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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3)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천만의 말씀!

중앙일보 2017.07.27 12:00

결혼이 흔들리고 있다. 누구나 통과해야 하는 인륜지대사의 필수과목에서 요즘 들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과목으로 주저앉았다. 이미 결혼 한 사람들은 ‘졸혼(卒婚)’과 ‘황혼 이혼’도 서슴지 않는다. ‘가성비’가 모든 선택의 기준이 된 이 시대, 결혼 역시 비효율의 극치며 불공정게임이란 죄목으로 심판대에 올랐다. 결혼은 과연 쓸 만한가, 아니면 애당초 폐기해야 할 최악의 방편인가? 결혼은 당장 ‘사랑해서’라기 보다 ‘사랑하기 위해’ 운명의 반쪽을 지켜가는 차선의 과정이라면서 파노라마 같은 한 세상 울고 웃으며 결혼의 명줄을 힘들게 지켜가는 선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편집자>

 
 
[중앙포토]

[중앙포토]

 

농경사회에선 여성 구속 수단으로 이용된 결혼
시대착오적 생각 못 버리면 말년이 비참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번 살고 가는 인생, 한 인간과 내리 싸우다 가기에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 인생의 당연한 통과 의례로 생각돼 큰 망설임 없이 저지른 실수의 댓가치고는 너무 가혹하게 오래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 말이다. 이런 생각은 비단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듯하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전쟁이 ‘아편전쟁’(아내와 남편의 전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고 있을까. 이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을 터뜨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것은 모두 숱하게 이 전쟁에 참여한 경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리라.  
 
싸우면서도 헤어지지 않는 그 질긴 운명적 결합을 만든 그놈의 결혼이라는 제도가 언제부터 왜 만들어져 이리 속을 썩이나 그 유래와 연유가 슬슬 궁금해진다. 인류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가 있을 당시 에덴동산에는 그런 제도가 있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지만, 그 핵심은 두 가지로 모아진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인간의 두 가지 본성을 만족시키는 방편이므로 채용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종족번식의 본능과 개체유지의 본능을 공히 충족하는 쓸 만 한 방도라는 계산이다.
 
 
결혼, 쌍방간의 소유권 인정 계약 
 
결혼은 일종의 계약을 맺는 법률행위다. 결혼은 두 남·녀간의 약속을 혼인신고를 통해 법치국가가 공인하는 제도다. 국가에서 공인한다는 것은 마치 부동산의 소유권 인정과 같다. 법적으로 그 남·녀의 소유자가 있어 무주공산(無主空山)이 아님을 만방에 알리는 것이다. 소유권자가 있으니 다른 사람은 함부로 손을 대지 말라는 경고성 인정인 것이다. 마치 소유권이 인정된 내 집에 아무나 들어와 살 수 없듯이. 그럼으로써 남·녀 두 당사자 간에 권리와 의무 역시 주어지는 것이다.
 
한 백과사전에 따르면 결혼은 ‘부계(父系)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농경시대의 정착과 고대국가의 등장 이후 활용되었다고 한다. ‘부계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아버지가 된 남자의 편에서 보면 자녀가 태어나도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여자야 그 몸안에서 자라 열 달이나 지난 후에 태어난 아이이니 자기 것이 확실하지만 남자로서는 그를 확신할 방법이 없으니 아예 다른 남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한 방법으로 결혼이라는 제도가 도입됐다는 설이다. 그와 함께 나중에는 소유권을 지켜주기 위한 간통죄가 생기는 등 법적처벌근거도 마련됐다.
 
 
간통죄 [일러스트 강일구]

간통죄 [일러스트 강일구]

  
이제 유구한 세월이 흘렀고 세상도 많이 변했다. 이제는 간통죄가 인간의 사생활과 자유를 억압하는 폭력적인 조항이라면서 유교사상이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서조차 폐기됐다. 최근들어 평생을 함께 살아 온 부부들의 졸혼 선언과 급증하는 황혼이혼은 물론 젊은이들의 비혼 풍조도 법률적 변화를 몰고 온 세상의 변화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결혼은 더 이상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함께 살아내야 하는 그리고 뒤집을 수 없는 불가역적(不可逆的) 계약이 아닌 것이다. 혹 잦은 부부싸움으로 아내를 지치게 하면서도 남자들이 언제까지나 “우리 집안의 결혼공동체가 그래도 무사하리라”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말년의 고독은 피할 수 없으리라.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란 이 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여자들은 이제 더 이상 참지 않고 행동에 옮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늦은 나이에도 여자들은 “한번 뿐인 인생, 더 이상은 아니다”라며 행동에 옮겨 이혼이 유사이래 가장 높은 통계 수치를 기록하는 것이다.  
 
 
‘人命在妻’’ 妻七氣三’
 
오죽하면 남자들에게 정신차리라는 의미를 담은, 고사성어를 패러디한 말들이 유행처럼 회자되겠는가.  
‘남편 목숨은 아내에게 달려있다’ (人命在妻, 목숨이 하늘에 달려있다는 人命在天에서 따온 말), 
‘아내와 화목해야 모든일이 잘 풀린다’(妻和萬事成.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걸 이룰 수 있다는 家和萬事成에서 따온 말), 
‘세상사는 아내에게 7이, 세상기운에 3이 달려있다’(妻七氣三.세상일은 운에 7이, 기에 3이 달렸다는 運七氣三을 패러디한 것) 등이다.
그럴싸하지 않은가. 아주 명언처럼 보인다. 늦은 나이의 남자들이 금과옥조로 삼아도 될듯하다.  
 
 
[사진 pakutaso]

[사진 pakutaso]

 
이제 그 나이가 됐으면 무조건 져주라. 그게 남자다운 길이다. 싸울 사람, 이길 사람이 없어 평생을 헌신해 온 아내와 또 싸운단 말인가. 아내와 티격태격 싸우는 남자, 한심하고 옹졸해 보인다.
 
평생의 동지, 전우애로 뭉친 부부라면 이제쯤은 철이 들어 그 전우애를 내 밖의 적을 물리치는데 써야하지 않겠는가. 그게 질병이든, 경제적인 어려움이든.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 hrko3217@hotmail.com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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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대표 필진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 기자로 은퇴한 출판인. 결혼이 흔들리고 있다. 인륜지대사의 필수과목에서 요즘 들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과목으로 주저앉았다. 결혼 한 사람들은 ‘졸혼(卒婚)’과 ‘황혼 이혼’도 서슴지 않는다. 결혼은 과연 쓸 만한가, 아니면 애당초 폐기해야 할 최악의 방편인가? 한 세상 울고 웃으며 결혼의 명줄을 힘들게 지켜가는 선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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