해야한다고 답했다.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34%)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치다. 전국적으론 그 차가 4%포인트였다.
정치권에선 그러나 여권발(發) 탈원전 드라이브에 정치적 의도도 숨어있다고 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부산 출신으로 부산 승리를 지역주의 타파로 여기는 문 대통령과 여권이 두는 포석이란 얘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해 “PK(부산·경남) 지역에 내년 지방선거 대책을 위해 갑자기 근거도 없이 대통령이 일종의 긴급명령으로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김영춘 장관은 민주당의 부산시장 후보군 중 한 명이다. 김 장관은 ‘탈원전 발언이 내년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에 대해 “전 국민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경제적 요인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고리 원전 건설로 인한 경제적 혜택은 울산에 집중되는 반면 부산은 위험만 떠안다는 지역민들의 불만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 중 부·울·경에 있는 건 6기다. 이중 고리 원전 2, 3, 4호기는 1980년대 지어졌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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