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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종고속도로, 민자에서 재정으로 급변경…정부 신뢰성 논란

중앙일보 2017.07.27 11:49
정부가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던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를 정권 교체 두 달 만에 재정사업으로 급히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가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던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를 정권 교체 두 달 만에 재정사업으로 급히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가 당초 민간투자(민자)사업으로 추진하던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을 한국도로공사(도공)가 담당하는 재정사업으로 바꾸기로 했다. 통행료 인하와 서울~세종고속도로 조기 완공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국토부, 서울~세종고속도로 도공 건설로 변경
조기완공과 통행료 인하 대선 공약 이행 이유

완공은 1년 6개월 당겨진 2024년 6월 예정
국토부 "통행료 민자보다 17%가량 저렴" 주장

당초 민간이 구상해 먼저 제안한 노선
정부도 수용해서 민자로 최근까지 추진

"SOC사업 민간 투자 유치 애쓰더니
정권 바뀌었다고 죄악시" 전문가들 비판

 하지만 오랜 기간 민자사업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정권 교체 두 달 만에 급변침하면서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세종고속도로는 민자사업에서 도공이 건설하는 재정사업으로 바꿔 당초 계획보다 1년 6개월 앞당긴 2024년 6월에 완공하게 된다. 이 고속도로는 세종시에서 경기도 구리시를 잇는 131㎞ 길이로 총 사업비는 7조 5500억원이다. 이 중 이번에 재정사업으로 바꾼 구간은 세종에서 안성까지 59.5㎞로, 사업비 2조4800억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정부가 10%를 지원하고 나머지 90%는 도공이 조달한다.  
 

 통행료도 정부 발표대로라면 당초 민자사업의 9250원에서 7710원으로 17%가량 낮춰질 전망이다. 정부는 또 이 고속도로에 첨단 ICT 기술을 도입해 스마트하이웨이를 구축하는 계획이다.
 
 국토부 김정렬 도로국장은 “새 정부의 공공성 강화 원칙에 따라 최종 검토단계에서 도공이 시행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사업 방식을 바꿨다”며 “사업방식 전환 시 기대효과와 민자사업 추진 시 예상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정 부족을 이유로 SOC 건설에 민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던 정부가 갑자기 방침을 바꾼 것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그동안 정부는 철도와 도로 등 주요 SOC 건설에 민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사업의 위험성을 정부가 나눠서 지는 등 다양한 민간투자사업 방식을 연구해왔다.   
 
 서울~세종고속도로도 애초 민간기업에서 먼저 구상해서 정부에 제안한 사업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조성이 한창이던  2006~2007년 국내 10대 건설사를 중심으로 하는 민간컨소시엄이 정부에 고속도로 건설을 제안했고 2009년 예비타당성조사도 통과했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포함되는 대규모 신규사업의 경제성 등을 따지는 절차다.
 
 이후 2015년 정부는 민간컨소시엄의 제안을 수용해 세종~안성구간은 민자로 건설하고, 도공이 담당한 안성~구리구간도 완공 뒤에 민자사업으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또 기획재정부 산하 국책연구원인 KDI가 이 프로젝트를 민자사업으로 하는 것이 적합한지를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민자 적격성 검토 VfM(Value for Money)을 했고, 지난 5월 그 결과가 22%로 나왔다. 이는 정부가 할 때 100원이 드는 일을 민간이 하면 78원이 든다는 의미로 민자사업이 적합하다는 취지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 이후 방향이 급격히 바뀌었다. 조기완공과 통행료 인하가 우선시 되면서 바로 사업 착수가 가능한 재정사업으로의 전환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는 민자고속도로가 들어설 경우 통행료 수입 감소를 우려한 도공이 적극적으로 사업참여 의사를 밝힌 것도 한 몫했다. 
 
 통상 도공이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는 사업비의 40% 가량을 정부에서 지원받지만, 이번에는 민자와 같은 조건인 10%만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민자사업의 단점을 강조한 자료를 배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중앙포토]

국토교통부는 최근 민자사업의 단점을 강조한 자료를 배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중앙포토]

 게다가 국토부는 재정사업 전환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민자 고속도로에 대해 ^모든 의사결정이 경제성 위주이고 ^착공까지 행정절차 복잡하고 협상 등 추진일정이 불확실하고 ^비싼 통행료에 비해 낮은 서비스라고 폄하하는 자료까지 냈다. 반면 도공이 건설하는 재정고속도로는 ^정책도입이 유연하고 ^설계 완료 후 바로 착공 가능하고 ^서비스 개선이 용이하다는 장점만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 전문가는  "재정이 튼튼하다면 굳이 민자사업이 필요없겠지만 복지 등 여러 분야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현 상황에서는 SOC사업에 민자가 꼭 필요하다"며 "그런데도 국토부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민자사업을 사실상 죄악시 하는건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상적이었다면 지난달에 최종 민간사업자 선정 절차인 제 3자 입찰공고가 나갔을 것"이라며 "오랜 시간 정부를 믿고 적지않은 재원을 투입해 사업을 준비해온 민간 부문으로서는 무척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요금 부분도 국토부는 기존 민자고속도로의 평균 요금을 적용해 도공 요금보다 17%가량 비싸질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민간이 제안한 요금은 도공 요금보다 10% 비싼 수준으로 민자도로 사업자만 내는 10%의 부가가치세를 제외하면 도공 도로와 같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번 급변침이 향후 민자사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의 박용석 건설정책연구실장은 “민자사업의 3대 조건이 투명성·시장성·경제성인데 이번 정부의 결정은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투명성을 완전히 훼손한 것"이라며 "앞으로 국내에서 민간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의 박사는 "재정사업은 민자사업에 비해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아 실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는 주민들에게 재정사업과 민자사업의 장단점을 제시하고 방식을 선택토록 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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